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도 아닌 개를 다 입양하다니? 그것도 시각장애인 안내견이나 폭발물·마약 탐지견도 아니고 식용개를? 미국의 동물보호단체들이 지난 1월에 이어 3월에도 한국의 식용 개 농장에서 약 80여 마리를 미국으로 입양하였다는 기사를 읽었다.
더구나 단순히 값을 치르고 개만을 입양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식용개 농장을 폐쇄하고 농작물을 재배하여 수익을 얻겠다는 약속도 농장주에게 받아내고, 농장 전환 자금까지 지원하면서 개들을 입양해 왔다니 참으로 신선하고 고마운 마음이 든다. 도살되어 보신탕집으로 갈뻔한 개들에게는 아마 최고의 행운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 아직도 이른바 개고기 문화가 있어 동물애호가들이나 외국나라들로부터 심심치 않게 비판을 받는 데서 오는 고국의 문화에 대한 자괴감도 있었다. 고국은 매년 약 200만 마리의 개들이 도살되어 식용으로 팔린다고 한다. 이 정도면 식용 개 농장들이 얼마나 많은 지 그 수를 어림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 후면 도살장으로 보낼 식용 개들이니 그들이 사는 사육 환경이 나쁜 것은 더 말할 나위 없을 것이다. 물론 한국에도 개와 동물을 사랑하는 동물단체나 사람들이 있어, 버려진 애완동물을 자비를 들여 돌보는 헌신적인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사회의 전반적인 개고기 문화를 막기에는 아직 역부족인 듯하다.
식용개의 미국입양, 바꾸어 표현하여 고국의 식용 개 수출(?)이라는 부끄러운 일은 더 이상 일어나서는 안 될 것이다. 이번 기회에 한국의 개고기 문화 나아가 보신문화에 대한 깊은 성찰과 인식 전환이 있어야 할 것이다. 아직도 보신탕을 한국적 음식이라거나 남성다움의 표현으로 여기거나, 미식가의 식도락 만족이나 건강을 위한 보양식으로 삼는다면 개고기 식용과 관련하여 국내외적 비판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개고기 식용은 한국의 특별한 문화라며 문화적 차이를 들어 찬성하는 경우가 있다. 일견 타당해 보이지만 찬성의 근거로 삼기에는 약하다. 문화가 무엇인가? 문화는 고정불변이 아니다. 문화는 과거와 현재 곧 과거의 전통과 오늘의 시대정신에 의하여 끊임없이 변화되는 사회적 역동성과 창조성의 산물이다. 문화라는 이름으로 고대시대의 순장 제도나 봉건 시대의 가부장 제도를 아직도 고집 할 수 없듯이, 개고기 문화 역시 새로운 시대정신에 비추어 맞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오늘날 동물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특별히 개는 애완동물에서 반려동물로 이해되고 있으며, 사람과 감정적 교류가 가능하다. 알고 있는 미국인 지인들은 가족을 소개할 때 대부분 가족과 함께 기르는 개나 고양이를 소개한다. 개는 단순히 집을 지키던 동물에서, 이제는 인간과 삶을 함께 하는 정서적 동반자가 되었다. 어떻게 먹을 수 있겠는가?다음으로 개고기의 영양가를 들어 식용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어쩌면 고국의 개고기 문화도 변변히 먹을 것이 없던 시절, 영양을 보충하기 위하여 시작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개고기 말고도 맛과 영양가를 지닌 음식이 넘쳐난다. 그러므로 지금도 영양 측면에서 굳이 개고기를 주장하려면 개고기의 영양학적 우월성에 대한 과학적 입증이 필요하다. 만약 그 효과가 다른 음식에 비하여 탁월하고 대체할 영양소가 없다면 회복 중의 환자나 노약자들에게 극히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것을 검토해 보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끝으로 동물을 사랑하고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동물을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나 개인의 건강이나 미각을 위하여 무엇이라도 먹겠다는 보신주의, 동물을 인간의 종속물로만 바라보는 인간중심주의를 넘어 동물도 생명으로서 권리, 곧 동물권과 동물복지가 있어야 함을 받아들여야 한다.
동물사랑과 인간사랑은 함께 가야 할 길이다. 동물 애호가는 그 마음을 굶주림과 병으로 고생하는 사람에게로 넓혀야 하며, 동시에 인간사랑과 세계 평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 마음에 동물사랑을 품어야 한다. 이 지점이 유별난 보신문화의 종점일 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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