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화[커뮤니케이션 학 박사/영어서원 백운재 대표]
Salt & Light / 소금과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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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am the salt of the earth. I am the light of the world.
나는 세상의 소금이다. 나는 세상의 빛이다.
둥둥둥둥 …… 쉬운 코드에 단순한 퉁김, 그럼에도 깊은 내공이 묻어 나오는 기타 연주. 깊게 파인 양미간, 나이는 곧 70인데, 목소리와 느낌은 여전히 “그건 너!” 예나 지금이나 사람 마음 속 비파를 멋지게 울립니다. 이미 오래 전 <나는 누구인가?>라는 노래를 발표했었는데, 요즘 한창 강세인 복고(復古)의 물결을 타고 다시금 전성기 아닌 전성기(?)를 누리는 가수 이장희. YouTube 화면으로 2013년 실황 정면을 보고 들으매 감회가 새롭습니다. 그런데, .... 왠지 좀 애석한 동정(同情) 또한 금할 길이 없습니다. 아니, 내일 모래 70 나이 아닌가? 공자님처럼 당당하게 종심소욕불유구(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라 외치진 못할지라도, 적어도 ‘나는 누구인가?’를 이처럼 허무하게 노래할 나이는 진작 지나지 않았을까? 이미 오래 전 제법 구수한 노래 <내나이 육십하고 하나일 때>를 발표했던 그분이 <나는 누구인가?>를 사뭇 절규하듯 부릅니다. "나는 물어본다 / 용기 내어 물어본다 / 알 수 없는 하느님께 / 진정으로 물어본다 / 나는 누구인가 / 내 이름 석자 그대로인가 / 창조하신 그 분에게 / 진정으로 물어본다." 늘 간결한 구어체로 노래하는 이장희, 그렇게 묻는다며 시작합니다. 그리고, 약간 ‘삐딱한’ 질문들을 슬며시 들이댑니다.
"그 분이 계시다면 / 왜 대답이 없는 걸까 / 철없는 인생들에게 / 어찌하란 말인가 / 당신은 누구인가 / 좋은 사람인가 아닌가 / 왜 나를 이 세상에 던져 / 오갈 바를 모르게 하나." 앞서 창조주를 이미 인정[?]했던 가수는 왜 있으면서 묵묵부답이냐며 그분을 힐책합니다. 급기야 왜 사람들을 이 세상에 던져 넣었냐고 따지면서 그분의 속수무책을 한탄합니다. 그리고, 항변조로 거푸거푸 묻습니다.
"무슨 까닭에 / 무슨 까닭에 / 무슨 까닭에 / 무슨 까닭에." 그리고 다시 성경에 나오는 ‘전설’[?]을 거들며 하느님 심보를 캐묻습니다. "나는 알고 싶다 / 전설 속의 에덴동산에 / 선악과는 도대체 무슨 이유로 / 치워주질 않았나 / 무슨 까닭에 / 무슨 까닭에 / 무슨 까닭에 / 무슨 까닭에."둥둥둥둥 울려대는 기타줄의 공명 속으로 나이 예순 여덟 가수 이장희가 “그분”께 따져 묻습니다. 그넘의 선악관지 먼지는 머땀시 거따 놔두고 ‘비암’을 시켜 사람을 타락시켜야만 했었느냐는 얼핏 예정론같은 느낌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열 번도 넘게 ‘무슨 까닭’이냐고 거푸거푸 따져 묻습니다. 양눈은 모두 감겨 있고 양미간은 잔뜩 찌푸러져 있습니다.
I am the salt of the earth. I am the light of the world.
나는 세상의 소금이다. 나는 세상의 빛이다.
"Who am I?" 나는 누구인가? 사실 답은 여럿 있습니다. 인도의 성자들은 한결같이 "I AM That!"이라 말합니다. "내가 바로 그것이라!" ‘그것’을 아는 사람은 결국 자신이 바로 ‘그것’임을 알고 있답니다. 선객(禪客)들은 한결같이 ‘오직 모를 뿐!"이라 할(喝)합니다. 안다고 하면 곧 한 방(棒)입니다. 세게 얻어 맞습니다. 모르니 아는 거랍니다.
사람의 아들 예수를 ‘그리스도’로 또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로 믿고 따르는 크리스천들은 또 그들 나름대로 <나는 누구인가?>라는 가수 이장희의 노래에 대답합니다. 닐 앤더슨의 책 제목이 이걸 잘 정리하고 있습니다. "『내가 누구인지 이제 알았습니다』라는 고백을 담담히 그러나 당당하게 내보이는 이 책의 요약은 바로 ‘어둠을 이긴 자’라는 겁니다. "Victory Over the Darkness," 어둠을 넘어서니 내가 환하게 드러나 보이더라는 거죠. 알고보니, 나는 바로 세상의 ‘빛과 소금’이더란 겁니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요… 너희는 세상의 빛이니라”[마태복음 5:13-14] 이게 바로 <나는 누구인가?>의 정체(正體)랍니다.
홀연, <큰 바위 얼굴>이 생각납니다. ‘언젠가 저 바위산과 닮은 얼굴의 위대한 인물이 등장할 것이다’는 전설을 굳게 믿고 살았던 주인공. 그러나, 위대한 설교자가 된 노년의 주인공 어니스트가 곧 <큰 바위 얼굴(Great Stone Face)> 자신이었음을 끝내 몰랐던 주인공. 스스로 세상의 빛이요 소금인 걸 모른 채 남들을 빛과 소금이라 일깨우던 늙은 시인. 그가 바로 <나는 누구인가?>를 노래하는 가수 이장희의 얼굴과 오버랩됩니다.
그리고, 그분 70세 되는 날, 『내가 누구인지 이제 알았습니다』를 노래하는 가수 이장희를 미리 봅니다. 그분이 바로 소금이요 빛이기에. “I am the salt of the earth. I am the light of the world.” 그렇게 노래할 분이시기에.
Shal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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