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회의 칼럼 이솝 이야기를 준비하면서 필자는 아주 흥미있는 사람을하나 만났다. 헤로도토스의 <역사>에 기록된 인물인데 아데네의 정치가이며 시인이며 입법가인 솔론이라는 사람이다.
기원전 6세기, 당시 그리스의 최강 도시국가인 아테네는 총체적인 위기 상황아래 놓여 있었다. 농경지는 늘지 않았는데 인구는 많아져서 먹어야 하는 입이늘어나고, 그나마 농지는 일부 지주들에게 집중되면서 빈부의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평민들이 정치적으로 목소리를 높여서 기득권을 쥔 귀족들과 대립하고, 이런 와중에서 영토문제 때문에 3류 도시국가인 메가라와 전쟁을 했는데 국력이집결되지 못한 관계로 여기에서도 패배했다. 안팎으로 망신살이 뻗친 것이다.
기원전 594년 마침네 아테네 시민들은솔론을 정치 개혁을 위한 집행 조정자로선출했다. 선출된 솔론은 과감하게 시민들의 모든 부채를 탕감시켰고, 부채 때문에 노예가 된 자유민을 해방했으며, 정부예산과 세제를 통해 상공업을 장려하였다. 정치적으로는 시민을 재산 소유에따라 4계층으로 구분하고 정치 참여 비중과 군사의무를 다르게 하였다.“ 재산이많은 사람은 많은 만큼 세금은 더 내라.
그대신 급부로 투표권을 더 가져라” 즉누진세(累進稅) 제도를 최초로 실시한 것이다.
그리고 각 4계층에 100명 씩 골라서400인 위원회를 만들어서 민회에 제출할 안건을 만들게 했다. 이러한 솔론의개혁안은 종래의 귀족지배를 존속시키면서 하층 시민에게도 정치에 참여할 기회를 열어준 것이다. 당시로서는 혁명적인발상이고 지금 평가해도 상당히 합리적인 방안이지만 그러나 솔론이 미처 생각못한 것이있다. 그것은 자기 이익에 연관되는 한 인간은 별로 합리적이 아니라는사실이다.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들은 세금이 많다고 불만이고, 세금을 적게내는 사람들은 자기들 세금 적게 내는 것은 생각 안하고 불공평한 정치적 발언권을 갖는다고 아우성이다. 이런 불만을 최대한으로이용하려는 정적들의 선동에 솔론에 대한 여론이 곤두박질이다. 이대로 가면 앞으로 나쁜 결과가 올것이 뻔한데도 지금당장 내게 득이 된다면 기꺼이 거기에 쏠리는 것이 대중심리이다.
뜻이 올바르고 미래를 염려하는 사람은 항상 소수이고 당장 눈앞에 닥친 자기 이익을 우선하는 대중은 언제나 다수인 것이 동서고금의 정치 현실이다. 솔론은 전후좌우 정치적인 공세를 못 견디고마침내 모든 공직에서 사퇴하고 ‘자의반(半) 타의 반’ 해외 망명길에 오른다.
솔론보다 200년 쯤 뒤에 태어난 플라톤은 자기의 조국 아테네 몰락 원인을 대중 민주주의의 한계, 즉 중우정치(衆愚政治)로 꼽았다. 중우란 공공의 이익보다는개인의 이익만을 먼저 챙기고, 모든 것을자기 중심으로 생각하는 대중을 경계한말이다. 중우정치의 병폐는 첫째, 정치지도자들이 대중적 인기에만 집착하고 대중의 요구에 무조건 부응하는 사회적 병리현상. 둘째, 개인의 능력과 자질 기여도를 고려하지 않는 그릇된 평등관. 셋째, 시민들은 나라를 위한 희생과 헌신 보다는개인의 만족에더 관심을 두었다. 넷째, 진실을말하는 용감한엘리트들은 시민들에게 배척 당했다.
플라톤이 지적한 아테네의 쇠퇴원인을오늘날 우리 대한민국의 정치현실에 대입해 본다. 지난 3년간 예산대비 세수(稅收) 부족이 22조 2000억원이라는데 일부에서는 복지 예산을 더 늘리라고 아우성이다. 학교 무료 급식도 필요한 학생에게만 선별해서 하겠다는데 무조건 모두에게 하라고 소리를 높힌다.
북핵은 이미 실전 배치 단계인데도 대부분 이것을 애써 외면한다. 세월호 사고도 이제 조사 더 해서 나올 것도 없는데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세력은 아직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정치지도자들은국민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하지 않고 국민들에게 아첨하고 대중의 요구에무조건 부응함으로 선거에서 표를 얻으려 한다.
솔론 시대의 아테네처럼 진실을 말하는 용기있는 지도자는 배척당하고 대중조작에 능한 정치 지도자들이 득세한다면, 그리고 건전한 의식을 가진 시민은침묵하고 당장 눈앞의 사탕발림을 원하는 어리석은 시민들만 목소리를 크게 낸다면, 나라는 쇠락의 길을 걸을 수 밖에없다. 대한민국도 그런 길로 가고 있지 않은지, 참으로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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