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퇴하는 미국인 절반 현 생활수준 유지 못해
▶ 소셜연금으로 의료비 벅차... 자녀보다 노후자금 우선을
[당신의 은퇴 준비 충분한가]
매일 1만명의 베이비부머들이 은퇴를 계속하면서 미국 은퇴위기가 멀리 떨어진 남들의 이야기는 아니게 됐다. 이미 미국인 노동자들의 은퇴대비 저축은 최악의 상황을 치닫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많은 미국인들이 은퇴 후 안정된 생활을 거의 하지 못할 수도 있다. 마치 강력한 파워를 간직한 허리케인이 서서히 다가오는 것처럼. 인터넷 경제 전문 사이트 마켓워치는 최근 미국인들의 절반은 현재의 생활수준을 은퇴 후까지 이어가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발표되는 여러 가지 조사 결과를 비교해 보더라도 요즘 미국인들은 과거 세대보다도 편안하게 은퇴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심지어는 미국인 절반 이상은 은퇴 후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생활을 할 것이라는 보고서도 발표됐다. 그렇다면 여기서 “나는 은퇴준비가 충분히 돼 있는가”라고 자문해 봐야 할 때가 됐다.
보스턴 칼리지의 은퇴 연구센터가 1983~ 2013년 미국 근로자들의 ‘재산 대 수입’ 비율을 분석해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방 준비제도의 수입 대비 재산 증식자료를 인용한 연구센터의 보고서에 따르면 비율이 높을수록 재정적 여유는 더 커진다. 수입은 적더러라도 모아둔 재산이 많으면 비율이 높을 것이고 재정적으로 안정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한 가지 반가운 소식은 미국인 근로자들의 ‘재산 대 수입’ 비율은 2013년까지 지난 30년간 일정한 수준을 유지한다는 점이다. 이는 요즘 직장인들이 고용주가 제공하던 연금제도를 가지고 있었던 과거 세대보다도 더 열심히 모으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예전에는 고용주들이 종업원에게 은퇴를 대비한 연금을 제공해줘 종업원들이 별도의 돈을 모으지 않아도 은퇴자금이 자동으로 모아졌지만 요즘은 연금제도를 시행하는 일반 회사들이 거의 없어 종업원들이 직접 은퇴를 대비한 재산을 모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2013년의 경우 62~64세 미국인들은 수입의 3배와 맞먹는 재산을 모으고 있었다. 이는 1983년 수준보다 약간 낮은 수치였다. 재산이란 401(k)나 IRA, 홈 에퀴티와 같은 금융자산을 포함하며 수입은 임금과 운영수입, 재정자산 수익 등을 말한다.
따라서 요즘 근로자들은 이전 세대보다 은퇴에 대비해 더 많은 돈을 모아둬야 한다. 이는 과거 30년 전에 비해 은퇴상황이 더욱 좋지 않게 변했기 때문이다. 과거의 방식대로 산다면 결코 편안하고 안락한 은퇴생활을 할 수 없게 된다.
1979년의 경우 모든 일반회사 근무 근로자들의 28%는 고용주가 종업원을 위해 제공하는 연금(펜션) 플랜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2011년까지 이 수치는 3%대로 떨어졌다.
1980년대 초반에는 이자율이 두 자릿수로 높았다. 이는 많은 은퇴자들이 이자 수입만으로도 편안한 은퇴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요즘은 이자율이 거의 0%다.
▲ 소셜 시큐리티
소셜 시큐리티가 당장 어떻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무더기 은퇴행렬이 이어지면서 소셜 시큐리티에 대한 다소 간의 조치는 불가피해지게 된다.
많은 전문가들은 연방 정부나 의회가 소셜 시큐리티 재원 마련을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예측한다. 미국은 이미 1980년대 한 차례 은퇴연령을 조정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며 소셜시큐리티 시스템을 정비했다. 당시 의회는 50년 후 소셜시큐리티 재정 불이행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때가 2033년이다.
물론 연방 의회에서 1983년과 같이 은퇴연령을 올리고, 세금을 인상하며 다시 채무불이행 사태를 방지할 것이 확실하다.
그렇다고 연방 정부에만 맡길 수는 없다. 나름 소셜 시큐리티의 축소나 조정에 대비한 전략을 필요하다. 요즘은 장수시대여서 이전 세대보다 훨씬 더 많은 은퇴대비 자금이 필요하다.
여기에 건강관련 의료비 지출의 자기 부담금 역시 은퇴자들의 모아둔 자금을 갉아 먹는 주요 요인이 된다.
예전에는 은퇴 직원들에게도 건강보험을 제공하는 회사들이 많았다. 이 건강보험이 은퇴자들에게는 큰 도움이 됐었다. 하지만 요즘 은퇴 직원들에게까지 건강보험을 제공해 주는 일반 회사들이 거의 없다.
65세 이상자들에게 제공되는 연방 정부 메디케어에 의존하면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메디케어가 만능 해결사는 아니다. 자신이 부담해야 하는 현금 부담금이 만만치 않다. 약값 또한 가난한 은퇴자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최근 의료비용 데이터를 분석하는 ‘헬스뷰 서비스’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55세 부부가 10년 후인 65세에 은퇴한다면 의료비용이 이들 부부의 평생 받는 소셜 시큐리티 베니핏의 90%가량을 갉아 먹는다는 것이다.
이 분석 결과가 당장 이들 부부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65세에 은퇴한다고 해도 당장은 상대적으로 건강상태가 좋아 별로 큰 의료비 부담은 없다. 하지만 매년 건강비용이 5~6%씩 증가하게 돼 있고 대부분의 경우 나이가 들수록 의료비 부담은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나게 돼 있다.
한편 소비자 물가지수에 따른 소셜 시큐리티 베니핏의 매년 증가비율은 이를 감당하지 못한다. 결국 장기간에 걸쳐 그 차이는 더욱 더 벌어지게 돼 있고 나이가 들수록 의료비 증가분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 생활수준 하락
은퇴 연구센터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데이터를 이용해 ‘전국 은퇴위험지수’(National Retirement Risk Index)를 만들었다.
이 지수는 세대주가 은퇴 후에도 일을 하면서 살았을 때와 유사한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말해 주는 수치다.
센터는 미국인 세대주의 절반가량은 은퇴 후의 생활수준을 은퇴 전과 같이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는 최고를 최악의 희생과 맞바꿔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살고 있는 집을 줄여 아파트로 이사를 가 살아야 한다. 또 음식을 사 먹을 것이냐 아니면 약을 사 복용할 것인가를 놓고 선택해야 하는 처지에 몰릴 수도 있다.
그렇다고 부정적인 의미만은 아니다.
대다수의 미국인들은 자녀들이 대학을 졸업해 분가하면 그들의 씀씀이를 줄일 수 있을 것이고 결국 은퇴에 필요한 충분한 자금을 모으기 시작한다고 은퇴연구소는 아울러 분석했다.
그런데 이면에는 자녀들이 분가를 했다고 해도 완전히 재정적 독립을 이룰 때까지 자녀들을 돕느라 제대로 자신들을 위해 돈을 쓰지도 못하는 애매한 상황에 처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걱정만 없어도 부모들은 자녀에게 쓸 돈을 은퇴대비 자금으로 모아둘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들이 은퇴를 한다고 해도 자녀들이 집에서 살 때보다 더 돈을 적게 쓸 수 있고 결국 지출이 줄어들어 적은 자금으로도 안정된 은퇴생활을 할 수 있다고 은퇴연구소는 지적했다.
▲ 문제의 핵심
반대로 재산 대 수입비율은 매우 중립적 기준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은퇴연구소는 이 수치를 보면 문제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자신의 재산과 수입의 비율을 비교해 보면 현재 어느 정도의 수준에 도달해 있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는 말이다.
텍사스텍 대학의 재정 플래닝 담당 해롤드 에번스키 교수는 문제의 핵심은 은퇴연령에 다가올수록 가능한 한 많은 돈을 무조건 모아두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재산 대 수입비율을 극대화 하는 것만이 미래의 안정된 은퇴생활을 보장받는 길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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