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벤허는 찰턴 헤스턴과 스티븐 보이드가 주연으로 열연했던 1959년 MGM사가 제작한 세기의 명화로 꼽힌다. 윌리엄 와일러 감독이 연출한 작품으로 50년대 제작된 영화이지만 촬영 기법이나 배우들의 연기 등 오늘날 블락버스터 영화와 비교해도 조금도 손색 없는 명작이다.
예루살렘이 로마의 지배를 받던 예수님 시대가 배경인 이 영화의 명장면을 꼽으라면 단연 박진감 넘치는 전차경주 장면일 것이다. 벤허의 경쟁자인 멧살라는 출발 신호와 동시에 육중한 채찍을 가하며 무서운 속도로 말을 몰아 선두에 나섰다. 반면 벤허의 손에는 아예 채찍이 없었으며 고삐를 흔들어 말들과 교감하면서 레이스를 펼쳐 승리를 거둔다.
이는 경기가 열리기 전날 밤 마사에 찾아간 벤허가 네 마리 말들을 일일이 쓰다듬어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고 너희는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며 격려하는 모습을 통해 예고된 장면이었다. 채찍을 맞으며 앞 만 보고 달리던 멧셀라의 말들이 자신의 주인이 떨어져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고 있음에도 무심하게 앞으로 내달리던 장면은 영화의 메시지가 무엇인지 강하게 전달해 준다.
기업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조직을 구성해 활동하고 있으며 각 조직의 효율을 극대화 하는 것이 현대 경영의 핵심이다. 즉 조직을 구성하는 궁극적 목표는 생산성을 올리기 위한 방편인 것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조직의 주체가 되는 사람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데 고심하고 있다.
그 중 보편적인 제도가 개인의 성과를 측정해 보상하는 인센티브제 일 것이다. 미국식 관리 시스템의 대표격인 이 프로그램은 실적이 좋은 직원을 보상해 사기를 높이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목표 달성의 동기를 부여하자는 긍정적 취지로 시작됐다.
대체적으로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한 기업들이 실행 초기에는 효과를 누렸지만 지속적으로 성공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포상 받은 소수에게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소외된 다수의 사기를 저하시켜 장기적 관점에서 효율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는 각 개인의 능력이나 기여도를 수치화 해 모두를 만족시키는 객관적 결과를 도출해 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함을 말해 준다.
결과적으로 인센티브 제도는 자존감과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의 본질적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눈앞의 성과에 집착한 근시안적 제도로 확인됐음이 분명하다. 사내 조직 간 그리고 개인끼리 경쟁심을 유발해 단기적 효과를 낼 수 있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론 내부의 적과 싸우면서 경쟁사를 이기라는 격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똑똑한 부하를 견제하는 상사, 유능한 직원에게 태클을 거는 동료, 실적이 좋은 다른 부서를 시샘하는 경쟁조직 등 이런 폐단들은 실적위주 평가와 과도한 경쟁심 유발이 야기한 자업자득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런 환경에서 발생한 개인 간 갈등은 조직에 나쁜 영향을 초래하고 애써 양성한 귀중한 인재를 경쟁사로 빼앗겨 결과적으로 회사에 큰 손실을 가져다준다.
경영의 주체가 사람이라면 구성원들의 마음가짐에 회사의 미래가 결정됨은 진리와 같다. 따라서 내부의 갈등은 자동차가 속도를 낼 때 저항처럼 기업이 추구하는 목표 달성을 방해한다.
사람에게는 자존감과 가치관이라는 영혼의 힘이 있다. 사원들을 당근과 채찍으로 관리하겠다는 생각은 이 두 가지 중요한 인간의 본성을 억누르고 창의성을 죽일 수 있는 위험성이 크다. 공산주의를 채택했던 국가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위와 같은 인간의 기본적 특성을 외면하고 체제로 국민을 관리하려고 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조직이라는 낡은 틀 속에 직원들을 끼워 맞추려는 기업의 미래는 어둡다. 채찍을 맞고 달리는 말에게 충성심을 기대할 수 없듯이 영혼의 힘을 잃은 직원들이 장기적 성과를 내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는 구성원 스스로 일하며 성취감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혁신적인 기업문화를 구축한 회사가 미래의 승리자가 될 걸로 확신한다. 요즘 인문학이 경영의 화두로 떠오르는 것도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가 더욱 중요한 시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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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김 / 터보에어 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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