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도 더 된 시절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라는 표현이 섞인 칼럼을 썼다가 어떤 여성 독자의 준열한 꾸짖음을 편지로 받은 기억이 있다. 1992년 대선 때 빌 클린턴이 ‘한사람 월급으로 두 명의 대통령’을 고용하는 것과 같다면서 힐러리 클린턴을 부각시키더니 건강보험 개혁법안의 추진을 전적으로 영부인에게 맡겼던 때였다.
백악관을 떠나 뉴욕으로 이사한 힐러리가 뉴욕주 연방상원의원에 당선되어 의정 경험을 잠깐 거친 후 2008년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예선전에 나왔을 때 케네디 가문의 오바마 후보 지지 공표가 있기 전까지는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등장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힐러리는 오바마 제일 임기 중 국무장관 자리로 만족해야 했다.
2016년 대통령 선거 민주당 예선전에 힐러리는 이미 엄청난 선거 기금과 조직으로 난공불락의 고지를 점령하고 있다. 우선 민주당 진보계의 총아인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이 예선전에 나서지 않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무소속으로 있다가 예선전에는 민주당 후보로 나오기로 한 버니 샌더즈(버몬트주) 상원의원이 있기는 하지만 영국과 독일 등 여러 유럽 국가에서 이미 경험한 여성 최고 지도자의 최초 출현이라는 역사성 때문에 힐러리의 대선 후보 지명은 떼놓은 당상이다.
그리고 최근의 NBC 뉴스 여론 조사도 힐러리 진영에 고무적이다. 힐러리가 젭 부시와 마코 루비오 보다 6%, 스콧 워커 보다 10%, 그리고 랜드 폴 보다 3% 앞서 있는 결과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국인들 중 29%만이 공화당을 좋게 보는 반면 43%는 민주당을 선호한다는 여론 조사도 민주당에게 고무적이다.
그러나 클린턴 부부의 백악관 재입성이 기정사실처럼 보여도 걸림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얼마 전에 힐러리가 국무장관 시절 백악관의 지침을 어기고 이메일을 개인 계정으로 주고받은 것이 드러나자 3만개 이상의 이메일을 국무성으로 넘기는 대신 다 지워버렸던 사실은 그의 신뢰성에 얼마간의 의문을 던지는 조약돌 정도의 영향이라 무시해도 될 지 모른다. 하지만 ‘클린턴 현금’이란 제목의 어떤 우파 논객 책의 출판을 전후해서 뉴욕 타임스나 워싱턴 포스트가 빌 힐러리 첼시 재단의 모금 활동에 조명을 비추고 있는 것은 그들의 백악관 재입성에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다. 특히 힐러리 국무장관 재임시절 그의 가족 재단에 주어진 외국회사들과 개인들의 헌금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워싱턴 포스트의 논설위원 겸 칼럼니스트인 루스 마커스의 지적대로 외국회사들이나 개인들이 순수한 동기에서 클린턴 재단 사업에 대한 지지의 뜻으로 헌금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실제로 그렇거나 안 그렇거나 간에 힐러리 클린턴의 관심을 끄는 방법이 그 가족의 재단을 통해서라는 인식에 의해 돈을 기부하게 되었을 수도 있다”는 게 마커스의 주장이다.
빌 클린턴이 한번 연설할 때마다 50만달러씩 받아 백악관을 떠난 이후에 1억달러 이상 수입을 올린 것도 다른 전임 대통령들과 비해 지나치다는 비난도 있다. 그리고 연설 장소와 청중이 외국일 경우, 특히 힐러리의 국무장관 임기 중 외국 세력이미 국무성과의 현안에 관련이 있는 상황에서였다면 1대1의 반대급부는 증명할 수 없어도 모양새가 좋지 않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
5월4일자 워싱턴 포스트지는 1면 기사로 빌 클린턴과 프랭크 기우스트라라는 캐나다의 억만장자와의 관계를 비중있게 다루었다. 우선 2005년 이래 기우스트라의 호화판 자가용 비행기를 클린턴이 26차례 빌려 탔고 그중 반은 동행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우스트라는 클린턴 재단의 이사로 동참하고 있으며 그동안 공개된 것만도 3,270만달러를 재단에 기부했을 뿐 아니라 발표되지 않았지만 1억달러 기부를 언질하기도 했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클린턴과 동행하면서 큰 딜을 성사시켰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클린턴과 동행해 카자흐스탄에 갔을 때 그 나라의 우라늄 광산을 매입하는 대규모 계약을 체결한 적이 있다.
정치세계에서 1년6개월은 아주 긴 세월이다. 그 사이에 힐러리의 등극을 저해할 어떤 변수들과 복병들이 출현할런 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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