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인턴·봉사활동 통해 소중한 경험 축적
▶ 뚜렷한 목표의식 없이 선택하면 되레 낭비
미국의 명문대들도 갭이어를 거친 학생들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학생과 학부모들은 본인의 상황에 맞춰 갭이어에 대해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 ‘갭이어’(Gap Year)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입학허가서를 받은 후 1년간 등록을 연기하고 다른 활동을 하는 ‘갭이어’(Gap Year)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지난 1960년대에 영국에서 시작하여 유럽 전역과 미주 지역에까지 확산되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말 그대로 고교 졸업과 대학 입학 사이의 틈새인 ‘갭’을 이용하여 자신을 재충전하고 1년간 여러 가지 경험을 할 수 있는 기간을 말한다. 이는 대학생활을 별 생각 없이 뒤로 미루거나 학업에 관심이 없어 포기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 쉬는 기간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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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고교 졸업 후 합격통지를 받은 대학으로부터 허가를 받아 여행, 인턴, 취업, 봉사활동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인생의 견문을 넓힌 후 다시 학교로 복귀하게 된다. 이는 비단 대학 입학허가를 받은 학생뿐만 아니라 합격통지서를 받지 못한 학생들도 고교 졸업 후 1년간의 갭이어를 통해 얻은 경험들을 입학 원서에 포함시켜 우수한 대학에 진학하기도 한다.
한국의 경우 학비 부담의 이유와 남학생의 경우 의무 군복무로 인해 6개월에서 2년여 간의 학업을 중단 또는 나중에 해야 하는 환경에 살고 있다. 그 외 학생들은 주로 전문가 자격시험 준비나 해외로 언어습득을 위한 여행을 하는 등 장래를 위해 되도록 많은 스펙을 쌓기 위한 유행에 따라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3월 대학 합격의 기쁨으로 합격 레터를 제대로 읽지 않은 학생이 5월1일 입학 디파짓을 한 후 자신을 2016년 봄 학기로 오라고 하는데 웬일이냐며 놀라서 연락을 해왔다. 합격통지서를 스캔해서 보내 달라고 한 후 리뷰를 해보니 이 학생은 보스턴 대학에 2016 봄학기로 합격이 되었다. 내년 여름방학 동안 300명의 우수 학생에게 주는 프로그램으로 런던에서 6주 프로그램을 한 후 2016년 가을에 2학년으로 올라가는 플랜이다. 그러니까 졸업은 올 가을에 진학하는 학생과 같이 졸업할 수 있다. 요즘 같이 일부러 갭이어를 신청하기도 하는 경우가 많으니 오히려 한 학기 쉬는 기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계획을 세워보자고 했다.
이 학생의 경우 자신에게 오는 이런 중요한 내용을 제대로 리뷰해 보지 않는 성격이었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얼마나 꼼꼼해졌는지 미팅 내내 노트에 빼곡히 질문사항도 적어 왔고, 또 상담내용도 꼼꼼하게 적는 모습을 보고 이번에 부주의하게 자신에게 온 다큐먼트를 살피지 못한 것을 계기로 오히려 더욱 더 조직적으로 자기 관리를 할 수 있게 되어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말을 입증해 보였다.
이러한 갭이어를 갖기를 원하는 학생들의 입학 연기를 흔쾌히 받아들이는 대학들이 미주 전역에서도 증가하고 있다. 하버드, 프린스턴. MIT 등 일부 명문대학 및 명문 주립대학에서도 갭이어를 허용하고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는 추세다.
고교 졸업 후 쉼 없이 곧바로 대학에서 학업을 수행하는 것보다 갭이어를 가지고 학생들의 정서적, 지적 성숙과 사회생활을 함양하고 개발하는 것이 오히려 학업에서도 성공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40여 년간 갭이어를 허용하고 있는 하버드 대학은 매년 80~110명 정도의 많은 학생들이 갭이어를 신청하고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이 학생들이 학업 전에 혹은 학업 중간에 ‘숨고르기’를 하며 인생의 중요한 시기를 너무 서두르지 않고 개발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이는 학생들이 갭이어를 통해 진취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환영하고 있다.
하버드 대학의 윌리엄 피츠시먼 입학사정 학장은 “갭이어는 학생들에게 초점을 다시 맞추고 에너지를 재충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동시에 지적으로 또 감정적으로 성숙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버드 대학의 졸업률은 98퍼센트로 미주 내 대학 중 최고권에 든다고 알려졌다. 이것은 적지 않게 갭이어 권장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갭이어가 시작된 영국의 경우, 윌리엄 왕세손 부부도 대표적인 예다. 350년 만에 순수 왕족과 평민의 결혼식이라고 불리며 여성들의 큰 관심을 사기도 한 윌리엄 왕자와 그의 아내인 케이트 미들턴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입학하기 전에 갭이어를 보냈다. 윌리엄 왕자는 이튼학교를 졸업 후 남아메리카에서 영국 군사훈련에 참여하고, 칠레에서 자원봉사가로서 영어 교육봉사의 활동을 했으며, 다양한 아프리카 나라와 영국에서 농경지에서 지내며 갭이어를 보냈다.
영국의 신데렐라라고 불리는 윌리엄 왕세손비인 케이트 미들턴 역시 고교 졸업 후 요트 강습소에서 일했으며, 칠레에서 자원봉사자로 갭이어를 보냈다. 결국 영국 왕실에서는 갭이어를 더 넓은 세상을 두루두루 경험하기 위해서 사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갭이어를 선택하는 학생들은 자신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와 관련하여 주로 여행을 하거나, 특기나 기술 터득 및 창업, 취업 또는 봉사활동으로 나누어 하게 된다. 대학에 가서 어떤 분야를 전공해야 하는지 몰라 관심 있는 분야에서 일을 하거나, 그 분야에 필요한 기술과 노하우를 미리 경험하기도 한다.
어떤 학생들은 여러 가지의 다른 직종을 여름 내내 일주일에 거의 70시간을 일하기도 하며 곧바로 그 다음 달에는 자신이 번 비용으로 여행을 가기도 한다. 물론 특정 나라를 관광하는 목적도 있지만, 그 나라의 언어와 문화 경험, 관련업계 연구나 인턴십도 하기도 한다.
미국의 어떤 학생은 고등학교 졸업 후에 12개의 학교에 지원했으나 겨우 한 대학으로부터 입학허가서를 받았다. 그 학생은 부모님과 상의 끝에 1년간의 갭이어를 택해 케냐의 시골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호주에서 공원 레인저로 일하며 자신을 돌아보고 경험을 쌓았다. 이러한 경험들을 자신의 대학 지원 에세이에 씀으로써 결국 그 학생은 예일 대학에 입학, 후에는 브라운 의대에서도 수학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자신이 자라난 곳이 아닌 다른 나라를 여행하고 살아본다면 대학 졸업 전까지의 본인의 삶 또한 매우 달라질 것이다. 심지어는 졸업 직전에 인턴을 하거나 그동안 배운 전공분야가 사회에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를 경험한다면, 그 시기 또한 본격적으로 직장을 구하기 전 매우 귀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아울러 어떤 학생들은 청소년 기간을 지내며 평소 소홀했었던 부모와 또는 조부모와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성인과 학생의 경계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청소년 시기에서 성인의 시기로 접어드는 이때 무조건 대학교에 들어가 수동적인 생활을 하는 것보다 본인이 모든 것을 책임지고 결정해야 하는 갭이어를 갖는 것도 좋다고 전문가들은 밝히고 있다.
하지만 모든 대학이 갭이어를 환영하는 것은 아니며 모든 학생이 갭이어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먼저 갭이어를 알차고 유익하게 보내기 위해서는 자신의 장점과 특징, 관심, 흥미, 열정들을 찾고자 노력하고 또한 새로운 것들에 대한 도전을 시도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뚜렷한 목표의식 없이 갭이어를 가지게 되면 중요한 청춘시절에 인생 낭비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철저하고 구체적인 계획이 선행되어야 한다.
갭이어를 갖기로 결정하면 합격통지서를 받고나서 서면으로 대학 측에 정중하게 요청해야 한다. 앞으로 1년이라는 기간에 주와 월 단위로 나누어 어디서,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 것인지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개인적인 목표와 이를 통해 어떤 혜택을 바라고 있는지 되도록 자세히 적도록 한다.
한편, 자녀가 갭이어를 가지려고 말한다면 이를 이해할 수 없는 부모들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부모들은 자녀가 대학 입학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게 되고 영영 공부를 포기하고 엉뚱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등의 걱정을 하게 된다.
갭이어를 가진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전보다 더 뚜렷한 목적의식과 인생관을 갖추고 어른스럽게 학업에 열중한다. 오히려 갭이어를 가져야 하는 이유를 말하는 자녀의 말을 경청하라. 구체적인 방법과 내용들에 대해 격려하라. 이번 결정으로 자녀에게 세상을 알 수 있는 기회를 줄 뿐만 아니라, 성인으로 나아가는 성숙한 자녀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지나 김 / 시니어 디렉터-어드미션 매스터즈>
855-466-2783
www.TheAdmissionMast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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