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 고장, 평창·강릉]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을 위해서는 문화관광 올림픽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경기의 승패뿐만이 아니라 관람객 모두가 문화와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축제로서의 올림픽이 필요하다. 올림픽 경기가 열리는 강원도 평창군과 강릉시·정선군은 이미 훌륭한 자연자원과 문화유산이 있다.
▧ 흥에 취하다
“여기 스키점프 선수들이 서게됩니다. 그리고 아래로 내려간 후 하늘을 날게 됩니다." 알펜시아 리조트를 운영하는 강원도 개발공사관계자의 말을 들으면서 아래를 내려다봤다. 까마득하다. 이런 높이에서 뛸 생각을 하다니….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알펜시아 리조트 스키점핑타워의 스키점프대가 예약된 단체 관광객을 대상으로 모습을 비쳤다. 기존에는 위쪽 전망대에서만 관람이 가능했었다. 스키점프대는 선수 전용이기 때문에 공개가 쉽지 않았지만 올림픽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공개를 결정했다고 한다.
스키점핑타워에 서면 알펜시아 리조트뿐만 아니라 대관령의 풍광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입소문을 타고 연인과 가족단위 관광객들에게 인기다. 타워는 지난 2006년 착공해 2009년 준공됐으며 800만명이 관람한 영화 ‘국가대표’의 촬영지로 주목을 받았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많은 올림픽 경기장을 관람했지만 알펜시아의 스키점핑타워는 특이한 느낌이다. 관광객도 마치 스키점프 선수가 된 것 같은 ‘흥’을 불러일으키는 마법이 있다. 스키점핑타워의 전망대는 지금도 일반에게 공개돼 있는데 스키점프대도 4월부터 별도의 요금을 내면 볼 수가 있다.
▧ 맛과 멋에 취하다
강물이 속삭이듯 소리를 내며 집주위를 돌아 흐르는 신기한 지세다.
입구에 들어서면 수백개 장독이 손님을 반긴다. 방문객들은 사진 찍기에 정신이 없다. 아기자기한 돌조각들이 더 살갑다.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 약 1만평 규모의 한국 전통음식 문화체험관 ‘정강원’(靜江園)이다.
정강원은 비빔밥을 비롯해 김치·전·송편 등의 전통음식을 직접 만들어보고 체험하는 곳이다. 전통 한옥 숙박시설과 음식박물관·놀이시설·농장까지 갖춰져 있다. 주변에는 텃밭이 있어 직접 키운 배추·호박·고추 등 다양한 재료를 직접 채취할 수 있다. 강원도에도 ‘맛’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음식박물관은 볼 만하다. 각종 전통 조리기구 전시와 함께 조리 실습실, 땅을 파서 냉장고를 만든 석빙고, 한복 체험관으로 구성돼 있다. 정강원 측은 “여기에서 배우 이영애가 팬미팅을 했고 드라마 ‘식객’의 촬영장소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평창을 떠나 동쪽으로 가면 강릉이다. 강릉시 죽헌동의 ‘오죽헌’에 가면 빼먹지 말아야 하는 것은 건물 뒤쪽에 있는 자흑색 줄기의 대나무, 즉 오죽(烏竹)이다. 까마귀처럼 검다고 해서 ‘오죽’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이 대나무가 있음으로 해서 이곳이 ‘오죽헌’(烏竹軒)이다. 율곡 이이 선생 같은 훌륭한 아이를 낳으려는 여성들의 필수 사진배경이 됐다. 오죽헌의 별실이자 율곡 선생이 태어난 몽룡실은 조선 중종 때인 16세기 초기에 지어진 우리나라 민가중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에 속한다.
그럼 사임당 신씨는 왜 친정인 오죽헌에서 율곡 선생을 낳았을까. 조선 중기까지 우리나라 혼인풍습은 ‘남귀여가혼’(男歸女家婚)이었다.
흔히 ‘장가(丈家)를 간다’는 말처럼 남자가 처가에 가서 사는 혼인방식이다. 반면 여자가 ‘시집을 가는’ 방식인 ‘친영’(親迎)은 17세기 이후에서야 정착했다. 즉 16세기 사람인 율곡 이이는 부친이 처가에 온 후 태어났고 이것이 당시에는 자연스러운 형태였다.
강릉 멋의 진수는 운정동의 ‘선교장’에서 확연하다. 영조 때인 1703년에 지어졌다고 하니 400여년된 건물이다.
긴 행랑에 둘러싸인 안채·사랑채·동별당·가묘 등이 정연하게 남아 있고 연못 위에 세워진 정자도 있다. 강원도에서는 가장 잘 남아있는 사대부 가옥이다.
[정부, 평창군·정선군·강릉시 레저스포츠 메가시티로 육성]
강원도 관광이라면 누구나 익숙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상은 좀 더 엄중하다. 한때 관광 1번지였던 강원도는 국내 관광시장이 무한경쟁시대로 돌입하면서 오히려 주춤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올해 관광정책 중점추진방안 가운데 하나로 강원도 평창군·정선군·강릉시를 묶어 레저스포츠 메가시티를 육성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들 올림픽 개최지를 묶어 지역 특성을 살리면서 지속적인 관광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평창은 ‘가족 휴양 및 힐링관광’에 특화한다. 사계절 국내 최고의 가족 휴양지이자 자연생태 치유, 힐링관광의 거점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최적의 생체리듬이 만들어지는 해발 700m에 위치하고 있는 장점을 고려, 대관령의 건강과 오대산의 힐링 이미지를 연계할 필요가 있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주요 사업은 대관령 가족 휴양지개발, 오대산 명상·힐링관광지 조성, 노람뜰 녹색 치유단지 조성, 효석 문화예술촌 조성, 평창 송어종합공연체험장 조성 등이 있다.
강릉은 ‘젊음과 낭만의 여행지’로 특화한다. 강릉 도심 폐선철도 문화 공간화, 아트센터 조성, 전통 한옥촌 조성, K컬처 등 특성화 축제개최, 단오제 세계화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정선은 ‘레저스포츠 관광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에코 익스트림 팍 조성, 동강 레포츠 단지, 고한 아트바이크 설치, 정선 5일장 어울림마당, 아리랑 창극 콘텐츠 개발 등이 있다.
<글·사진(평창·강릉)-최수문 기자>
chs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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