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꽃과 생명의 계절이다. 사월 중순부터 오월 초가 봄의 정점이다.
이 시기가 되면 대지의 온 만물들의 생명이 요동친다. 로마인은 새해를 여는 첫 달을 ‘April’로 정했고 이는 사랑과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고대그리스 여신 ‘Aphrodite’에서 따왔다. ‘May’는 생명의 잉태를 상징하는 고대 그리스 여신 ‘Maia’에서 유래되었다.
그런데 생명의 함성이 진동하고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시끌벅적하는 때가 오면 마음이 더 심란해지는 사람들이 있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다. 세상 사람들은 다 즐거워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자신이 너무 처량해서다. 심한 경우는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정신과 의사들은 4월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우울증 환자에게 자살충동을 제일 많이 부추겨 주는 달이기 때문이다. 나 개인적으론 4월이고민거리를 하나 더 만들어 준다. 환자 자살 염려와 더불어 철새들과의 다툼이다.
매년 봄철이면 철새들이 먼 곳에서 날아와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려고 보금자리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지푸라기와 진흙덩이를 날라다 뒤뜰 패티오의 햇빛 차단막 골조 위에 쌓아놓는다. 그때마나 나는 빗자루로 이를 무참히 쓸어내야 한다. 그냥두면 차단막이 잘 작동이 안되고, 그 아래가 온통 새똥과 지푸라기로 더럽게 되어 위생상 좋지가 않다.
그럴 때 마다 나는 내 자신이 너무 밉다. 이기심으로 뭉쳐진 내 의식의 어두운 부분이 자연을 사랑하는 선한 부분을 억누르고 있는 현실이다.
심리적으로 거의 모든 정신병은어느 면으로 보면 자기 자신과의 불화나 알력 때문에 생긴다. 의식 쪽에서는 자기의 가치관과 도덕적 표준에 따르려 하는데 무의식 쪽에서는 자기의 비도덕적 표준과 타인의 가치관을 지향하여 행동하려 한다. 도덕적 인간의 비도덕적 본성과 비도덕적 인간의 도덕적 본성도 무의식속에 매몰되어 있으므로 인간의 마음은 선과 악을 행하는 양면으로 채워져 있다. 그래서 무의식이야말로 정신병을 키우는 논과 밭이라 말할 수 있다.
프로이드는 인간의 본성을 결합과 사랑을 추구하는 에로스와, 파괴와 해체를 추구하는 죽음인 타나타스로 불렀다. 동시대의 칼 융도 이를 인간의 두 가지 근본충동으로 표현했다. 칼 융은 또한 인간은 두 가지면으로 포장되어 있으며 하나는 의식적 표면에 나타난 선행과 선의 같은 사회적 가면을 쓴 페르소나, 다른 하나는 표면에 드러나지 않고 무의식에 잠재되어 있는 공격과 파괴성같은 인격의 어두운 면을 그림자로 비유하는 개념을 소개했다.
인생여정은 시작과 끝남이 계속되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나쁨을 알면서도 자기에게 유리하면 태연히 나쁜 짓을 자행한다. 어떻게하면 인간의 좋은 면을 높이고 나쁜면을 낮출까? 이는 고금동서를 막론하고 긴 세월, 특히 지난 150년 동안은 철학자, 사회학자, 신학자, 신경 뇌과학자들의 숙제가 되어왔다.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영혼은 본능, 감성, 이성으로 되어있어 이 3가지가 서로 맞물려 삶이 이루어진다고 가르쳤다. 동물들은 본능과 감성은 있으나 이성이 없어 오직 존재와 번식만을 추구하지만 이성을 가진 인간은 동물적 본능을 서서히 길들여서 선과 악을 주관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프로이드는 인간의 모든 정신현상은 인생의 갈등과 긴장으로 부터 유래하는 성적 에너지와 연결되어 있고, 이 성적 에너지를 잘 다스려야만 성숙한 인간이 되는 것이라 했다. 칼 융은 인간의 모든 근본충동을 프로이드가 말한 성 에너지 개념을 넘어 정신적 에너지로 승화시킴으로써 예술이나 선행 등을 추구해야 본형의 인간인 선이 나타난다고 했다. 한편니체는 인간은 자기의 충동에 복종하면서도 그 뒤에 숨어있는 자기 자신을 초월할 수 있는 초인이 되야만 선과 악을 구분할 줄 안다고 소리를 높였다.
신경 뇌과학자들은 이성과 판단의 중추인 전두엽의 기능 증진, 그리고 연민 동정 배려의 중추라 알려진뇌 영역(Insula)을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여러 물리적, 화학적, 약물적 방법을 연구해 왔다. 어느 한 가지 이론만으론 일반화시킬 수 없어 아직까지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결론은 인간이 양면성을 가진 존재인 한 악은 이 세상에서 사라질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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