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리 오르기 전 내 집 장만 급증
▶ 주택가격 상승으로 차압매물 감소
[주택 구입난]
2013년 나타났던 주택시장 과열 양상을 다시 보는 것 같다. 주택시장 성수기를 맞아 구입자가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매물이 늘지 않아 심각한 주택 구입난이 재현되고 있다. 2013년 주택 구입난은 전국적인 현상이었던 것과 달리 최근 과열 양상은 일부 지역에 국한되어 나타나고 있는 점만 다를 뿐 여러 면에서 비슷하다. 올 들어 보이고 있는 주택 구입난은 가주 등 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진행 중이며 저가 주택 시장에서 특히 두드러진 현상이다. 주택 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낮은 이자율로 내 집 장만에 나서려는 구입자들의 어려움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주택시장에서 재현되고 있는 주택 구입난과 원인 등을 분석한다.
■ LA 등 매물 부족 따른 구입난 심각
올해 생애 첫 주택을 구입할 계획이라면 적지 않은 경쟁에 대비해야겠다.
집값이 많이 오른 틈을 타 지금 집을 처분해 더 큰 집으로 이사하려는 ‘무브 업’ 바이어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마치 2년 전에 목격했던 심각한 주택 구입난이 재현되고 있다.
원인은 2년 전과 동일한 매물 부족 현상이 나타나면서 주택 구입난이 가중되고 있다. 매물은 부족한데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몰리다 보니 치열한 구입 경쟁이 확산 중이다.
주택시장이 2~3년간의 회복세를 어렵게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다시 나타난 매물 품귀현상이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지적이다. 매물 부족에 따른 주택 구입난은 LA를 중심으로 한 가주와 덴버 등의 지역에서 심한 편이다.
스카일라 올슨 질로우 닷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전국적으로 수요 대비 매물이 상당히 부족한 지역이 늘고 있다”며 “올해 주택 구입 계획이 있는 사람들에게 큰 장벽이 될 것”이라고 AP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적했다.
■ 저금리가 오히려 구입 경쟁 부추겨
저금리로 혜택을 받아야 할 바이어들이 오히려 낮은 금리 탓에 주택 구입이 막히는 등 예상 밖의 상황까지 나타나고 있다.
시중 모기지 금리는 지난해보다 크게 하락한 수준으로 최근 연준의 금리인상 논의가 다시 본격화하면서 바이어들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다. 모기지 금리가 더 떨어질 때를 기다리기보다 상승하기 전에 주택을 장만해야겠다고 판단한 바이어들이 급증하면서 주택 구입 수요를 밀어 올리고 있다. 주택 구입 경쟁만 치열해져 낮은 금리의 혜택은커녕 주택 가격 상승에 따른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장기간 이어져온 저금리는 여전히 사상최저 수준이다. 5월7일 기준 30년 만기 고정금리는 전주보다 소폭 올랐지만 약 3.8% 수준으로 지난해(약 4.21%)보다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이처럼 낮은 모기지 금리가 언제까지 계속될 지는 미지수다. 지난해에도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본격적인 인상은 없었다.
■ 비싼 집값 탓에 변동금리 수요 몰려
올해도 마찬가지로 FRB는 연내 제로금리 탈피에 대한 입장을 밝혀 놓은 상태지만 시중 금리는 여전히 꿈쩍도 않고 있다.
모기지 금리 상승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게 될 기준금리 인상과는 상관없이 시장의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조금이라도 더 낮은 이자율로 주택을 구입하려는 바이어들이 금리 변동 타이밍을 재왔지만 이제는 낮은 금리를 활용, 주택을 구입할 때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주택 구입 수요가 들썩이고 있다.
비록 모기지 금리가 사상최저 수준이지만 3년간 오른 주택 가격과 임금정체 현상으로 주택 구입이 만만치만은 않다. 그래도 낮은 이자율로 주택을 구입하려는 바이어들 사이에서 구입비용을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해 변동금리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변동금리에 대한 관심은 그만큼 주택 구입이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주택 가격 둔화에 대한 예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변동금리를 선택하는 구입자들은 주의가 필요하다.
■ 매물 부족에 판매 속도 빨라져
주택 구입난의 가장 큰 원인은 매물 부족이다. 급증한 수요에 대비해 구입할 수 있는 집이 턱없이 부족하다. 매물 수급상황을 보여주는 매물 대기기간은 지난 3월 약 5개월 미만으로 나타났다. 매물 공급과 수요가 적정한 수준일 경우 매물 대기기간은 약 6~7개월이다. 3월은 본격적인 주택 구입철이 아님에도 집이 빨리 팔리고 있음을 보여줬다.
질로우 닷컴에 따르면 매물 부족에 따른 주택 구입난이 심한 지역으로는 샌호제, 샌프란시스코, LA 등 가주 도시와 시애틀, 덴버, 달라스, 포트워스, 내슈빌, 보스턴 등으로 기타 도시에 비해 매물이 평균 약 1달반 정도 빨리 팔릴 정도로 매물이 부족하다. 반면 필라델피아, 시카고, 클리블랜드, 디트로이트, 마이애미, 포트 로더데일 등은 수요에 비해 매물 공급이 충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매물 대기기간이 긴 지역은 고용시장 개선이 더딘 지역들로 주택 구입 수요가 아직 살아나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다.
■ 저가대 매물 부족현상 매우 심각
매물 가격대에 따라서도 매물 부족에 따른 주택 구입난 현상에 차이가 난다. 현재 주택 구입자들의 수요가 대거 집중되는 곳은 저가대 매물시장이다.
2013년과 달리 올해는 실수요자 위주의 주택시장으로 특히 첫 주택 구입자들의 매매가 많아지고 있다. 첫 주택 구입자들의 주요 가격대인 저가대 매물시장에서 매물 품귀현상이 두드러져 주택 구입난이 가중되고 있다.
저가대 매물을 찾는 수요가 많고 매물은 적은 탓에 상위 가격대 매물에 비해 가격 상승이 두드러진다.
시장 조사기관 코어로직에 따르면 지난 2월 13만5,000달러 미만의 매물가격은 1년 전에 비해 약 9%나 올랐다. 지난해부터 주택가격이 상당 폭 둔화됐음에도 저가대 매물시장은 거의 두 자릿수 비율에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했다.
애넌드 낼라탐비 코어로직 대표는 “비성수기인 2월 가격 상승률로는 9년래 최고치”라고 AP와 인터뷰에서 분석했다. 저가대 매물의 가격 상승이 가파른 반면 22만6,800달러를 넘는 매물의 가격은 전년 대비 약 5% 오르는데 그쳤다.
■ 그나마 다행은 ‘투자자 감소’
그나마 투자자들의 주택 구입 비율이 낮아진 것은 실수요 구입자들에게 다행이다. 주택 가격이 바닥을 쳤던 2012년부터 급매물을 중심으로 매물을 휩쓸다시피 구입한 투자자들의 주택 구입이 최근 큰 폭으로 감소했다. 3년간 주택 가격이 약 20%가량 급등하면서 투자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주택시장에서 투자자들이 거의 다 발을 뺀 상황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티 트랙에 따르면 올해 초 단독주택 거래 중 투자자들의 주택 구입 비율은 약 3.4%로 지난해 초(약 8.7%)보다 급감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레드핀의 클렌 켈맨 CEO는 “주택 가격 급등으로 부동산 투자자들이 주택시장에서 대거 빠져 나갔다”고 AP와의 인터뷰에서 분석했다.
주택 구입난이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실수요 구입자들에게는 희소식이다. 주로 모기지 대출을 통해 주택 구입에 나서는 실수요 구입자들이 항상 경쟁 우위에 있던 현금 구입자들과의 경쟁이 줄어들게 됐다.
올해 초 현금 구입 비율은 4년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리얼티 트랙에 따르면 올해 초 매매된 단독 주택과 콘도미니엄 중 현금 구입 비율은 약 26%로 감소했다. 보스턴, 샌호제, 앨버커키, 잭슨 등의 지역에서 투자자 구입 비율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 차압매물↓, 휴가용 주택 구입↑
낮은 가격에 가장 큰 장점인 차압매물은 올해도 구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속적인 주택 가격 상승으로 차압률이 하락하고 차압매물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리얼티 트랙에 따르면 올해 초 차압절차가 진행 중인 주택은 지난해보다 약 12% 감소했고 은행 압류주택 역시 전년 대비 약 34% 급감했다.
대런 블룸퀴스트 리얼티 트랙 부대표는 “차압매물 거래가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택 가격 하락 위험이 상당폭 해소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솔트레익, 앨버커키, 오스틴 등의 도시에서는 지난 2월 전체 거래 중 차압매물 거래가 4% 미만으로 매우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은퇴자 증가와 주식시장 활황으로 휴가용 주택 구입 거래가 큰 폭 증가했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주택 거래 중 휴가용 주택 구입은 조사 이래 가장 높은 약 21%를 차지했다.
숫자 면에서도 지난해 휴가용 주택 구입은 전년 대비 무려 약 57%나 급증해 휴가용 주택에 대한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휴가용 주택 구입은 기존 주택 처분, 보유 주식 처분 등으로 현금자산이 늘어난 베이비부머 세대의 구입이 주를 이룬다. NAR는 은퇴물결이 거셀 것으로 전망되는 올해도 휴가용 주택 구입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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