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가 주산지인 마카대미아 넛(Macadamia Nuts)은 작년 12월5일 KAL 부사장이던 조현아 씨가 승무원들에 행한 행패 때문에 유명해져서 땅콩 케이트(Nut-gate)란 신조어까지 만들어지기에 이르렀다. 조 씨로부터 손찌검을 당하고 무릎까지 꿇고 사과해야 했던 여승무원 김도희 씨가 며칠 전 뉴욕 주의 제1심 법원에 KAL과 조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뉴욕 주는 제1심 법원을 대법원(Supreme Court)이라고 불러 외국인들을 혼동시키는 곳이다. 미국 로펌 두 군데가 김 씨를 대표하는데 정신적인 피해 등에 대한 손해 액수와 일벌백계의 본보기로 징벌적 손해 액수도 요구하는데 액수는 명시하지 않은 것으로 보도되었다.
뉴욕의 경우 민사 소송의 접수비용은 210달러이다. 그런데 징벌적 손해 액수는 배심원이 ‘괘씸죄’를 적용시켜 몇 천만 달러를 주라고 할 수도 있으니까 증거문서 교환이나 사전 증인 청취 등을 통해 진행되는 도중 KAL이 법정 밖 타결을 보자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
민사소송 접수비는 워싱턴 DC의 경우, 더 저렴하여 120달러밖에 안된다. 그러나 계약 위반, 임대주와 세입자 분규, 의료상의 과실 등등 상당한 소송비용과 시간으로 계산되는 변호사 비용이 만만치 않다. 대형 로펌들은 화려한 경력을 가진 파트너들의 경우 한 시간에 1,000달러 그리고 신참 변호사의 경우도 300달러를 계산하는 것을 생각하면 민사소송에서 결국은 돈 많은 쪽이 이기게 된다.
특히 변호사 비용을 감당할 재력이 없어서 변호사 없이 혼자서 법정투쟁(Pro Se Litigation)을 전개하는 경우 양쪽 주장이 엇비슷할 때 변호사 없는 쪽이 질 확률이 클 수밖에 없게끔 법과 판례 및 절차가 복잡하게 되어 있다.
최근 코핑거 부부(원고) 대 에드윈 그레이와 모젤라 존슨(피고)의 민사소송 건을 워싱턴 포스트에서 읽고 그 점을 더욱 실감하게 되었다. 피고들인 그레이와 존슨은 오누이로 50년 동안 워싱턴 DC의 어떤 연립주택에서 살아온 사람들이다. 그리고 둘다 변호사인 코핑거 부부는 작년 9월에 바로 옆에 붙은 집으로 이사 온 이웃이란다. 그런데 그레이는 담배를 피우는데 더해 향도 가끔 피워놓아서 코핑거 부부의 집으로 연기가 엄청나게 침입해서 18개월 된 딸아이가 심한 기침으로 고생을 하는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었던 모양이다.
더구나 또 임신 중인 코핑거 부인과 식구들은 때로 몇 시간 씩 집을 비워야만 집에 가득찼던 담배 연기가 사라질 정도라는 것이다. 두어달 편지도 보내고 했지만 묵살이 되자 작년 연말 코핑거 부부는 환경문제 전문 변호사인 부인 쪽 로펌의 변호사 하나를 선임하여 이웃을 고발하기에 이른다. 그레이 쪽의 부주의, 불법 방해 그리고 (담배연기의) 불법 침입으로 원고들과 아이의 건강을 해치니 50만 달러의 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이다.
아마도 피고의 연립주택을 판다 해도 30만 달러가 될까 말까하는 상황에다 불구 상태로 정부 보조금으로 살고 있는 그레이 쪽에서 변호사를 선임할 처지가 못 될 것은 짐작할 수 있다. 그러니까 원고 쪽이 법정에 제출하는 각종 서류에 대한 피고 쪽의 답변이 허술할 것은 당연하고 점점 사태가 불리하게 전개된다.
두어 주 전에는 판사가 원고 쪽의 주장을 받아들여 그레이에게 재판 때까지는 집에서 담배를 피우지 말라는 가처분을 내렸다. 그레이와 그 누나는 아마도 그런 임시 명령을 내린 여판사가 원고 쪽의 편을 든다고 생각했던지 판사 기피 신청을 했던 모양이지만 법원에 제출하는 서류 준비가 격식과 관례를 어긴 탓인지 실패하고 만다.
DC 법원의 사건 기록에 의하면 쌍방의 중재도 명령되어 있고 상당히 복잡한 절차를 거쳐 11월에 가서나 재판 날짜가 정해지게 되어 있으니 피고들은 정말 고민 속에 있을 것이다. 몇 번 열린 심리 중 하나는 주택검사 전문가를 두 집에 내보내 상황 파악을 하게 했는 데 두 집 사이의 벽 여러 곳이 파손된 것 등이 발견되어 수리 문제마저 대두된 모양이다.
시간이 지나갈수록 피고의 입장이 어려워지는 것 같다. 그러면서 ‘빈민가의 고급 주택화’ 현상이 연상되어 기분이 씁쓸하다. DC의 흑인 주택가들에 젊은 고수입자들이 점차 이사를 와서 수입이 부족한 흑인들이 인근 교외지역으로 이사를 할 수밖에 없게 되고, 이에 따라 주택가격이 상승하고 백인들이 늘고 있는 추세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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