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은 성경에서 유래된 비유 가운데 가장 흔히 쓰이는 것 중 하나다. 약자가 강자를 상대로 싸워야 하거나 극복하기 불가능해 보이는 상대에 맞서야 하는 상황을 나타내는 일상적 표현이 됐다. 역사적으로 기원전 10세기 경 벌어진 일이 3,000여년이 지난 지금도 현실 속에 자주 투영되고 있는 경우다.
이와 관련해 경영사상가이자 베스트셀러 저술가인 말콤 글래드웰이 자신의 저서 ‘다윗과 골리앗’에 대해 했던 한 동영상 강연에서 인상 깊게 들었던 내용이 있다. 다윗과 골리앗의 이야기는 너무나 익숙해서 그저 잘 아는 이야기라고 치부했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전혀 다른 면이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는 거였다. 다윗과 골리앗의 이야기에서 우리의 통념과는 사뭇 다른 측면을 봐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글래드웰은 약하디 약해보이는 양치기 소년 다윗이 상대의 가장 강력한 전사인 골리앗을 무찌른 것이 그야말로 기적만은 아니었다고 풀이한다.
거대한 중무장 거인 골리앗은 도저히 이길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상대였지만 오히려 약점이 많았고, 상대와 접근해서 육박전으로 싸우지 않고도 돌팔매 실력으로 기술적 우위를 보인 다윗이 마치 칼을 든 상대를 총으로 제압하는 상황처럼 오히려 더 강점이 있었다는 것이다. 즉, 겉으로 강해보인다고 해서 항상 실제로 강한 것은 아니며, 약해보인다고 해서 반드시 약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다윗과 골리앗에 대한 이같은 새로운 시각을 그대로 대입해보고 싶은 상황이 있다. 바로 다음주 화요일 실시될 LA 시의회 제4지구 결선 선거다.
실제로 LA 타임스는 한인 데이빗 류 후보와 현직 시의원 보좌관 출신인 캐롤린 램지 후보 간 이번 선거를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로 비유하기도 했다. 물론 데이빗이라는 류 후보의 퍼스트 네임이 다윗과 같음을 빗댄 것이기도 하지만, 현 시의회의 거대한 기득권 세력이 뒤를 받쳐주고 있는 주류사회 후보인 램지를 상대로 소수계인 류 후보가 ‘언더독’의 입장에서 ‘업힐 배틀’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 통념적인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처럼 비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데이빗 류 후보 캠프 관계자는 지지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이번 선거가 기존 시 정치권의 거대한 기득권에 맞서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도전이라는 점에서 ‘데이빗 류’ 대 ‘시의회 내부의 골리앗’의 대결이라는 비유는 들어맞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여기서 다윗(류 후보)의 비밀 무기는 돌팔매가 아니라 바로 그에게 표를 던지고 후원금을 내고 선거운동 자원봉사를 펼치며 거대한 기득권에 맞서 변화를 위해 싸우는 대열에 동참한 수천명의 지지자들이라는 게 다른 점이라고 갈파했다.
이에 더해 류 후보 특유의 참신성과 지역구를 가가호호 발로 뛰어다니며 유권자들을 일일이 만나는 부지런함, 그리고 ‘클린 선거’를 천명한 정책적 선명성 등이 부각되면서 표심을 끌어 모은다면 다윗의 승리는 그저 비유로만 존재하지 않고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골리앗’과 맞서는 데이빗 류의 싸움은 개인적 성취를 넘어 한인사회에 새로운 역사를 쓰는 일임이 분명하다. 사상 첫 LA 시의원 배출은 현재 전국 각주와 연방 차원에서 약진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는 한인 이민 차세대가 새로운 정치력 신장의 기회를 가지게 될 획기적 이정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한인들의 적극적인 후원과 투표 참여다. 한인들의 지지가 글래드웰이 말하는 ‘다윗의 강점’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4지구내 한인 유권자라면 빠짐없이 투표를 해야 하고, 선거구 주민이 아니더라도 얼마 남지 않은 기간 동안 기금 후원이나 선거 자원봉사를 통해 그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 절실하다.
다시 글래드웰의 말을 빌린다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골리앗에 지레 겁먹고 다윗이 도저히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내 한 표가 무슨 소용이 있으랴하는 생각은 절대 금물이다. 아무리 거인이라고 해도 보기보다 강하지 않고,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다윗과 골리앗의 새로운 의미를 되새기며 이번 선거에 관심을 갖고 투표에 꼭 참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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