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인류가 상상하던 세상에 지금 우리는 살고 있다. “돈 나와라 뚝딱!” 하면 돈이 나오는 도깨비 방망이 ATM이 있고 ‘열려라 참깨’ 하면 저절로 열리는 자동문도 있다. 최근의 첨단기술들을 보면 곧 공상과학 영화 속의 사회가 될 것 같다. 환자의 유전자 정보에 근거한 맞춤형 진단과 치료의 실용화를 의료계가 논의하고 있고 생각만으로 의수 의족을 움직이는 것도 가능해졌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의료기술로 100세 이상의 삶도 가능하다”고 한다.
‘유한한 자원 속에서 인류의 무한한 성장이 가능할까?’라는 질문을 가지고 유럽의 지식인들이 1968년 로마에 모였었다. 그 결과로 나온 ‘성장의 한계’라는 책은 “현 추세로의 인구 증가와 산업화가 계속된다면 인류사회의 성장한계는 백년이다”라고 결론을 맺는다.
이보다 먼저 토마스 말더스(1803), 폴 얼릭(1968)은 산술급수적인 자연증식에 비해 기하급수적인 인구증식은 곧 한계에 도달하고 폭발할 것이라는 ‘인구 폭발설’을 제기했었다. 그러나 그 이후 200년이 지났지만 인구 증식은 계속되어 왔고 현대인은 그 어느 때보다도 편하게 오래 살고 있다. 이 예측을 빗나가게 한 것은 기술의 발전이었다.
빈곤 타파를 목적으로 설립된 국제기구 옥스팜(Oxfarm)은 지난달 세계 인구 상위 80명의 부자가 나머지 인구의 부를 합한 것과 같은 양의 부를 소유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리고 또 시간이 지날수록 80명의 부자들의 부의 점유율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한다. 부자들의 재력이 정치권과 결탁하여 정책을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바꾸어 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차기 미국 대통령선거 경비가 100억 달러 정도로 예상된다. 어느 정치인이 돈과 무관할 수 있겠는가?승자독식이 이 세상의 법이 되어 있다. 80명의 경제적 승자가 나머지 인류의 부를 독식하고 소수의 기후변화 거부자들이 인류와 자연계의 운명을 자기들의 손안에 넣고 있다.
인본의 불이 꺼진 캄캄한 밤이다. 캄캄한 밤이기에 더 빛나는 영웅들이 보인다. 그들은 인간과 자연, 우주, 신과의 관계 속에 자신의 존재를 단단히 연결하고 있다. 그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은 허상이고 감옥이라고 외친다.
“대량 소비가 세계를 파괴하고 있음에도 우리는 고가의 소비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인생을 허비하고 있습니다... 10만 시간 사용할 수 있는 전구를 만들 수 있지만 천 시간만 쓸 수 있는 전구를 팔아야만 하는 사회에 우리가 살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더 일하고 더 많이 팔 수 있게 하려고 ‘일회용 사회’를 지속해야 합니다. 경제 불황이라는 괴물이 나타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지요... 서양 사회의 부유한 소비 행태를 세계의 70억 인구가 한다면 지구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우루과이의 호세 무히카 대통령의 말이다. 그는 상기시켜 준다. “가장 소중한 재산은 바로 행복입니다. ...우리는 발전을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닙니다. 행복하기 위해서 지구에 왔습니다.”
필리핀을 방문한 프란시스코 교황은 연설장으로 가는 길에서 한 고아 소녀를 만났다. 소녀는 “하느님은 왜 아무 잘못이 없는 아이들에게 나쁜 일이 일어나도록 놔두시는 걸까요? 왜 우리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많지 않나요?”라며 울름을 터트렸다. 교황은 그 소녀를 꼭 끌어안아 주고는 연설대에 올라가 연설의 대부분을 그 소녀에게 주는 대답으로 대신했다. “우리가 이 소녀를 위해 울어줄 수 있을 때에만 이 소녀의 질문에 대한 대답에 가까이 갈 수 있습니다.” “버려지고 힘든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지만 도움이 필요 없는 사람들은 슬픔을 모릅니다. 과연 우리는 슬퍼할 줄을 알기는 아는 것입니까?”라고 청중들에게 되물었다.
이분들은 나의 영웅들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의 영웅들이 모두 일어나 기술의 발전과 승자독식 사회의 진행방향을 지구에 온 우리의 목적 그대로, 자연과 더불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향으로 바꾸어야 한다. 99%의 패자가 가지고 있는 가장 강력한 자산은, 생각하는 동물, 즉 우리 마음속에 살고 있는 영웅들이다.
죽음을 앞 둔 신경학자 올리버 색스가 쓴 뉴욕타임스의 기고문이 생각난다. “나는 많은 사랑을 받았고 또 나도 많이 세상을 사랑했다. 아름다운 이 지구에서 생각하는 동물로 살 수 있어서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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