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수명 100세 시대가 눈앞이라지만 사실은 오래 전에 도래한 모양이다. 연방정부의 소셜시큐리티(사회보장 연금) 수혜 대상자 가운데 112세 이상 노인이 지난해 무려 650만명이었다. 물론 이 숫자를 믿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실제 그 정도로 나이 많은 노인은 전 세계에 42명뿐이고 미국인들 중 100세를 넘긴 노인을 통틀어도 7만2,000명 정도이다.
성경의 모세만큼 장수하는 노인이 이처럼 많은 이유는 모세처럼 사망확인이 안 된 탓이다. 사회보장청(SSA) 장부의 최고령자는 146세(1869년 생)이다. 모세보다 26세나 많다. 하지만 SSA가 복마전은 아니다. 실제로 연금을 받는 112세 이상 노인은 13명이다. 사망자 수백만명의 소셜시큐리티 번호가 살아 있어서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게 문제이긴 하다.
현세인도 3,500년 전의 모세만큼 장수할 수 있다고 믿는 저명한 의사가 있다. 한국 태생인 캘리포니아주 팔로 알토의 윤준규 씨다. 헤지펀드 투자가이기도 한 윤씨는 작년 ‘팔로 알토 장수상’을 제정하고 인간수명을 120세 이상 연장시킬 수 있는 생명코드를 찾아내는 연구팀에 상금 100만 달러를 주겠다고 공표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15개 팀이 참여하고 있다.
모세보다 더 오래 산 현세인이 있었다. 지난 1997년 122세로 사망한 프랑스의 진 칼멩 할머니다. 출생기록을 근거로 인류 역사상 최장수자로 기록됐다. 그녀보다 나이가 훨씬 많다고 우기는 다른 할머니가 있다. 아직도 생존해 있는 멕시코의 레안드라 룸브레라스이다. 생일이 1887년 8월 31일로 127세라고 주장하지만 출생기록이 없어 공인받지 못한다.
현재 세계 최고령자는 일본의 미사오 오카와 할머니다. 두 달 후 만 117세가 된다. 그녀보다 두 달 늦게 아칸소에서 태어난 저트루드 위버 할머니는 세계 2위 겸 미국 내 최고령자로 남북전쟁도 겪었다. 그 뒤를 조지아의 제랄린 탤리(116), 앨라배마의 수자나 존스(116세), 이탈리아의 에마 모라노(116세), 영국의 글래디스 후퍼(112) 할머니가 잇는다.
한국엔 최고령자가 없다. 사실은 너무 많다. 주민등록상 100세 이상 노인은 2011년 현재 2,862명이었다. 그들 중엔 132세(1879년생)도 두 명 있었는데 실제로는 90대 중반이었다. 호적이 잘못된 탓이다. 각 지방 또는 기관마다 최고령자 집계가 다르다. 일제치하에선 자녀, 특히 딸의 출생신고를 미루다가 나중에 이장이나 동장이 어물쩍 올리기 일쑤였다.
볼티모어 인근의 한 은퇴자 동네에서 지난 11월 고령자 축하파티가 열렸다. 주빈 10명의 나이가 100~107세로 합산할 경우 1,000살을 훌쩍 넘었다. 결혼 76주년을 맞은 노부부도 있었다. LA 근교인 로마 린다도 장수촌으로 꼽힌다. 주민 3명 중 1명이 안식교인이다. 이곳에선 80대가 노인 축에 못 든다. 95세까지 일하다가 100세에 은퇴한 의사도 있었다.
연방 센서스국은 미국인의 기대수명이 현재 78.8세(여자 81.2세, 남자 76.4세)지만 2050년까지는 80대 중반으로 늘어나고 나중 90대 초반에 다다를 것으로 예견한다. 유엔 전망은 더 장기적이다. 2300년까지 100~106세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닥터 윤의 ‘팔로 알토 장수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는 한 현세인이 모세처럼 120년을 살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장수 자체가 미덕은 아니다. 한민족의 염원인 조국통일이 대박 아닌 혼란일 수 있듯이 장수도 축복 아닌 재앙일 수 있다는 말이 점점 더 큰 설득력을 갖는다. 한국은 25년 후인 2040년쯤 인구 3명 중 1명이 노인인 초고령 사회가 될 전망이다. 젊은이 100명당 부양해야 하는 노인이 지난해 17.3명에서 2040년엔 57.2명으로 늘어난다. 2명 당 1명 이상 꼴이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장수문제에 관심이 가는 건 인지상정인 모양이다. 요즘 동창들이 보내오는 이메일은 십중팔구 ‘장수 비결’이나 ‘노후 건강유지 요령’ 따위로 모두 비슷한 내용이다. 건강하게 오래 살면 개인적으론 축복이겠지만 가족이나 사회엔 짐이 될 소지가 많다. 한 친구가 어제 ‘팔팔팔팔일이사’하라며 덕담 이메일을 보내왔다. 마음에 쏙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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