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1.5세 데이빗 류(39)의 LA 시의회 4지구 당선은 미주 한인 이민 112년사에 새로운 장을 여는 쾌거로 한인사회 정치력 향상은 물론 경제와 사회, 문화 등 다방면에서 한인 커뮤니티가 한 단계 도약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의심치 않는다. 그런 점에서 데이빗 류의 당선은 지난 1992년 김창준씨의 연방 하원의원 당선에 버금가는, 아니 그 이상을 뛰어넘는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34년간 연방하원의원, 또 1977년부터 1987년까지 10년간 하원의장을 역임하며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정치인중 한 명으로 기억되고 있는 고 팁 오닐 의장은 아직도 미 정치권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고 있는 그 유명한 ‘All Politics is Local’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한국어로 해석하자면 ‘모든 정치는 로컬(지역사회)로부터 시작된다’는 뜻으로 정치인들이 지역사회 유권자를 챙기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뜻이다. 이를 뒤집으면 지역사회에서 정치인들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 지를 상징하기도 한다.
데이빗 류가 미국 제2의 도시인 LA에서, 또 백인과 유대인 유권자가 60% 이상을 차지하는 지역구에서 당선됐기에 더 큰 의미가 있다. 정치 평론가들은 선진 국가 중 지자체 정치가 가장 활발한 미국에서도 LA 시의원을 가장 영향력이 있는 시의원 직으로 평가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가주 상·하원은 물론이고 웬만한 연방 하원의원 보다도 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직책이 바로 LA 시의원이다.
LA 시의원에게 부여되는 권한과 대우도 막강하다. 시의원 한 명당 주민 약 25만여명을 대변하는 등 전국 어느 도시보다 많은 수치다. 그래서 봉사직이나 파트타임이 대부분인 다른 도시 시의원과 달리 LA 시의원은 풀타임 근무를 요구받고 있어 연봉도 18만달러로 전국서 가장 높다. 여기에 연 170만달러의 운영예산을 사용할 수 있다. 85억달러에 달하는 LA시 예산 분배와 승인도 LA 시의회의 몫이다.
한인사회는 그동안 백인, 흑인, 히스패닉 시의회 후보들에게 막대한 정치자금을 제공하고도 이들이 당선된 후 정작 도움이 필요할 때는 철저히 무시당하는 설움을 수도 없이 겪어 왔다. 우리가 힘들게 번 돈다발을 바쳤던 이들 시의원들이 지난 2013년 시의회 13지구에 도전했던 존 최 후보, 올해 시의회 10지구에 도전했던 그레이스 유 후보에 이어 데이빗 류까지 모두 안중에도 없다는 듯 경쟁 후보들을 일제히 지지하는 모습을 보면서 배신감을 느꼈던 건 비단 기자만이 아닐 것이다.
LA 시의원의 가장 큰 파워는 입법권에 있다. 특히 시의원은 시 정책을 총괄, 관할하기 때문에 우리의 생활에 막대한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개발, 조닝, 환경, 복지, 치안 등 LA 시 행정과 민생에 있어 타인종 시의원이 아무리 한인사회를 이해하려 해도 1.5세로 미국에서 성장하면서 부모님의 힘든 이민생활을 옆에서 지켜 본 데이빗 류 당선자만큼 한인사회를 알기 는 힘들 것이다. 한인사회가 류 당선자에 기대를 거는 것은 그가 땀과 눈물 위에 이민생활을 일궈온 우리 모두의 코리안 아메리칸 경험과 삶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한인사회가 데이빗 류 당선자에게 특혜나 특별한 대우를 요구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단지 우리의 숫자와 영향력, 경제력 파워에 걸맞은 대우와 권리를 존중받기 원하는 것이다.
지난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한인 이민사회가 지난 40여 년간 발전에 발전을 거듭했지만 사실 아직도 한인사회는 직장인이나 맞벌이 부부, 스몰 비즈니스 업체를 운영하는 서민층 경제다. 시 정책에 따라 가장 큰 혜택 또는 피해를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한인 서민층 경제이다.
한 예로 한인 요식·주류·유흥업소 등이 적용을 받는 ‘조건부 영업허가’(CUP)의 경우 경찰과 시 당국의 표적·과잉 단속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의원의 경우 CUP 발급과 해석, 단속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한인사회의 정당한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 또 범죄 피해로 가장 많은 인명·재산 피해를 당하고 있는 한인 커뮤니티와 한인타운에 대한 LA 경찰국의 치안강화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고 사업세 인하 등 비즈니스 활성화와 규제 완화도 중요한 부분이다.
한인사회는 그동안 공권력으로부터의 외면과 공권력 남용 사이에서 많은 고통을 받아왔다. 데이빗 류의 당선으로 마침내 한인사회는 시정부와의 원활한 소통을 위한 채널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이것이 첫 한인 LA 시의원 탄생의 가장 중요한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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