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미술 선구자 로버트 어윈·제임스 터렐 대표작 ‘미러클 마일’ ‘라이트 레인폴’ 구입
▶ 서예작품전·현대미술전·20세기 미술전... 한국 관련 획기적인 3개의 전시회 마련
[라크마 ‘더 현대 프로젝트’ 내용]
참으로 꿈같은 일이다. 현대자동차와 LA 카운티미술관(LACMA)이 런칭한 ‘더 현대 프로젝트’(The Hyundai Project) 말이다. 앞으로 10년 동안이나 라크마의 한국미술과 테크놀러지 아트를 전폭 지원한다는 소식은 기쁨을 넘어서 놀라움과 감격, 그리고 뿌듯한 자부심을 안겨준다. 미국에서 열악하기 짝이 없는 한국 문화예술 현장을 접할 때마다 “돈 많은 한국의 기업들과 재벌들은 다 뭐하나” 싶은 생각이 들곤 했는데 현대가 처음으로 그 막연한 원망과 소망을 단번에 날려주었다. 부디 많은 기업들이 이를 본받아 ‘문화 한국’의 이미지와 위상을 높여주길 기대해 본다.
‘더 현대 프로젝트’는 한국미술만을 지원하는 문화예술 사업이 아니라, 테크놀러지를 동반하는 미래의 예술까지 폭넓게 지원한다는 점에서 더 가치 있고 성숙한 파트너십이다. ‘아트+테크놀러지’와 ‘한국미술 연구기금’, 두 가지로 나뉘어 추진되는 프로젝트의 내용을 소개한다.
◆ 아트+테크놀러지(Art+Technology at LACMA)
* 아트+테크놀러지 랩
미술과 기술의 결합을 시도하는 ‘아트+테크놀러지 랩’은 라크마가 1967년부터 71년까지 운영했던 ‘아트 & 테크놀러지’를 본 따 만든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지난해 현대 지원으로 인해 다시 시작됐다. 60년대의 아트 & 테크놀러지는 당시 혁신적인 프로그램이었으며 이를 통해 앤디 워홀, 제임스 터렐, 로버트 어윈, 로버트 라우셴버그 등 젊은 작가들의 실험적 작업을 지원하여 현대미술의 태동을 도왔다. 현재 아만슨 빌딩의 작은 전시실에서 관련 전시(From the Archives: Art and Technology at LACMA 1967~1971)가 열리고 있다.
현대 프로젝트가 출범시킨 ‘아트+테크놀러지 랩’은 새로운 과학과 테크놀러지를 예술과 접목시키는 혁신적 작가들을 지원하게 되며 기금뿐 아니라 물적 자원, 실험실 공간과 시설 등 포괄적 지원을 제공한다. 이미 2014년에 6명의 작가들에게 첫 그랜트가 지급됐으며 두 번째 그랜트 수혜자들이 다음 달 발표된다.
* 로버트 어윈과 제임스 터렐의 작품 구입
로버트 어윈(Robert Irwin)과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은 라크마의 오리지널 아트 & 테크놀러지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작가들로, 이를 기반으로 예술의 인식과 경험에 많은 연구를 남긴 현대미술의 선구자들이다.
라크마 50주년 기념으로 현대가 펀드를 지원하여 라크마가 영구소장하게 된 어윈의 작품 ‘미러클 마일’(Miracle Mile)은 2008년 브로드미술관(BCAM)의 윌셔쪽 외벽에 설치된 36피트 길이의 대형 설치물로 형광 튜브 66개의 직선 배열을 통해 빛과 색과 재료의 속성을 재해석한 장소 특수적 작품이다.
‘라이트 레인폴’(Light Reignfall) 또는 ‘퍼셉추얼 셀’(Perceptual Cell)로 더 잘 알려진 터렐의 작품은 2년 전 라크마에서 열린 제임스 터렐 회고전에서 선보였던 원구형 체임버로, 한 사람씩 들어가 12분간 누운 채 빛을 시각과 지각의 반응으로 체험하는 작품이다.
* 다이애나 테이터 작품
전오는 11월22일부터 내년 4월17일까지 열리는 영상설치의 선구자 다이애나 테이터 작품전을 후원한다. LA 작가인 테이터는 필름, 비디오, 설치를 매개로 인간과 자연의 상호작용에 관해 탐구하고 있다. 시간과 차원을 통한 특별한 공간작업은 관람객들에게 불화와 조화를 동시에 경험하게 한다.
◆ 한국미술사 연구기금(Korean Art Scholarship Initiative)
더 현대 프로젝트를 통해 라크마의 큐레이터들은 향후 10년간 3개의 획기적인 한국미술 관련 전시를 기획하게 된다. 지원은 전시와 연구뿐만 아니라 심포지엄, 온라인 사업, 출판물 간행을 포함한다. 마이클 고반 관장은 “3개 전시 중 한국 서예전과 20세기 한국미술전은 해외 미술관이 처음 시도하는 전시회라 의미와 기대가 크다”며 “충분한 시간이 있는 만큼 심도 있는 전시를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 2018년 한국 서예전
미국의 많은 미술관들이 한국의 전통미술 전시와 소장에 점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서예작품(한문과 한글)에 대한 전시와 소장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라크마는 미국에서 처음으로 한국 서예의 아름다움과 오랜 역사를 아우르는 전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 2022년 한국현대미술전
라크마는 2009년 한국작가 12인의 그룹전 ‘당신의 밝은 미래’를 통해 한국의 현대미술을 주류사회에 소개한 바 있다. 2022년에는 이보다 훨씬 더 크고 심도 있는 기획을 통해 세계 화단에서 각광받고 있는 한국의 콘템포러리 아트를 조명하게 된다.
* 2024년 한국 20세기 미술전
미국의 많은 미술관에서 한국미술의 전시와 소장은 이제 시작단계이며, 대부분 삼국시대와 조선시대 전통 미술품에 국한돼 있다. 그러나 조선시대 이후부터 현대 한국을 잇는 20세기 한국미술의 발전에 관해서는 어떤 미술관에서도 제대로 조명한 적이 없다. 라크마는 한국 미술사에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이 시기의 모던 아트에 대해 메이저 기획전을 준비하고 있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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