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이 생동하는 계절이 돌아왔다. 지난 토요일(21일)이 바로 춘분으로 밤 길이가 짧아지면서 우리 몸이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은 상대적으로 늘어나고, 한낮 온도가 섭씨 15도를 웃돌면서 입맛이 없어지고 잠을 똑같이 자는데도 오후 시간만 되면 꾸벅꾸벅 졸리고 피곤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런 현상을 ‘춘곤증’이라 부르는데, 겨울 동안 움츠렸던 인체의 신진대사 기능이 봄을 맞아 활발해지면서 생기는 일종의 피로증세라 할 수 있다.
피로가 쌓이면 평상시보다 더 쉬어주는 것이 좋다. 춘곤증으로 피곤하거나 무기력할 때도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 그러나 졸음이 온다고 낮잠을 오래 자거나 수면시간을 늘리는 등 평상시의 생활패턴을 무너뜨리게 되면 오히려 피로가 가중될 수 있다. 따라서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기상시간과 식사시간, 취침시간 등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우리 몸이 봄의 변화에 빨리 적응하는데 더 유리하다.
또한 겨울동안 저하된 면역력을 회복하고 춘곤증을 이기기 위해 제철나물, 봄나물을 섭취하는 것이 매우 효과적이다. 싹이란 겨울 동안 뿌리에 모였던 진액의 정수가 지상 위로 뚫고 나온 것으로 상승하는 기운이 무척 강한데 봄나물의 상승하는 기운은 사람의 체내 기운을 도와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한다.
대부분의 어린 싹은 약한 쓴맛을 지니는데 약한 쓴맛은 한의학에서 사화(瀉火), 조습(燥濕), 개위(開胃) 작용이 있다. 사화란 허열을 내리는 것을 말하고, 조습은 나른해지면서 몸이 무거운 것을 치료하며, 개위는 입맛을 돋운다는 것이다. 따라서 봄나물은 면역력을 높이고 춘곤증을 해소하는데 아주 적합하다 할 수 있다.
쑥, 달래, 냉이, 두릅, 씀바귀, 돌나물 등 봄나물은 특유의 향기로 식욕을 돋울 뿐 아니라 비타민 A, B, C 등이 골고루 함유돼 있어 비타민 공급식품으로도 우수하다.
봄이 되어 활동량이 많아지면서 여러 가지 영양분들이 필요하게 되는데, 그 중에서도 비타민은 겨울철보다 최고 10배까지 더 필요하기 때문에 봄나물이 춘곤증에 도움이 된다.
더불어 풍부한 엽록소는 혈액과 간장의 콜레스테롤 상승을 강하게 억제시키는 작용을 하며, 인체 내에서 당질대사 단백질대사 수분대사 등의 각종 대사기능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한 냉이나 두릅 등은 채소이면서도 단백질이 풍부하고 칼륨·칼슘 등의 무기질도 많이 함유하고 있어서 에너지가 떨어지는 초봄에 우리 몸에 필요한 성분을 보충해 준다.
이밖에 야외활동을 늘려서 햇볕을 충분히 쬐는 것도 춘곤증을 이기는 데 도움이 된다.
예로부터 내려오는 봄철 섭생법에 봄이 되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뜰을 거닐면서 생기를 마시라는 내용이 있다. 봄이 되면서 서서히 일조량이 늘어나는데 겨울철 실내생활을 위주로 하면서 부족했던 햇볕을 쬐어주게 되면 비타민 D가 생성된다.
비타민 D는 여러 효능을 가지고 있어서 뼈를 강화시키고 피로나 스트레스의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운동을 하면 신진대사가 원활해지면서 피로도 해소되고 몸도 가벼워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춘곤증 치료에 좋은 혈자리인 발바닥 한 가운데에 움푹 들어간 ‘용천’ 부위를 자주 자극해 주는 것도 좋다. 용천혈은 기가 샘물처럼 솟아오르는 효과가 있는 부위로 신장을 강화시켜주고 기력을 북돋우고 나른함을 없애준다.
엄지손가락을 이용해서 천천히 꾹꾹 눌러주면 되는데, 엄지손톱으로 찌른다는 느낌이 들고 약간 아프다 싶을 정도로 깊고 강하게 눌러주면 효과적이다. 왼쪽과 오른쪽 발바닥의 용천혈을 번갈아 자극해 주면 된다.
다만 당뇨병이나 간 질환, 암 등의 초기증세는 특정적이지 않아서 피로감만 오는 경우가 많으며, 40대 이후의 여성에게서는 빈혈, 갑상선 질환의 가능성이, 갱년기가 시작되는 50세 이후에는 갱년기 증후군의 하나로 피로를 호소할 수 있으므로 피곤감이 4주 이상 지속될 경우에는 단순히 환절기에 생기는 춘곤증으로 여기지 말고 전문의와 상담이 필요하다.
<
황민섭 / LA 동국대 총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