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법치주의 훼손 행위에 관한 보도들을 접했다. 우선 앨라배마 주 대법원장의 행위가 그 중 하나였다. 앨라배마 주 관할 지방법원이 앨라배마 주의 동성애자 결혼금지는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그런데 이에 대해 주 대법원장이 결혼 라이선스를 발급하는 행정판사들에게 아직 연방대법원의 최종판결이 없으니 발급을 거부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여러 지역 행정판사들이 결혼 라이선스 발급을 거부하고 나섰다. 결국 연방법원으로부터 이는 불법이라는 지적을 받고서야 행정판사들이 발급하기 시작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앨라배마 주 대법원장의 연방법원 판결에 대한 불복이다. 이는 법체계에 대한 전면적인 도전으로 허용되어서는 안될 행위이다. 아무리 연방법원의 판결내용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판결이 난 부분은 상급법원에서 번복되기 전까지는 그대로 따라야 하는게 법치국가의 기본 원칙이다. 법치주의를 수호해야 하는 주 대법원장이 그러한 원칙을 위반한다는 것은 법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행위이다.
텍사스 주에서는 이와 정반대의 일이 있었다. 텍사스 주에서는 아직 동성애자들의 결혼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그런데 한 주 지방법원 판사가 이를 무시하고 법원 행정서기에게 죽음을 앞둔 동성애자에게 결혼라이선스를 발급하도록 했다. 그 판사는 현재 연방대법원에 계류 중인 재판에서 동성애자들의 결혼권리가 미국 전역에서 인정되는 판결이 나오는 것은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기에 이제 곧 죽을 동성애자에게 예외적으로 결혼을 허락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잘못된 논리이다. 법의 원칙은 누구에게나 어떤 상황에서라도 균등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아직 연방 대법원의 판결이 없는 상태에서 현재 텍사스 주에서 불법인 것을 판사가 무시할 수 없다.
반면 연방정부는 오바바 대통령의 체류신분미비 청소년 추방유예 행정명령 시행을 금지시킨 텍사스의 한 연방 지법 판사의 판결에 동의하진 않지만 일단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대신 연방법무부는 이 판결에 대해 재고를 요청했고 그것이 거부될 것을 예상해 동시에 상급법원에 항소하는 서류도 접수했다.
여러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연방 지방법원 판사의 판결이 정치적이었고 법 논리상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일단 법원의 판결이 내려진 이상 연방정부가 추방유예 신청서를 접수하지 않기로 한 것은 법체계를 존중한 옳은 결정이라고 본다.
최근에 워싱턴 DC 시의회가 마리화나 소유와 재배에 관련된 세금 부과와 시행세칙에 관한 청문회를 취소한 것도 법치주의 원칙을 존중한 조치이다. 워싱턴 DC는 작년에 주민투표를 통해 사적 용도를 위한 소량의 마리화나 소유와 재배를 합법화 했다. 그러나 워싱턴 DC를 규제하는 연방의회가 이에 제동을 걸었다. 주민투표 결과의 시행준비를 위해 소용될 수 있는 재정사용을 금해 버린 것이다. 청문회 준비 자체가 재정사용 없이 행해질 수 없기에 시의회가 결국 청문회를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연방의회의 처사가 못마땅하더라도 시의회가 법을 준수한 것은 잘 한 일이다. 물론 DC 정부는 주민투표 결과에 따른 합법화 결정을 번복하지 않았고, 연방의회의 제동에도 불구하고 소량의 마리화나 소유와 사용 그리고 재배를 합법화 했다.
가끔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들 가운데에도 연방정부가 연방법인 ‘낙오자 방지법’ 아래 과하게 요구한다고 여겨지는 학력평가 시험을 거부하자는 주장이 나올 때가 있다. 법으로 제정된 시험이지만 학생들의 학력 고취에 오히려 저해가 된다는 이유에서이다. 많은 교사들이 시험에 초점을 맞추어 수업을 진행한다고 한다. 특히 그 학력평가를 통해 교사들 자신의 평가가 이루어진다면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또한 오래 요청해 왔던 법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것은 아예 법을 거부하는 것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것은 옳은 방법이 아니다.
아무리 동의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법은 준수해야 한다. 사람들이 각자의 판단에 따라 제정된 법이나 법체계를 무시한다면 사회적으로 큰 혼란이 따를 것이다. 특히 사회적으로 책임이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나 기관일수록 원칙은 더욱 철저히 지켜야 한다. 대신 마음에 안드는 법은 법적 절차를 거쳐 바꾸도록 하면 되는 일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