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에서 오신 현자(賢者) 솔론이여, 지금까지 그대가 보아온 사람 중에 누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가?” 리디아의 왕 크로이소스는 귀한 손님을 맞았다. 아테네에서 20여년간 집정관을 지냈던 그 유명한 솔론이 여행중에 애급을 들려서 리디아를 방문한 것이다. 왕은 철학자이며, 시인이며, 정치가인 솔론의 이름을 전부터 익히 듣고 있었던 터이다.
기원전 6세기 경 오늘날 터키 서부 지역에 있었던 리디아는 토지가 비옥하고 지하자원이 풍부한데다가 백성들은 굳세고 군사는 용맹한 강한 나라였다. 특히 크로이소스 왕 때에는 전성기를 이루어서 왕은 주변의 여러 국가들을 차례로 정복함으로 국토를 넓혔고, 통상 무역을 크게 장려하였으며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금화를 고안하여 유통시킴으로 국가 경제를 크게 부흥시켰다. 더욱이 나라 안에 큰 금광이 발견되어서 나라는 부강하고 왕궁에는 금은 보화가 차고 넘쳤다.
왕은 솔론을 융숭하게 대접을 하면서 당시 세계 최강의 기마군단인 자신의 군대를 사열 시키고, 자신의 보물 창고를 구경 시켰다. 크로이소스 왕은 스스로 인간의 최대 욕망인 부(富) 귀(貴) 영화(榮華)와 권세를 한 몸에 지닌 자기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왕은 박학다식한 이 철학자를 통해서 객관적으로 확인받고 싶어서 “지금까지 네가 본 중에 누가 가장 행복한 사람인가?”라고 물었던 것이다. 그러면 솔론은 당연히 “대왕께서 가장 행복한 사람입니다”라고 할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텔로스라는 아테네 시민입니다” 라고 대답하였다.
크로이스소 왕은 자존심이 상해서 추궁하듯 그 이유를 물었다. 솔론은 답했다. 첫째, 텔로스는 아테네라는 번영하는 나라의 시민 이었다는것. 둘째, 그의 자식들은 모두 훌륭하였으며 아비보다 먼저 죽은 자식이 없었다는 것. 그리고 셋째, 그는 조국 아테네가 적의 침략을 받았을 때 싸워 물리치고 더없이 아름답게 전사하였으며, 시민들은 텔로스가 전사한 자리에 시신을 모시고 국민장의 영예로 장례를 치룬 점을 지적하였다.
뜻밖에 대답에 황당해진 왕은 또 물었다. “다음으로 행복한 사람은 누구였던가?” 그러면 이번에는 물론 “대왕이십니다” 할 줄 알았더니 또 그게 아니다. “다음은 아르고스 사람 클레오비스와 비톤 형제입니다.” 그 형제가 누구냐고 물었더니 “헤라 신전에서 여자들만의 축제가 있던 날 어머니는 정해진 시간안에 신전에 도착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마차를 끌어야 할 말이 오질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두 형제가 말 대신 마차를 끌고 무려 6마일이나 달려서 시간에 늦지않게 어머니를 신전에 모셔드렸습니다.
신전에 모인 모든 사람들은 그 광경을 보고 두 형제의 건강한 체력과 효성스런 마음을 칭찬했고, 어머니는 너무 기쁘고 아들들이 자랑스러워서 헤라 여신에게 간구했습니다. 자기의 이 훌륭한 두 아들에게 인간으로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을 주시라고. 신은 어머니의 기도를 들어 주었습니다. 행사가 끝나고 두 아들은 배불리 먹고 신전에서 잠이 들었는데, 그들은 그 길로 세상을 떠난 것 입니다. 이런 일을 통해서 신은 인간에게 사는 것보다 죽음이 더 낫다는 것을 보여 주었던 것입니다.”
그러자 왕은 더 참지 못하고 버럭 고함을 치며 물었다. “그럼, 나는 그 이름없는 서민보다 덜 행복하다는 말이오?” 솔론은 대답했다. “인간은 우연의 산물입니다. 왕께서는 막대한 재산을 소유하고 있고, 많은 백성들을 다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왕께서 행복하게 생을 마감했다는 것을 알기 전에는 전하의 물음에 대답할 수 없습니다. 만일 어떤 사람이 행복하게 생을 마감하게 된다면, 그런 사람이야말로 행복하다고 불리울 자격이 있는 사람입니다. 누가 죽기 전에는 그를 행복하다고 부르지 마소서. 다만 운이 좋았다고 하소서. 신께서는 행복의 그림자를 언듯 보여 주시다가도 결국에는 파멸의 구렁텅이에 빠뜨리시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시니까요.” 크로이소스 왕과 솔론의 대화를 읽으면서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많이 생각한다. 우리가 “저 사람은 참으로 행복할 것이라” 부러워하는 그 사람은 과연 진실로 행복한 사람인가? (다음 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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