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EFA 챔피언스리그, ‘부메랑 비수’모라타 앞세워 챔피언 레알 마드리드 잡아
▶ 원정 2차전 1-1, 합계 3-2로 결승행… 바르셀로나와 격돌
유벤투스 선수들이 승리가 확정된 후 서포터스 앞으로 달려가며 환호하고 있다.
유벤투스(이탈리아)가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를 따돌리고 지난 2003년 이후 12년 만에 유럽 클럽대항전 결승에 복귀했다.
이탈리아 세리에A 챔피언 유벤투스는 13일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벌어진 2014-15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원정경기에서 후반 12분 터진 알바로 모라타의 동점골로 1-1로 비겼다. 지난 주 홈 1차전에서 2-1로 승리했던 유벤투스는 이로써 두 게임 합계 3-2로 디펜딩 챔피언 레알 마드리드를 탈락시키는 기염을 토하며 결승에 진출, 바르셀로나(스페인)와 패권을 다투게 됐다.
바르셀로나는 바이에른 뮌헨(독일)을 합계 5-3으로 꺾고 결승에 선착했다. 유벤투스와 바르셀로나가 격돌하는 결승전은 다음달 6일 오전 11시45분(LA시간) 독일 베를린 올림픽 슈타디온에서 벌어지며 미국에선 공중파인 FOX(채널 11)이 중계한다.
비록 1차전에선 유벤투스가 2-1로 승리했으나 그래도 많은 전문가들이나 팬들은 레알 마드리드가 홈 2차전에서 충분히 한 골차 열세를 극복하고 결승티켓을 차지할 것으로 점쳤다. 그리고 레알 마드리드가 전반 23분 선취골을 뽑아내며 앞서가자 그런 전망은 맞아 떨어지는 듯 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페널티박스 안쪽으로 침투한 하메스 로드리게스에 패스를 넣어준 뒤 하메스가 볼을 치고 들어가는 순간 유벤투수 수비수 죠지오 키엘리니와 충돌하며 넘어졌고 주심은 단호하게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키커로 나선 호날두는 유벤투스의 베테랑 골키퍼 잔루이지 부폰이 다이빙한 한 복판으로 킥을 꽂아넣어 레알 마드리드는 결승 진출에 유리한 고지로 올라섰다. 이대로 경기가 끝났다면 두 게임 합계는 2-2로 동률이 되지만 타이브레이커인 원정골에서 1-0으로 앞서는 레알 마드리드가 유벤투스를 제치고 결승에 오르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후 레알 마드리드는 잇달아 좋은 득점찬스를 잡고도 이를 계속 놓치면서 조금씩 불안감이 쌓여갔다. 41분 카림 벤제마의 날카로운 왼발슛이 골문 왼쪽 아래 코너를 노렸으나 부폰의 선방에 막혔고 잠시 후엔 호날두가 역습상황에서 절호의 찬스를 잡는 듯 했으나 마지막 수비수를 따돌린 뒤 몸의 밸런스가 무너지자 슈팅 대신 크로스를 했다가 찬스를 놓치고 애꿎은 골대만 때리며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결국 전반을 1-0으로 마친 레알 마드리드는 후반 12분 만에 승부의 명암을 바꿔놓은 뼈아픈 동점골을 내주고 말았다. 프리킥 상황에서 문전으로 넘어온 크로스를 이케르 카시야스 골키퍼가 펀칭해낸 볼이 다시 골문 앞으로 날아오자 폴 포그바가 골을 등진 상태에서 헤딩으로 페널티박스 정면으로 연결했고 이를 모라타가 가슴으로 한 번 트래핑한 뒤 왼발로 차넣어 레알 마드리드의 골네트를 출렁였다.
이 골로 유벤투스는 합계 3-2 리드를 잡았고 레알 마드리드는 이후 두 골을 뽑아야 결승에 오를 수 있는 곤경에 몰렸다.
지난해 시즌까지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었던 모라타는 1차전에서도 선취골을 뽑아냈을 때와 마찬가지로 골 세리머니를 하지 않는 것으로 친정팀에 대한 예의를 지켰으나 그의 두 골은 결국 레알 마드리드를 탈락시킨 ‘부메랑 비수’가 되고 말았다.
안방에서 위기에 빠진 레알 마드리드는 급격히 흔들렸고 잠시 후 유벤투스의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에게 결정적인 단독 골 찬스를 내줬으나 카시야스의 신들린 선방으로 완전히 승부가 기울 위기는 넘겼다.
하지만 이후 필사적인 공세를 펼쳤음에도 빗장수비로 꼭 잠긴 유벤투스의 골문은 열리지 않았고 후반 추가시간 골문 바로 앞에서 가레스 베일의 헤딩슛이 크로스바를 넘어가면서 패배가 확정됐다.
안방에서 뼈아픈 탈락의 고배를 마신 레알 마드리드는 이로써 1990년 A.C 밀란(이탈리아) 이후 25년 만에 유럽 정상 2연패와 통산 11번째 우승 도전이 무산됐고 라이벌 바르셀로나와 또 한 번의 ‘엘 클라시코’로 맞설 기회도 잃어 이번 시즌을 무관으로 끝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레알 마드리드는 이미 스페인 수퍼컵과 코파 델 레이에서 우승에 실패했고 정규리그에서도 두 게임을 남긴 상황에서 바르셀로나에 승점 4점차로 뒤져 있어 자력우승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한편 이날 1골을 뽑은 호날두는 대회 통산 77호골과 이번 대회 10호골로 선두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와 타이를 이룬 것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메시는 아직 결승전에서 골을 추가할 기회가 있는 반면 호날두는 이번 대회를 마감했기에 득점왕 레이스도 메시 쪽으로 기울었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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