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아메리칸 드림’의 실현, 그 자체다. 쿠바계 이민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나 연방의회에 입성했고 이제 미국의 최정상을 향해 대권도전을 선언했다. 지난주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연방 상원의원의 2016년 대선출마 공식선언은 전날 힐러리 클린턴의 선언에 빛을 잃긴 했지만 호소력 있는 웅변으로 전달된 메시지는 상당한 관심을 끌었다.
노력으로 얻은 성공, 내일을 위한 기회와 희망 - 보통 미국인의 가치관 전수를 낙관적으로 약속하는 그의 출마 스피치는 자신의 체험담이어서 힘이 있었다. 이민부모의 땀과 희생, 이민자녀의 꿈과 성공이 생생하게 담겨있어 당적이나 이념과 상관없이 이민자들에겐 감동적이기도 했다.
“많은 나라의 최고위직은 부유하고 권력 가진 사람들에게만 열려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바텐더와 메이드의 아들도 특권층과 똑같은 꿈, 똑같은 미래를 가질 수있는 특별한 나라에 살고 있습니다”
수십년전 쿠바이민들의 미국입국 관문이던 ‘프리덤 타워’에서 “마르코!”를 환호하는 지지자들을 향해 그는 이민가정 공통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내 아버지는 일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셨지요. 그러나 자녀들도 같은 일을하기 원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자신에겐 닫혀있던 모든 문들이 내겐 열리기를 원하셨습니다… 언제나 맨 뒤쪽 작은 바에 서있던 아버지의 아들인 내가 오늘 맨 앞의 연단에 설 수 있게 된 이 여정이 바로 아메리칸 드림의 진수입니다… 미국이 계속 이처럼 특별한 나라로 남을 것인지는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아직도 나와 같은 여정이 가능한가에 달려 있습니다”
2016년 대선은 이제 ‘보이지 않는 예비선거(Invisible Primary)’로 접어들었다. 후보들이 출마선언을 한 후부터 실제 예비선거가 시작되기까지의 기간이다. 캠페인 조직강화에서 득표전략까지 다양한노력이 펼쳐지지만 가장 신경쓰는 부문은 자금모금이어서 ‘돈 예비선거(Money Primary)’라고 불리는데 경선의 선두권은 사실상 이때 결정되는 것이 보통이다.
2016년 공화당 ‘보이지 않는 예비선거’의 킹메이커는 9억달러를 쏟아 붓겠다고선언한 보수진영의 가장 큰손 찰스와 데이빗 코크 형제일 것이다. 그들이 어제 집중지원 대상으로 5명을 꼽았다. 올바른 메시지와 당선 가능성을 기준으로 선정된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와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 이미 출마선언을 한 두명의 연방 상원의원 테드 크루즈와 랜드폴에 더해 낙점된 후보가 루비오다.
사실 루비오는 2013년 초만 해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공화당의 미래’로 각광받았다. 2010년 현직 주지사를 누르고 연방상원에 입성한 그는 확실한 보수신념으로 티파티의 지지를, 합리적 자세로 기득권층의 신뢰를, 젊음과 감동적 연설로 유권자들의 인기를 동시에 유지하는 “선천적 재능을 갖춘” 차세대의 선두주자였다. 공화당의 최대 고민 중 하나인 이민표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대주이기도 했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떠오르던 스타가 빛을 잃고 하락하기 시작한 것은 ‘이민’ 때문이었다. 상원의 포괄적 이민개혁안을 추진하는 ‘초당적 8인방’에 합류한 것은 ‘이민의 아들’인 그에겐 너무나 당연한 선택이었지만 서류미비자의 시민권 취득을 ‘사면’으로 간주하는 극우보수에겐 용서 못할 ‘배신’이었다. 빗발치는 공격에 입장을 바꾼 루비오는 지지를 철회하고 ‘국경강화 우선’ ‘포괄적 아닌 단계별 추진 선호’ 등으로 우물거리며 휘청댔다. 극우표밭의 분노와 이민표밭의 실망을 한꺼번에 산 악수(惡手)였다.
아직 치유 안 된 이민이슈에 더해 43세 초선 상원의원의 경험부족 등 극복해야할 장애는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가장 흥미로운 화두는 젭 부시에 대한 도전이다. 17년 전 플로리다 주지사에 출마했던 부시가 웨스트마이애미 시 커미셔너에 출마한 쿠바계 젊은 변호사 루비오를 눈여겨 보았을 때부터 시작된 정치적 멘토와 멘티의 관계가 라이벌의 경쟁으로 바뀌는 것이다.
상원 출마 당시만 해도 부시가 출마한다면 자신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충성을 표했던 루비오가 이번엔 도전을 선언했다. “어제는 끝났다… 이번 대선은 과거와 미래 사이의 선택이다”라며 67세의 힐러리 뿐 아니라 62세의 부시까지 싸잡아 겨냥하기를 서슴지 않았고 “연설능력 뛰어난 젊은 대통령은 이미 뽑아보지 않았느냐”고 부시도 즉각 반격을 가해왔다. 제 순서를 기다리지 못한 의욕과잉의 젊은 제자와 공직은 ‘이제 그만’이라더니 욕심 도진 스승의 대결 결과는 내년 3월 중순플로리다 예비선거까지는 기다려야 나오기 시작할 것이다.
지난 주말 초기 경선 주인 뉴햄프셔의 행사에 모여든 공화당 잠룡들만 해도 무려 18명이나 되었다. 4명의 상원의원, 4명의 현직 주지사, 6명의 전직 주지사 등 상당한 자질과 경력을 갖춘 후보군이다. 이번 주 CNN 여론조사에서 1위인 젭 부시의 지지도가 17%에 불과하니 아직은 누구도 크게 뒤처지거나 크게 앞서지 못한 예측불허의 싸움이다.
분노와 실망은 샀지만 아직 티파티와 이민표밭에 폭넓게 어필하는 루비오의 전망은 NBC 조사결과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핵심지지층은 없어도 “루비오라면 지지할 수 있다”는 공화당 유권자가 56%로 젭 부시보다 앞선다. LA타임스 표현에 의하면 ‘베스트 세컨드 초이스, 최선의 차선’이다. 현재 최선두권인 부시와 워커가 무너질 경우 루비오에게도 승산이 있다는 뜻이다.
‘이민의 아들’ 루비오가 어디까지 도전할 것인지, 공화 대선전이 한층 더 흥미롭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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