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의 정점에 서 있을 때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이 ‘초심’이고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특권 의식’과 ‘자격 의식’이다. 너무 큰 성공과 권력을 거머쥐게 되면 도덕적 판단력이 쉬 마비된다. 그러면서 일탈이 뒤따르게 된다. 골프계를 호령하다 한순간에 몰락한 타이거 우즈가 대표적이다.
이 같은 비뚤어진 ‘자격 의식’이 자주 목격되는 곳 중의 하나가 대형 교회들이다. 수만명의 교인들을 ‘거느리고 있는’ 일부 대형 교회 목회자들은 스타 행세를 한다. 그리고 거액의 금전적 보상을 당연시 한다. 자신이 일구었으니 그럴만한 자격이 충분하다는 논리다.
최근 교인 수가 3만인 조지아 애틀랜타 지역 대형 교회 ‘월드 체인저스 처치 인터내셔널’의 크리플로 달러 목사가 걸프스트림 G650 자가용 제트기 구입을 위해 6,500만달러를 헌금해 달라고 교인들에게 요청해 구설수에 올랐다. TV방송을 통해 LA에서도 매주 볼 수 있는 달러 목사는 물질적 축복을 강조하는 대표적인 번영복음 신봉자이다. 그는 자신에게 ‘씨를 뿌리면’ 추수할 것이 많게 될 것이라며 교인들에게 헌금을 요청했다. 논란이 커지자 공식적인 웹사이트에서는 이 청원을 삭제한 상태다.
달러 목사는 호사스러운 생활을 하면서 마치 자신이 번영과 축복의 상징인 양 행세해 왔다. 고통에 관한 메시지를 외면하는 그의 설교는 기독교의 기본적인 가르침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 또 그의 교인들 대부분이 경제적 약자인 흑인들인 점을 감안할 때 이들에게 축복을 내세워 제트기 구입 헌금을 요청한다는 것은 염치없는 행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달러 목사의 마음속에 들어 있는 신앙의 진짜 모습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이런 궁금증은 한국 교회들을 볼 때도 고개를 든다. 외형적으로 엄청나게 성장한 한국 교회들이 과연 제대로 된 신앙의 토대 위에 서 있는 것인지 사뭇 걱정스럽다. 그 가운데 일부 대형 교회들에서 나타나는 목회자에 의한 교회 사유화는 정말 심각한 문제이다. 기독교의 정신과 신앙의 본질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다. 그런 목회자들을 볼 때면 이들에게 참된 믿음이 있기는 한 것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이런 의구심을 근거 없는 추측이라 일축하지는 말아주기 바란다. 믿음이 전혀 없는 목사들이 실제로 많이 있으니 말이다. 인지과학과 심리철학 분야의 석학인 터프츠 대학 다니엘 데닛 교수(그는 무신론자이다)는 지난 2010년 신앙을 상실한 목사 5명(진보교단 3명 보수교단 2명)을 심층 인터뷰해 분석한 ‘믿음이 없는 목사들’(Preachers Who are Not Believers)이란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2013년에는 대상을 다른 종교를 포함, 35명으로 확대한 내용의 책을 내놓아 큰 반향을 일으켰다.
데닛 교수는 신앙심을 잃은 성직자들이 신도들에게 가르침을 전하는 행위를 ‘제도화된 위선’이라 부른다. 그들의 설교는 ‘연기’이며 이런 교회들은 ‘극장 교회’에 지나지 않는다고 꼬집는다. 그러면서 첫 논문 발표 후 교계로부터 별다른 반발이 없었다며 “그것은 종교지도자들이 이미 알고 있던 새삼스럽지 않는 사실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신앙 상실을 고백한 목사들도 자신들은 거대한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밝혔다.
무수히 많은 목사들이 전부 진실한 믿음을 가졌을 것이라 여기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소명의식의 바탕이 됐을 어린 시절의 신앙적 열정을 아무런 회의와 번민 없이 평생 지속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떻게 믿음 없이 설교를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겠지만 그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우리에게는 마음속에서 발생하는 인지 부조화를 어떤 구실을 만들어서라도 해소하는 기막힌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믿음을 가진 목사와 그렇지 않은 목사를 구분해 낼 뾰족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커밍아웃하지 않는 한 말이다. 다만 목사의 말과 행동, 그리고 가르침과 그 자신의 생활이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살펴본다면 어느 정도 판단은 해 볼 수 있다. 사랑과 용서라는 가르침에 어긋나는 증오의 언행을 서슴지 않고 물질에 지나친 집착을 드러내는 목회자라면 일단 ‘극장 교회’의 주연배우일 가능성이 크다.
교회와 목사들은 갈수록 늘어나는데도 기독교에 대한 신뢰는 날로 떨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의 한가운데는 별다른 부끄러움도 없이 세속적인 행태들을 서슴지 않는, 믿음이 의심스러운 목사들이 자리 잡고 있다.
yoons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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