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한인 경제계는 물론 미주한인 전체 이민사로 볼 때도 중요한 이정표가 지난해 무관심 속에 지나갔다. 1974년 외환은행의 미국 현지법인 ‘가주외환은행’(CKB)이 지난해로 설립 40주년을 맞았다.
1974년 9월9월 한국 외환은행의 단독출자금 300만달러로 출범한 미국 내 최초의 한인 시중은행인 CKB는 2000년에 나스닥에 상장되며 퍼시픽 유니온뱅크(PUB)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후 PUB는 2004년 4월 한미은행에 3억2,460만달러에 인수되며 역사의 한 페이지로 사라졌지만 한인 은행권에서는 CKB 출범을 미국 내 한인은행의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지금은 남가주에만 10개 한인은행이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70년대 LA 한인사회가 갓 발돋움할 때만 해도 CKB 단 하나뿐이었다.
사실 CKB와 이후 PUB를 빼놓고 지금의 한인은행권에 대해 논할 수 없을 만큼 CKB의 중요성과 상징성은 아직도 유효하다. CKB와 PUB는 한인 뱅커들의 ‘금융사관학교’라고 할 만큼 수많은 전·현직 한인 뱅커들을 배출했다. 한인은행계의 ‘대부’였던 고 정원훈 행장이 CKB 초대 행장을 지냈고 조혜영 태평양 은행장, 조앤 김 CBB 은행장, 최운화 유니티 은행장, 김동일 US 메트로 은행장, 서니 김 하나 파이낸셜 대표, 또 육증훈 김주학 임봉기 김선홍 박광순 현운석 김종일 전 행장 등 한인 금융계를 빛냈던 무수한 인재들이 CKB와 PUB 출신이다.
또 CKB와 PUB의 성장에 자극받아 현 BBCN 은행의 전신인 구 나라와 중앙은행을 비롯, 한미, 태평양, CBB, 오픈, 유니티, US 메트로 등 한인은행들이 출범하는 계기가 됐다.
여러 한인은행 관계자들은 “PUB를 인수한 한미은행은 물론 한인은행권 누구도 CKB 창립 40주년에 관심을 보이지 않아 안타까웠다”며 “평소 교류가 없는 한인은행권이 한인행장협의회 등을 중심으로 CKB 창립일에 모여 기념행사도 갖고 세미나도 개최하는 등 CKB 설립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미국 내 소수민족 중 한인 커뮤니티만큼 활발하고 다양한 금융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육성, 성장시키고 있는 민족도 없다. 미국에서 한인들은 소수민족 중 중국계에 이어 가장 많은 은행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미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한인은행은 모두 20개로 이들 은행들의 총 자산 규모는 234억2,395만달러, 자본금 규모는 28억4,321만달러에 달하며 지난해 순익 규모는 2억3,000만달러 규모다.
또 20개 한인은행들이 운영하고 있는 지점만 241개에 달하며 이들 한인은행들이 고용하고 있는 풀타임 직원만 3,700명에 육박하고 있다. 직원 당 4인 가족으로 가정하면 이들 직원들이 1만5,000명의 가족을 부양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상 미국 내 유일한 베트남계 은행인 웨스트민스터 소재 사이공 내셔널 뱅크는 지난해에만 116만달러 손실을 기록하며 존립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지점을 겸한 본점 1개에 직원 16명이 근무하고 자산규모도 4,887만달러에 불과하다. 필리핀과 더불어 아시안 중 미국에서 가장 인구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베트남 커뮤니티를 대표하는 은행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초라하다.
한인 은행권이 눈부신 성장을 했지만 아직 축배를 들기는 이르다. 한인 은행권도 미래은행과 아이비은행이 폐쇄되는 아픔을 겪었다. 지난 41년간 한인은행들의 지속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규모 면에서도 중국계 은행 중 가장 큰 이스트웨스트 뱅크의 경우 총 자산규모가 287억, 순익 3억1,346만달러로 20개 한인은행 전체를 합친 것보다 크다.
경영 측면에서도 한인은행들의 대출 중 아직도 부동산 담보대출이 70~80%대를 차지하고 있고 은행마다 SBA 대출에 목을 매고 있다. BBCN, 한미, 윌셔 등 ‘빅 3’를 중심으로 기업대출(C&I) 활성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이스트웨스트 뱅크, 또 뱅크오브아메리카, 체이스, 시티, 웰스파고 등 대형 은행과 힘겨운 프라이싱(이자율과 대출 마진)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렇다고 포기해서는 안 된다. 첫 술에 배 부를 수 없듯이 처음에는 어렵고 실적이 보이지 않더라도 지속적으로 C&I 대출을 늘려야 하고 다양한 금융상품의 개발을 시도해야 한다. 이민 감소로 인구가 크게 늘고 있지 않는 한인사회에서 벗어나 타아시안 커뮤니티와 주류사회 공략에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도 한인은행권의 미래는 사람, 즉 인재에게 달려 있다. 은행의 외적 성장과 시스템 개선도 좋지만 직원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분야별 전문가 육성, 차기 리더 양성을 통해 훌륭한 인재를 많이 확보한 은행만이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CKB 창립 41주년을 맞은 한인은행권에게는 ‘인재 만사(萬事)할 것인가 아니면 망사(亡事)할 것인가’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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