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베이너 연방 하원의장에게 지난주는 금년 들어 가장 기분 좋은 한 주였을 것이 틀림없다.
상하 양원의 다수당으로 새 회기를 개막하고도 첫 두 달여를 고전하며 휘청대던 공화당 의회가 지난주 처음으로 ‘승리다운 승리’를 거둔 것이다. 양원 모두 공화당의 보수이념을 확실하게 버무려넣은 각각의 예산결의안 채택에 성공했고, 하원은 오랫동안 미뤄온 메디케어 진료수가 관련 개선안을 초당적 지지로 통과시켰다.
지난해 중간선거 압승 이후 수권능력 증명을 다짐했던 공화당 지도부의 첫 2개월은 힘든 적응기였다. 245명이라는 압도적 다수를 거느린 하원지도부는 50명의 강경보수파를 길들이지 못해 매번 발목을 잡혔고, 60석 수퍼머조리티를 확보 못한 상원 공화당은 단합하는 민주당 필리버스터 벽에 부딪쳐 두 손을 들어야 했다.
온라인 정치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정리한 공화당 의회의 첫 두 달은 지지부진이다. 분위기도, 생산성도 평균 이하다.
1월의 시작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개회 둘째 날 상하원은 테러보험 관련법안을 초당적으로 통과시켰고 대통령도 기꺼이 서명했다. 그러나 그것이 1월 중 입법화된 유일한 법안이었다.
하원에선 의례적이었어야 할 베이너의 하원의장 재선출이 티파티의 반란으로 간신히 턱걸이하는 바람에 갈등의 분위기가 계속 감돌았고, 오바마케어 폐지와 이민행정명령 무효화 등 입법 불가능한 ‘메시지’ 법안들이 줄줄이 상정되었다, 상원은 한 달 내내 캐나다 오일을 텍사스 정유소로 실어 나를 키스톤 XL 송유관 건설법안에 매달렸다. 상하원 모두 통과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줄곧 경고해온 대로 거부권을 행사했고 공화당 의회가 첫 우선과제로 별러왔던 키스톤 법안은 1월의 노력과 시간을 소모시킨 채 무산되었다.
2월은 ‘악몽’이었다. 2월도 양원 만장일치 통과에서 대통령 서명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된 자살예방법 입법화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그뿐 나머지 한 달은 국토안보부 예산안의 볼모가 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대통령의 이민행정명령 무효화를 다짐하며 국토안보부 예산안을 볼모로 잡았던 공화당 의회가 상원 민주당의 완강한 저지선을 뚫지 못한 것이다.
베이너 하원의장과 미치 매코넬 상원 공화당 대표간의 불편한 냉전으로까지 치달았으나 국토안보부 셧다운의 오명을 감수할 수 없었던 다수당의 리더들은 이민행정명령 무효화를 포기하고 결국 백기를 들었다. 행정명령 무효화 조항을 뺀 국토안보부 예산안에 특히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대거 반발하는 통에 민주당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통과시킨 베이너는 민주당에 빚을 진채 리더십에 상처를 남겼다.
1월과 3월 탈세와 공금관련 윤리문제로 2명의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사임하는 불미스런 사태가 빚어졌고 백악관과 사전협의 없는 하원의 이스라엘 총리 초청, 공화당 상원의원들의 이란지도부에 대한 공개서한 발송 등 공화당 의회의 외교적 시도 역시 득보다 실이 많은 논란을 불렀다.
반전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한 것은 3월 중순을 넘기면서였다. 부활절 휴회를 눈앞에 둔 지난주는 공화당 의회의 성패를 좌우할 운명의 시기로 관심을 모았다.
통과해야할 관문은 예산결의안 채택이었다. 오바마케어 폐지, 5조 달러가 넘는 지출삭감, 10년 내 균형예산 실현 등 평소 공화당의 희망사항이 담긴 상하원 예산안들은 민주당 뿐 아니라 공화당 내에서도 적지 않은 반대에 부딪쳤다. 국방 매파와 재정 보수파가 대립하고, 2016년 재선과 대선에 출마하는 의원들의 입장이 제각기 충돌했다. 그런데 이들을 어르고 달래서 ‘예산안 통과’라는 울타리 안에 몰아넣는 데 성공한 것이다.
물론 공화당 시각에서의 성공이다. 정치적으로 불가능한 정부서비스 대폭삭감, 세수입 보장 없는 국가부채 감축과 균형예산 실현 등은 비전문가의 눈에도 ‘정치적 판타지’라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그리고 예산안은 법적구속력이 없다. 다수당의 이념적 청사진에 가깝다. 앞으로 상하원 합의안으로 만들어진 후 ‘조정과정’을 거쳐 세출법안으로 입법화되어야 하는 복잡한 여러 절차의 첫 단계일 뿐이다.
그러나 어쨌든 지난 회기 민주당 상원은 제안조차 안했던 예산안을 작성해 민주당 전원의 반대와 일부 공화당의 이탈에도 불구, 가까스로 이지만 채택에 성공했으니 당장은 ‘승리’로 자축할만하다. 특히 지난 10여년 의회가 임시방편으로 대처해온 메디케어 의료진에 대한 진료수가 인상방식을 합리적으로 개선한 법안을 하원에서 압도적으로 통과시킨 것에 대해선 백악관에서도 찬사를 보내고 있다.
문제는 이런 승세의 지속여부다. 전망은 별로 장밋빛이 아니다. 공화당이 의사당을 길들였다고 말하기엔 아직 한참 부족한데 앞으로 해결해야할 난제는 산적해 있어서다. 당내 티파티는 사사건건 투쟁을 다짐하며 여전히 기세등등한데, 당 밖엔 레임덕답지 않게 과감해진 대통령, 손 내밀기와 벽 쌓기를 번갈라가며 공화당 내분을 십분 활용해 입지를 날로 강화해가는 민주당이 포진해 있다.
공화당 의회 첫 3개월의 성적을 “노력은 A, 결과는 C”라는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의 평가는 공화당의 시각이니 반 정도만 믿는다 해도 공화당이 3월의 승리로 리셋버튼을 누른 것은 확실해 보인다.
정말 오랜만에 ‘아무것도 안하는’ 의회에서 ‘무언가 한’ 의회가 되었다는 뿌듯함을 맛본 연방의원들은 요즘 세계 각지를 누비며 부활절 휴가를 즐기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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