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은 평화의 종교다.”
2001년 9월11일. 회교 극렬무장집단 알 카에다의 동시다발적인 테러공격으로 3,0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 와중에 부시 대통령이 한 말이다. 부시는 그리고 알 카에다와 이슬람은 별개임을 애써 강조했다.
그리고 14년. 같은 발언에, 같은 논란이 새삼 재현되고 있다.
유럽의 심장부 파리가 무차별 공격을 당했다.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사건이다. 연초의 일이다. 이후 하루가 멀다고 계속 벌어지고 있는 것이 일찍이 듣도 보도 못했던 잔악하기 짝이 없는 학살의 참상이다. 그 최근의 사건이 21명의 이집트 콥트 기독교인을 집단으로 목 자른 행위다.
그때마다 들먹여 지는 것이 이슬람 수니파 극렬단체 이슬람국가(IS)다. 21세기에 버젓이 여성을 노예화 한다. 그뿐이 아니다. 중세시대에나 가능했던 만행을 서슴지 않는다. 이 IS를 도대체 어떻게 보아야 하나.
“이슬람은 평화의 종교다. IS는 이슬람과는 별개의 것이다.” 지난달 초 대통령을 위한 조찬기도 모임에서 오바마가 한 말이다. 그리고 최근 ‘폭력적 극단주의 대처를 위한 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서도 같은 발언을 했다. “99.9%의 이슬람들은 우리와 똑 같은 것을 희구하고 있다. 질서, 평화, 번영 등. 그리고 IS와 같은 과격세력을 이슬람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은 속내를 보이는 정직한 발언을 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오바마의 수사는 어느 정도 용훼될 수 있지 않을까.” 워싱턴포스트의 마이클 거슨의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차 확산되고 있는 것이 오바마 대통령 발언에 대한 회의론이다.
전 세계가 분노했다. 그 만행에 치를 떨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아랑곳 않는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벌이는 것이 목 자르기에, 생매장에, 십자가형에, 화형 등 끔찍한 처형 극이다. 올 1월과 2월, 불과 두 달 사이에 벌써 수 백 명이 그 만행에 희생됐다.
“IS의 살인극을 방치하는 것은 미국의 도덕적 수치다.” MSNBC의 크리스 매튜스의 분노에 찬 발언이다. 진보세력의 기수다. 그런 그가 오바마의 미온적인 이슬람권 정책에 심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IS는 그러면 말 그대로 이슬람과 별개로 보아야하나. “아니, 지극히 이슬람적인 집단이다.” 어틀랜틱지의 주장이다. 근본에 있어 일종의 종말론적 천년왕국 신봉집단이 이슬람국가로, 그 속성상 평화를 거부하는 극렬집단이 IS라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목을 자른다. 십자가에 매단다. 생매장을 한다. 그리고 여성을 노예화한다. IS가 저지르고 있는 만행들이다. 이는 사이코패스 집단의 돌출 행위가 아니라 예언자 무하마드의 지침에 따른 행위라는 것이 어틀랜틱지의 해석이다. 어찌 보면 7세기 예언자 무하마드의 지침을 누구보다도 문자 그대로 가장 충실히 준수하는 집단이 바로 IS라는 것이다.
그 지침을 그대로 따르지 않는다. IS의 입장에서 보면 이는 배교행위나 다름없다. 그 배교자에게 따르는 것은 파문에, 처벌이다. 때문에 무하마드의 지침과 어긋난 시아파는 모두 처벌 대상이다. 그러니까 2억에 가까운 시아파들을 모두 학살해도 아무렇지 않은 것이다.
예언자 지침에 따르면 선거도 배교행위다. 참다운 법령은 샤리아, 회교율령뿐이다. 그 율령을 무시하고 선거를 통해 지도자로 세워졌다. 이들 역시 배교자다. 때문에 이슬람 국가의 칼리프를 제외한 다른 회교국가 지도자들도 모두 처형대상이라는 게 IS의 시각이다.
기독교뿐이 아니다. 시아파, 쿠르드족, 배교행위를 한 것으로 간주된 같은 수니파 등 IS는 그래서 대상을 가리지 않고 살인극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중세 식의 잔인한 처형방식으로.
테러리즘은 빈곤의 부산물이다. 진보세력의 시각이다. 가난에 찌들었다. 거기다가 집권세력은 부패했다. 절망감 가운데 회교 아랍권의 젊은 세대는 원리주의 과격세력의 주장에 귀 기울인다. 결국 테러리스트가 되는 것이다.
그런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는 지나치게 물질주의적 입장에서 내린 진단이라는 지적이다. 그보다는 이데올로기가 테러리즘을 낳고 있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7세기 중세시대의 시각으로 해석한 회교율령, 때문에 현대적인 것은 모두 적으로 돌리는 이데올로기의 포로가 바로 이슬람국가라는 거다.
또 하나. 개혁도 배교행위로 간주된다. 때문에 보다 성숙한 종교로 거듭날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는 것이 IS, 더 나가 이슬람, 그리고 현대의 비극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인류가 맞이했던 가장 거대한 악(惡)은 나치즘과 공산주의였다. 그에 버금가는 거대한 악이 이슬람이스트의 폭력행위가 아닐까.” 누가 한 말이었던가. 그 말이 어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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