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생동물 나타나면 깜빡깜빡... 로드킬·충돌사고 예방에 효과적
▶ 도로 곡선 따라 초점 자동 이동... 조명 범위 170도까지 ‘사각’ 없게
레이저 헤드라이트를 장착한 아우디 R8 LMX가 질주하는 모습. <아우디 제공>
최신 지능형 헤드라이트는 평상시 상향등을 켜고 달리다가 전방에 차량이 나타나면 좌우 헤드라이트의 조사각을 벌려 어둠 속으로 상대 차량을 통과시킨다.
[스마트해지는 헤드라이트]
자동차 전조등(헤드라이트)은 곧잘 눈에 비유된다. 전면 좌우측에 자리한 모양새도 그렇지만 어둠을 밝혀주는 기능적 측면 때문이다.
자동차의 첫 인상을 결정하는 헤드라이트가 최근 들어 상당히 똑똑해지고 있다. 조명이라는 1차적 역할을 뛰어넘어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운전자의 눈부심을 방지하는 안전기능까지 갖춰가고 있다.
■ 빛을 가르는 헤드라이트
현존하는 헤드라이트 신기술은 빛을 가르는 것으로 집약된다. 앞쪽에 다른 차량이 없을 때 좌오른쪽 헤드라이트가 상향등을 켜고 달리다가 전방에 차를 감지하면 상대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하지 않도록 빛을 비추는 각도를 알아서 벌린다. 빛이 닿지 않는 어둠 사이로 다른 차를 통과시키는 것이다. 아주 가까이 다가오면 자동으로 상향등을 껐다가 다시 켠다. 감지기의 탐지 범위가 1㎞에 이르러 상대 운전자에게 눈이 부신 느낌을 전혀 주지 않는다.
머세데스 벤츠는 지난해 11월 선보인 더 뉴 제너레이션 CLS 클래스에 이 기술을 적용했다. 1초에 100번씩 조명 패턴을 계산해 발광다이오드(LED) 모듈에 있는 24개의 개별 고성능 LED를 신속하게 조절하며 밝기를 255단계로 조절한다.
■ 빛으로 로드킬 예방
밤길을 고속 운전하다가 앞에 고양이, 고라니 같은 야생동물이 나타나면 아찔한 순간이 발생 할 수밖에 없다. 충돌을 피하기 위해 운전대를 잘못 꺾으면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동물보호 단체들은 동물들이 헤드라이트 빛을 보면 몸이 굳어져 차를 피하지 않으니 헤드라이트를 아주 잠깐이라도 껐다가 켜라고 권고하지만 급박한 순간에 이를 지키는 게 쉽지 않다. 그러나 최근 나온 헤드라이트는 이런 일도 대신해 준다.
BMW는 적외선 카메라가 300m 전방에 있는 보행자나 동물을 감지해 충돌할 가능성이 있으면 헤드라이트를 깜박거리게 만드는 나이트 비전을 2013년에 내놓았다. 현재 뉴 7시리즈에만 고급 옵션으로 적용돼 있지만 장착 차종이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아우디의 매트릭스 LED 헤드라이트도 동물이나 사람에게 정확하게 초점을 맞춰 깜박거린다.
■ 먼저 움직이는 똑똑한 길잡이
운전대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헤드라이트가 돌아가는 기능은 이미 10여년 전 대중화 됐다. 하지만 최근에 나온 헤드라이트는 좀 더 앞선 기능을 지니고 있다.
아우디 A8에 장착된 헤드라이트는 내비게이션의 지도를 기반으로 운전자가 운전대를 돌리기 전에 도로의 곡선을 따라 조명의 초점을 자동으로 움직인다. 머세데스 벤츠의 멀티빔 LED 인텔리전트 라이트 시스템은 원형 교차로를 미리 인식해 빛을 비추는 범위를 거의 170도 가까이 확대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야간에도 사각지대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 헤드라이트 어디까지 진화하나
향후 헤드라이트는 운전자나 보행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까지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기술은 직진성이 강한 레이저를 광원으로 쓰게 되면서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다가와 있다.
아우디는 디지털 마이크로 디바이스(DMD) 기술을 토대로 다양한 가능성에 도전하고 있다. 핵심은 레이저를 조절하는 수십만개 초소형 거울이다. 마이크로미터 급의 이 거울은 정전기를 이용해 초당 5,000번 이상 빠르게 각도를 바꿀 수 있고, 밝기와 조명 각도를 미세하게 조절한다.
필요에 따라 레이저로 화살표 모양을 만들어 운전자에게 진행방향을 안내하거나 공사구간에서 안전한 경로를 그릴 수 있다. 정지 때 빛으로 횡단보도를 그려 보행자가 안전하게 길을 건너는 것을 돕는 것도 가능하다. 아우디 관계자는 “DMD 기술 덕분에 조명패턴이 거의 무한대로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헤드라이트는 대단히 지능화되고 있지만 그 역사는 채 150년이 되지 않는다. 1885년 벤츠자동차 설립자인 칼 벤츠가 최초의 렌턴식 전조등을 개발하면서 자동차의 눈을 만들었다. 탄소 필라멘트를 이용한 전구는 별로 밝지 않았지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고틀립 다임러가 1889년 2기통 565㏄ 1.65마력 엔진을 얹은 차량을 파리 박람회에 출품했는데 속도는 시속 18㎞에 불과했다.
1918년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이듬해 파리 평화협상과 베르사이유 조약을 통해 세계는 평화국면으로 접어들었지만 자동차 업계는 고성능 차량 개발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1926년 독일 오펠이 최고속도 시속 238㎞에 이르는 로켓 프로펠러 자동차 ‘라크’를, 이듬해 부가티는 최고출력 300마력, 1만2,760㏄ 엔진을 얹은 ‘로열’을 출시하면서 더 밝은 헤드라이트가 필요했다.
1958년 필라멘트가 위 아래로 두 개 달린 2등식 시스템 전구 ‘R2’가 첫 선을 보이면서 헤드라이트의 기능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1967년 출시된 할로겐 전조등 ‘H1’은 본격적인 할로겐 전조등의 막을 열었다. H1은 텅스텐 백열전구보다 수명이 크게 늘어났고, 훨씬 밝았다. 1993년 나온 ‘H7’ 전구는 밝기를 25% 향상시켰다. H1, H3, H4, H7은 지금도 자동차 헤드라이트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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