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값이 계속 오르고 있다. 한국을 자주 왕래하는 사람이라면 잘 알겠지만 작년 6-7월만 해도 1달러를 내면 1,000원 정도를 받았는데 요즘은 1,100원 넘게 받는다. 달러 가치가 올라서 달러를 들고 한국이나 다른 나라로 여행가는 사람들은 덕을 보지만, 미국에 유학 중인 자녀에게 돈을 보내야 하는 한국의 부모들은 부담이 커지고 있다.
달러 가치는 한국 원화뿐 아니라 세계 주요 통화들, 즉 유로, 일본 엔, 영국 파운드, 중국 위안 등에 대해서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특히 달러의 대 유로 환율은 지난 1년 사이 거의 20%나 상승하여 그 동안 달러보다 훨씬 높게 거래되던 유로가 지금은 1유로=1.06 달러 가량으로 거래되고 있다. 이제 곧 1달러=1유로가 될 것이고 나아가 달러 가치가 유로보다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2차 대전 이후 세계의 통화로 군림해 온 달러는 이번 세기 들어 미국의 정치적, 경제적, 국제적 위상의 하락과 더불어 그 권위를 잃기 시작했다. 달러의 추락은 2000년대 초 유로의 등장, 9.11 사태와 뒤이은 테러와의 전쟁, 중국 등 신흥국의 부상, 몇 차례의 금융위기 등 여러 사건, 요소들과도 맞물려 왔다. 그러던 달러가 ‘다시’힘을 얻고 있다.
최근 달러 가치상승의 이유는 여러 가지로 분석되지만 근본적으로는 미국경제가 살아나고 있다는데 가장 큰 이유가 있다. 미국경제는 2007년 세계적 금융위기와 경제침체 이후 더디나마 꾸준히 회복세를 보여 왔고, 여타 경제권이 아직 허덕이고 있는 가운데 비교적 튼튼한 기초 위에 견실한 성장세를 보여 왔다. 그래서 그 동안 경제회복을 위해 초 저금리 체제를 유지해 오던 연방준비위원회는 미국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며 이제 곧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이론에 따르면 환율을 결정하는 요소는 경제성장의 격차, 상대적인 물가, 무역수지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것은 금리라고 한다. 즉, 자본이동이 자유로운 상황에서 돈(자금)은 금리가 높은 쪽으로 몰리게 되어 있어 금리가 높은 나라의 통화가치가 상승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낮은 실업률과 낮은 인플레, 6년 넘게 계속되는 주식시장 상승세, 소비증가 등이 미국경제의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는데 이제 금리까지 인상되면 세계의 돈이 ‘다시’ 달러를 향해 이동하게 되고 따라서 달러화의 가치는 계속 오를 것이라는 얘기다.
반면 경기침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유로존 경제는 최근 이른바 양적완화정책을 채택하여 대규모 액수의 유로를 시장에 풀기 시작했고 이로써 ‘유로 과잉’ 현상이 빚어지고 유로화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유로존의 투자 수익률이 낮아지자 유로시장에서의 자금이탈이 계속되고 투자자들은 달러를 더욱 선호하고 있다.
달러강세-자금이탈-달러선호 현상은 그리스, 스페인, 터키 등 유로존의 약세 경제권 그리고 저유가로 타격을 입고 있는 러시아, 베네주엘라 등은 물론이고 인도, 브라질, 남아공, 멕시코, 인도네시아 같은 신흥국들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강한 달러는 미국 기업들에게는 수익 감소를 의미한다. 미국기업들이 해외에서 그 나라의 통화를 받고 물건을 팔아 이를 달러로 바꾸면 액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한 달러는 미국경제에 해롭다고 본다. 여기에 금리까지 인상되면 달러는 더욱 강하게 되고 기업수익은 더욱 감소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금리인상 시기가 늦춰질 수도 있다.
하지만 달러강세가 미국기업의 수익에 미치는 영향이 그리 크지 않으리라는 분석도 있다. 금리인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시장과 기업과 투자자들이 예상을 거래에 반영하기 때문에 정작 인상이 닥쳐도 그 영향이 크게 나타나지 않는다. 과거의 경험에 의하면 달러강세의 효과도 즉각적이지 않고 시간을 두고 나타나기 때문에 기업들이 예측경영을 펼침으로써 달러강세의 악영향을 줄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달러강세는 무엇보다도 미국경제에 대한 안팎의 자신감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달러화에는 “In God We Trust (하나님을 우리가 믿노라)”라는 미국의 표어가 담겨 있다. 그런데 모두가 달러를 벌기 위해 애쓰는 것을 보노라면, 물론 농담이지만, “In Dollars We Trust(달러를 우리가 믿노라)”라고 쓰는 게 어떨까 싶었는데, 이제 “In Dollars We Trust Again(달러를 ‘다시’ 믿노라)”의 시대가 온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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