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케어가 또 다시 연방대법원에 불려갔다. 이번엔 보험가입자에 대한보조금 ‘불법 지급’에 대한 소송이다. 4일 양측 변호인의 구두변론이 전개된 법정은 뜨거웠다. 진보파와 보수파 대법관들이 던지는 질문에선 팽팽한 이념대립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결국 오바마케어의 운명은 이들 중 아직 속마음을 확실하게 내비치지 않고 있는 두 명의 보수 판사, 존 로버츠 대법원장과 앤소니 케네디 대법관의 손에 넘겨졌다.
한 가닥 희망은 보였다. 2012년 오바마케어의 합헌성 판결에서 진보 대법관들과 의견을 같이해 오바마케어를 살려냈던 로버츠 대법관은 이례적으로 침묵을 지켰으나 보건부 장관과 연방의회 민주·공화 중진들을 포함해 찬반 관계자들로 초만원을 이룬 법정에서 관심을 모은 것은 케네디 대법관이었다.
그는 원고인 보수진영 변호사에게 물었다 : 주들이 연방으로부터 “자체 거래소를 설립하라, 아니면 주의 보험시장을 붕괴 시키겠다”는 선택 강압을 받았다는 것이냐, 그렇다면 그건 “헌법상 중대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 사안이다.
지금까지 오바마케어에 상당히 비판적이었던 케네디에게서 뜻밖의 질문이나오다니…다행이다. 도무지 바람 잘 날없는 기구한 팔자의 이 헬스케어 개혁법이 지난 5년간 그랬듯이 이번에도 살아남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솔직히 이번 소송은 어떻게 연방대법원까지 올라올 수 있었는지 자체가 의아할 만큼 비상식적 근거에서 시작되고 있다.
이번 케이스는 오바마케어로 불리는 감당 가능한 의료법(Affordable Care Act)의 합헌성 여부를 가리는 재판이 아니다. 9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법안 전문중 한 조항에서 언급된 4개의 단어 “established by the state(주에 의해 설립된)”를 문제 삼아 일부 주에서의 보조금 지급이 ‘불법’이라고 주장하며 제기된 소송이다.
‘허튼 소리’ ‘터무니없는 소송’이라는 진보언론들의 질타가 충분한 설득력을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대법원 판결의 전망은 그러나 예측 불허의 상황이다.
오바마케어는 각 주별로 온라인건강보험시장 사이트인 거래소(exchange)를 설립하여 거래소를 통한 보험가입자 중 수혜자격이 있는 사람들에게 세제혜택 형태로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13개 주와 워싱턴 DC는 자체 거래소를 설립했으나 34개주는 자체 설립을 안 해 연방정부가 설립한 거래소를 사용하고 있으며 나머지 3개주는 주-연방의 하이브리드 체제로 운영 중이다.
핵심 쟁점은 세제혜택 형태의 보조금관련 조항에 “주에 의해 설립된 거래소를 통해 가입한” 소비자에게 지급된다는 구절이다. 그러므로 보조금은 주정부가자체 거래소를 설립한 주에서만 지급되어야 하며 연방거래소를 통해 가입하는 34개주에서의 보조금 지급은 이 조항에 위배되는 ‘불법’이라는 것이 원고 측의 주장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4개의 단어는 주와 연방 모두의 거래소 통한 가입을 아우르는 하나의 용어에 불과하며 특정 어구가 아닌 법안 전체의 목적을 포괄적으로 보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첫 조항 타이틀이 “모든 미국인을 위한 질 높고 감당 가능한 헬스케어”이며, 법안작성 의원들도 대법원에 소견서를 제출하여 그런 편협한 해석은 상상조차 못한 일이었다면서 보조금 수혜 자격은 주와 연방 거래소 상관없이 전체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4개 단어의 ‘결함’은 오바마케어 죽이기에 발 벗고 나선 극우진영이 법 전문을 샅샅이 뒤져 발견해 낸 결과로 알려졌다. 그들이 법 전체의 제정 목적과 의미를 전혀 개의치 않는이유다.
원고 측은 의회가 문제의 구절을 포함시킨 것은 주들로 하여금 거래소를 설립하도록 인센티브를 주기위한 의도였다는주장(의원 당사자들이 아니라는데도 불구하고)을 폈는데 바로 이점에 대해 케네디 대법관이 “당신들 주장이 인정된다면 중대한 헌법상 문제가 초래될 것”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주를 위협하여 정책을 강요하려는 연방의 월권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방대한 법 전문 중 불과 4개의 단어와 이를 근거로 한 ‘억지 주장’이라 해도 계속 보수색이 짙어지는 대법원에서 원고가 승소한다면 그 결과는 엄청날 것이다. 34개주의 약 800만명이 보조금을 잃게 된다. 보험가입자가 대거 줄어들고 보험료가 인상되면서 보조금을 안 받던 중산층의 보험료까지 오르기 시작하면… 34개주 보험시장은 붕괴의 위기에 처하고 1,100만명 이상이 가입한 오바마케어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그래서 오바마케어 폐지를 숙원의 과제로 천명한 공화당 의회도 역풍을 우려한다. 미 역사상 사회안전망이 이처럼 대규모로 훼손된 전례는 없었다.
최종판결이 나올 6월말까지는 3개월이 남았다. 갑자기 보험을 잃게 될 수백만 서민들의 두려운 현실에 대해 대법관들이 숙지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다.
이미 시행중인 오바마케어의 존폐는 국민의 건강이 걸린 민생 사안이다. 진보와 보수로 편 갈라 싸울 이념대립의 이슈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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