▶ 40세 이후 위내시경 검사 2년마다 받아야
■ 헬리코박터균
‘헬리코박터균’에 대해서는 많이 듣지만 의외로 잘 모르거나 헷갈려 하는 한인들이 많다. LA 한인타운의 차민영 내과 전문의의 도움말을 빌어 헬리코박터균(Helicobacter pylori)과 위암에 대해 알아보았다.
# 헬리코박터균
헬리코박터균은 1983년 호주의 배리 마셜 박사와 로빈 워런 박사에 의해 발견됐다. 그 전까지는 사람의 위는 pH1에 가까운 강력한 산성이라 세균이 살 수 없다고 생각해 왔지만, 위 속에 기생하는 헬리코박터균이 위염, 만성위염, 위궤양, 십이지장 궤양을 일으킨다는 것을 찾아냈다. 후에 헬리코박터균이 위암도 일으킨다는 것도 밝혀냈다. 헬리코박터균을 찾아낸 공로로 2005년에 두 박사는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특히 배리 마셜 박사는 직접 세균에 오염된 음식을 먹어 위궤양까지 걸리면서까지 연구한 일화가 유명하다.
차 전문의는 “위암의 1순위 원인은 바로 헬리코박터균이다. 그 다음은 짠 음식, 담배, 과음 순”이라고 말했다.
# 감염경로는
차 전문의는 “헬리코박터균은 사람 위에서만 살 수 있는 균이다. 학계에서는 이 균이 사람의 역사와 비슷하다고 본다. 위는 강력한 위산이 있지만 헬리코박터균이 주변에 알칼리성인 암모니아를 분비해 위산을 중화시켜 기생한다. 외부로 나오면 30분~1시간 이내 소멸된다. 또 치료하지 않으면 평생 위 속에서 살아간다”고 설명했다. 절대 저절로 소멸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감염경로에 대해 차 전문의는 “이유식이 없던 시절에는 할머니나 어머니가 밥을 입으로 씹어서 1~2세 유아에게 줬다. 대부분이 이런 경구감염(oral transmission)을 통해 헬리코박터균에 걸린 것으로 본다.
후진국의 경우 밀집된 지역일수록 80% 이상 감염률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찌개를 같이 먹거나 술잔을 돌리는 정도로는 잘 안 걸린다. 부부끼리 키스를 해도 감염률은 20~30% 정도다. 그러나 부모나 조부모가 음식을 입으로 씹어서 주면 90~100%의 감염률을 보인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 헬리코박터균 검사는 어떻게?
피검사로 하는 항체검사, 호흡검사, 대변검사로 항원을 보는 검사, 위내시경 검사 등이 있다.
차 전문의는 “피검사가 비교적 쉽지만 정확도는 75~85% 정도다. 또 헬리코박터균을 치료해도 항체는 영원히 남아 있다. 치료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면 피검사를 통해 수치가 높으면 균이 있다는 것을 진단할 수도 있겠지만, 대개 위내시경 검사를 많이 한다. 위 내시경은 위, 식도, 십이지장을 다 보고, 궤양이나 염증 여부 및 장상피화 등을 살필 수 있는데, 장 상피화가 나타난 경우 저등급(low grade)이면 6개월마다 내시경 검사를 하고, 고등급(high grade) 이면 초기 위암에 준해서 치료한다”고 설명했다.
# 헬리코박터균을 발견하면 꼭 치료해야 하나?
예전에는 한국인의 70~80%가 헬리코박터균을 갖고 있다고 봤는데, 요새는 50% 정도로 감소했다. 그동안 치료를 많이 했고, 한국이 밀집된 환경을 벗어나고 위생환경도 좋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위암이 한국에서는 1위의 암이다. 차 전문의는 “자료에 따라 위암이 2~3위로 내려가기도 하지만, 한국은 일본과 함께 위암이 많은 나라이고, 미국에 사는 한인의 경우도 위암위험은 높은 편이라 헬리코박터균이 발견되면 꼭 치료할 것을 강력히 권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위암은 미국에서는 15위권에도 들지 못한다. 대개 미국 의사들의 경우 위암에 대한 공포는 상대적으로 한인 의사에 비해 낮은 편.
차 전문의는 “미국에서는 헬리코박터균을 발견했다 해서 다 암이 되는 것 아니라는 이유에서 치료를 하지 않는 수가 있다. 또 항생제 치료 때 배가 아프거나 설사 증상 때문에 두고 보자고 하는 의사들이 있다. 미국 의사들의 경우는 위암 케이스를 많이 보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한데, 한인 의사들은 치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헬리코박터균은 1994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 암 연구기관(IARC)에서 1등급 발암물질로 지정된 바 있다. 차 전문의는 “만성위염이나 위궤양, 십이지장 궤양 환자의 90%는 헬리코박터균이 있고, 치료하면 궤양이 없어진다. 궤양이 자꾸 생기면 이상세포가 생기며, 암 발전 가능성이 있다”며 “확실한 발암요인인데, 두고 본다는 것은 폭발물을 지니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국립암연구소(NCI) 저널에 지난 2012년 실린 중국 임상연구에 따르면 헬리코박터균 치료 15년 후 위암이 40%나 감소했다는 보고도 있다.
# 헬리코박터균의 치료는
10~14일 동안 항생제로 치료한다. 아목시실린(amoxicillin), 바이악신(Biaxin), 플래질(Flagyl), 수마이신(Sumycin), 틴다맥스(Tindamax) 등이 치료제로 사용된다.
차 전문의는 “대개 2가지 항생제가 처방된다. 이때 오미프라졸이나 넥시움 같은 PPI 제제 위장약을 함께 사용하면 더 치료가 잘 된다”고 설명했다. 또 “위장약을 더 쓰는 이유는 산성이 떨어지면 세균이 못 견디기 때문”이며, “만약 내성이 있으면 비스무스(펩토비즈몰)을 추가로 복용케 하면 치료율이 95% 올라간다”고 말했다.
간혹 재발되는 경우도 있다. 배우자가 있는 경우 동시에 치료해야 재발률도 낮출 수 있다.
# 40세부터는 위내시경 검사 1~2년마다 하는 것이 좋아
차 전문의는 “2001년에 찾아온 43년생 환자는 마른기침만 두 달 하다 온 경우가 있었는데, 다른 병원에서도 앨러지로 진단 받은 경우였다. 하지만 위내시경을 하자고 했더니, 위도 안 아프고 아무 증상이 없는데, 왜 검사하느냐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환자를 설득해 검사를 했더니 역시나 종양이 큰 위암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마른기침이 특히 잘 때 심하거나, 새벽에 심한 경우는 위산 역류로 인한 증상으로 앨러지가 아닐 확률이 더 높다.
차 전문의는 “위산 역류의 80%는 위가 아프지 않다. 서울대 의대 외과 양한광 교수도 ‘위암 말기라도 10%는 아무 증상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고 말했다. 위암은 3기까지는 별 증상이 없거나 증상이 있어도 심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소화가 잘 안 되거나 속이 거북한 정도다. 4기나 혹은 다른 곳으로 전이될 때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차 전문의는 “아무 증상이 없더라도 40세 이후는 1~2년마다 위내시경 검사를 받을 것”을 권고했다. 또한 “대개 위내시경을 받고도 1년 전에는 아무 이상 없었는데,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위암 초기는 찾기가 어렵다. 내시경을 했다 해도 모양상 위염처럼 보이는 경우 조직검사를 해야 암 여부를 알 수 있다. 조직검사를 해도 샘플링 에러가 나타날 위험도 있다. 또한 위벽염(linitis plastic) 타입의 경우는 위암 중 5% 이하의 드문 위암이지만 진도가 빠른 암이다. 위 점막 아래쪽에 생겨 초기에는 찾기 어렵다. 하지만 1년 안에 3기 내지 4기까지 빨리 자라 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내시경을 1~2년마다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위 건강관리를 위한 조언
- 신선한 채소·과일을 충분히 섭취한다.
- 짜게 먹지 않는다. 현재보다 소금 섭취는 반으로 줄인다. 국물은 먹지 말고 건더기 위주로 먹는다.
- 헬리코박터균은 적극 치료한다.
- 40세 이후는 1~2년마다 위내시경 검사를 한다. 40세가 아니어도 평소 위가 안 좋은 증상이 있다면 피 검사라도 해서 헬리코박터균의 유무를 검사하고, 가능한 한 치료한다.
- 육류를 태운 음식 역시 발암요인이 되므로 되도록 자제한다.
- 담배도 해롭다. 식도암이나 위암의 원인이 된다.
- 위산 역류 역시 치료한다. 위장약을 처방 받는다면 꺼리지 말고 복용해 증상을 치료한다.
((도움말 주신 분 - 차민영 내과 전문의))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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