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정가에서는 요새 이념 전쟁이 한창이다. 새로울 게 없는 민주당·공화당 간의 일이 아니라 미국인들과 급진 이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이 싸움은 과거의 이념 전쟁과는 다르며 이 때문에 향후 놀랄 만한 행동권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념 전쟁과 관련한 우리의 인식은 두 가지의 상반된 세계상이 충돌했던 냉전에서 기원한다. 냉전은 광범위하고 격렬했다. 각 진영의 이념이 전 세계 어디에서나, 누구에게나 잠재적 매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공산주의와 자본주의는 모두 ‘중도세력’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하는 세속적 이데올로기였다.
과거 수십년 동안 전 세계 수천만명의 사람들이 공산주의에 경도됐었다는 사실을 오늘날 기억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 됐다. 극작가인 조지 버나드 쇼, 소설가이자 역사가인 허버트 조지 웰스 등 서구권의 저명한 지식인들도 공산주의에 대해 호의적인 글을 썼다. 민주주의가 실패하고 파시즘이 유행하던 지난 1930년대 많은 이들은 사회주의가 전 세계의 고난에 분명한 해답이 될 것이라고 여겼다. 2차 세계대전 후 프랑스·이탈리아에서 치러진 첫 선거에서 공산당은 각각 4분의1과 5분의1의 표를 얻었고 많은 이들은 이들 국가가 공산화되는 것을 우려했다. 신흥국 사이에서도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를 향한 실제적이고 강렬한 요구가 일었다.
이와는 반대로 전 세계에서 급진 이슬람이 갖는 호소력은 극히 제한적이다. 대부분의 비무슬림이 호감을 갖지 않는 것은 물론, 심지어 이슬람 세계 내에서도 급진 이슬람은 큰 반향을 일으키지 않고 있다.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인도·방글라데시·터키·이란·파키스탄 등 선거가 치러지는 이슬람 국가의 약 절반가량에서는 이 같은 이데올로기가 유권자 다수를 우군으로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
이 급진 이념이 오직 무슬림에게만 잠재적으로 유혹적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늘날의 이념 전쟁은 사실상 이슬람 세계 내에서의 투쟁이라 할 수 있다. 미국 같은 외부인이 이 전쟁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고자 한다면 그저 정의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 무슬림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이들을 지원해주면 된다. 이 같은 무슬림 가운데 한 사람이 내가 최근 암만에서 인터뷰한 요르단 국왕 압둘라 2세다.
요르단 국왕은 이슬람국가(IS)를 일컬어 ‘이슬람’이라 칭하지 않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입장을 지지한다. 왜냐하면 “이들은 이슬람 내에서 통용되지 않는 정통성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르단 국왕을 비롯해 아랍 세계의 현지 무슬림들은 일관되게 이들을 IS나 ISIS·ISIL 등의 명칭으로 부르지 않는다. 대신 이들은 이 단체의 아랍어 이름 머리글자를 따서 ‘다에시(daesh)’라고 통칭한다. 이 단어가 ‘짓밟힌 자’를 뜻하는 아랍어 ‘daes’와 유사하다는 이유에서다.
압둘라 왕이 지하디스트들을 가리킬 때 쓰는 ‘카와리지(khawarij)’라는 단어는 이슬람에서는 무법자 혹은 변절자로 해석된다. 국왕은 “이것은 서구권의 싸움이 아니라 무법자들에 맞서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하는 이슬람 내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물론 그는 국제사회의 원조 및 개입을 원하지만 서구권 군대에 대해서는 경계심을 표했다.
이 적에 대해 가장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이들은 오바마 행정부가 이 싸움에 뛰어들어 총구에 불꽃이 튀게 싸우기를 원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IS 뒤에 숨겨진 이데올로기를 올바르게 이해한다면 이와는 반대로 행동해야 한다.
‘더 애틀란틱’의 저자 그라엠 우드는 IS에 맞서 미국이 더 많은 군을 투입할 경우 “미국의 침공에 대해 가장 크게 기뻐할 이는 아마 IS 본인들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IS가 만든) 도발적 영상들은 이 싸움에 미국을 끌어들이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미국의) 침공은 결국 전 세계 지하디스트들에게 있어 엄청난 선전(propaganda)의 승리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드는 (침공 대신) 봉쇄 및 제한적 공습, 그리고 급진 이슬람의 확장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무슬림을 지원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다시 말해, 미국에 있어 IS와의 이념 전쟁은 군사적 제한과 아랍 국가와의 긴밀한 정치 협력을 아우르는 복잡다단한 전략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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