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미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후보자들의 각축전이 시작되었다. 최근에 공화당 대통령 후보 물망에 오르고 있는 텍사스주 연방상원의원, 테드 크루즈의 국적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크루즈 의원은 캐나다에서 출생했다. 따라서 미국 수정헌법안 14조에 의한 속지주의 출생자가 아니기에 대통령 후보 자격에 대한 법적 논쟁이 불거지고 있다.
크루즈 의원은 캐나다 법의 속지주의에 의해 캐나다 시민권자여서 작년에 캐나다 시민권을 포기하였다. 물론 출생 당시 어머니가 미국 시민권자였기에 ‘자연 출생 시민권자(Natural born citizen)’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적 시비 문제로 흠집 내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크루즈 상원의원이 공화당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부각되는 이유는 그의 아버지가 쿠바인이기 때문이다. 공화당이 히스패닉의 표심을 잡기위해서는 크루즈가 적임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크루즈 외에 젭 부시도 부인이 멕시코 태생이란 것을 강조하면서 히스패닉 표를 공략하려고 한다. 미국에서 히스패닉계의 표가 선거의 당락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크루즈 상원의원의 미국 시민권과 관련해 미국 태생 어머니의 시민권을 강조하는 반면 정작 아버지의 쿠바 시민권은 전혀 언급되지 않고 있다. 그의 아버지 라파엘 크루즈는 쿠바 태생으로 학생비자로 미국에 왔다가 학생비자가 만료되자 정치적 망명을 신청하여 영주권을 받았다. 영주권을 받고 미국 시민권자와 결혼하여 캐나다에 살면서 테드 크루즈가 태어나게 되었다.
크루즈가 태어날 때 그의 아버지가 쿠바 시민권자였기에 그는 쿠바 시민권 또한 획득하게 되었다. 그러나 쿠바법에 의해, 쿠바 호적에 올리지 않았거나 혹은 성년이 되기 전에 쿠바 시민권을 선택하지 않았기에 그의 쿠바 시민권은 현재 이슈가 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만약 크루즈 같은 사례가 한인에게 발생되었다면 어떻게 될까?한국법은 쿠바법과 다르게 비록 호적에 올리지 않은 한인 2세라고 할지라도 만 18세가 되는 해 국적이탈 신청을 하여야 한다. 만약 이를 하지 않을 경우 38세까지 국적이탈이 불가능하다. 이런 선천적 복수국적법이 생긴 이유는 원정출산을 잡기 위한 것인데 오히려 이 법이 한인 2세의 미국 정치나 정부 진출에 발목을 잡고 있다. 즉, ‘구더기 잡으려다가 항아리를 깬’ 식이 된 것이다.
연방 하원의원은 만 25세부터, 상원의원은 만 30세부터, 대통령은 만 35세부터 출마할 수 있는데, 한인 2세 중 많은 경우 국적이탈에 대해서 알지도 못해 국적이탈을 미처 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은데 그들은 공직 진출 시 국적문제에 휩싸이게 될 것이 뻔하다.
한인 1세 최초로 연방하원의원이 된 김창준 의원 이래 약 20년 동안 한인 2세 연방하원의원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후보자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한국 국적문제가 정치 쟁점화 될 소지가 크기에 ‘제 2의 김창준’은 그리 쉬워 보이지 않는다.
국적 이탈 신청을 몰라서 못한 수많은 한인 2세 문제뿐만 아니라 앞으로 국적이탈을 강요하는 만 18세 미만의 한인 2세의 문제도 여전히 심각하다. 국적이탈을 하기 위해서는 한국에 출생신고를 먼저 하여야 하고 부모는 혼인신고까지 하고 나서 국적이탈 신청서를 따로 접수해야 한다. 바쁜 이민 생활 속에서 수많은 한국 행정서류를 준비하여야 하고 소요기간도 6개월에서 1년씩 걸리는 절차를 왜 미주동포에게 요구하느냐고 질문을 던지고 있다.
미국인 남편과 결혼한 한인 여성들 또한 미국에서 태어난 자녀들을 한국 호적에 올리지도 않았고 이들이 한국에서 살 계획도 없다. 미국에서 뿌리 내려서 공직에 혹은 정부에서 일하려고 하는데 왜 한국 호적에 출생신고를 하게 하여 이중국적의 증거를 남기게 만드느냐고 묻는다.
국적이탈 신청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이며 문의를 하는 한인들이 많다. 특별한 답이 없어서 개인적 사정에 따라서 결정하라고 상담해 준다. 앞으로 있을 선천적 복수국적에 관한 헌법소원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빠르고 바른 결정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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