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자 도리스 굿윈이 쓴 ‘팀 오브 라이벌스’(Team of Rivals)가 출간된 지 10년밖에 안됐음에도 대표적인 링컨평전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이 책에 담긴 뛰어난 리더십과 바람직한 팀웍에 대한 탁월한 분석 때문이다. 한마디로 링컨 리더십의 위대함은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불편할 수 있는 라이벌들을 중용하고 이들의 생각에 귀를 기울였던 열린 마음과 포용에 있었다.
링컨의 팀은 흔히들 이상적 조직의 모습으로 많이 꼽는 지도자의 카리스마, 그리고 일사분란과는 한참 거리가 있다. 하지만 링컨은 라이벌들로 팀을 꾸림으로써 집단적 사고의 함정을 피하고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다. 링컨이 말을 잘 듣고 편한 사람들로만 팀을 꾸리는 ‘협량의 리더’였다면 이후 역사의 흐름은 완전히 바뀌었을 것이다.
MIT와 카네기 멜론 등 명문대학 교수 3명이 지난달 뉴욕타임스에 ‘왜 어떤 팀들은 다른 팀들보다 스마트한가’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이들은 지원자들을 모집해 팀 당 2~5명씩으로 수십개 팀을 만든 후 일련의 간단한 과제들을 수행하도록 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그리고 성과가 뛰어난 팀들은 어떤 공통점을 지니고 있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는 자못 놀라웠다. 팀원들의 높은 아이큐와 외향적 성격, 강한 동기부여 등은 성과와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좋은 성과를 거둔 팀들의 특징은 3가지로 나타났다. 이런 팀일수록 구성원들이 동등하게 토론에 참여했으며 공감능력이 뛰어났다. 그리고 여성비율이 높았다. 이것은 앞의 두 특징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 결과가 드러내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조직 성공의 핵심은 구성원들의 개별적 우수성보다 토론을 장려하고 서로에 귀를 기울이는 열린 문화에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똑똑한 인물들로 가득 채워진 조직이 왜 그렇게 자주 끔찍하고 멍청한 결정을 내리게 되는지도 간접적으로 설명해 준다.
열린 문화를 바탕으로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성공을 이뤄낸 대표적 기업이 구글이다. 구글 에릭 슈미트 회장은 토론 신봉자이다. 그는 “최선의 아이디어에 이르기 위해서는 갈등이 필요하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토론을 피하는 것은 갈등을 회피하는 것이며 그것은 쇠락으로 가는 지름길일 뿐이다.
구글의 경영방침 가운데는 ‘머리만 끄덕이는 버블헤드(bobblehead) 인형들을 조심하라’는 것이 있다. 입은 다문 채 고개만 끄덕이는 인형들을 가까이 두는 리더가 변화의 흐름을 제대로 읽고 따라갈 수 있을 턱이 없다.
토론문화는 조직의 건강과 발전에 필수적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것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토론이 일상화되고 문화로서 정착되려면 리더의 소양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경청은 기본이고 토론의 흐름을 이해하고 다양한 견해들을 통합 조정할만한 식견이 있을 때 비로소 이것이 가능해진다. 잘 이해할만한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에게는 잘 듣는 일도 쉽지 않다. 세종대왕이 ‘토론군주’로 후세에 이름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인문적 바탕 덕분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주 일부 개각 인사를 했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친박 의원들이 또 다시 두 명이나 입각했다. 실세 각료들은 온통 친박이다. 쇄신, 참신과는 거리가 멀다. 친정체제 강화를 통한 국정 동력 운운하지만 냉정한 시각으로 본다면 버블헤드만 더 늘어났을 뿐이다. 도리스 굿윈의 표현을 빌린다면 ‘팀 오브 버블헤즈’(Team of Bobbleheads)라 부를 만하다.
한 신문이 박근혜 정권 2년을 맞아 고위 공직자 4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정운영 평가에서 거의 모든 응답자들이 ‘토론 실종’을 심각한 문제점으로 꼽았다. ‘그분’의 지시와 이행만 있을 뿐 설명과 토론은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조직에서 민심의 소재를 전하는 쓴 소리가 오가고 창조적인 토론이 이뤄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이번 인사를 보니 ‘그분’은 시선을 내리깐 채 준비된 원고를 읽고, 장관들은 ‘말씀’을 받아 적거나 고개만 주억거리다 끝나는 국무회의 풍경은 앞으로도 전혀 바뀌지 않을 것 같다.
yoons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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