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평생을 살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잘 나가는 사람이나 시종일관 바닥을 기는 사람은 별로 없다. 등락과 부침은 인생의 기본적인 구도다. 그러나 보통 사람의 경우는 이것이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모든 사람의 관심사인 정치판은 다르다. 끊임없이 신인이 등장하고 구세대 인물은 사라져 가며 같은 사람이라도 등락과 부침을 거듭하는 것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래서 정치는 재미있다.
최근 들어 급속도로 침몰하는 미국 정치인을 들라면 뉴저지 주지사인 크리스 크리스티가 첫손가락으로 꼽힐 것이다. 한 때 민주당 텃밭인 뉴저지에서 재선에 성공하며 차기 공화당 대선 주자 1순위를 달리던 크리스티는 요즘 추락에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정적을 골탕 먹이기 위해 일부러 교통 체증을 유발한 소위 ‘브리지게이트’는 보좌관의 소행이고 자신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는 크리스티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거기다 요르단 정부가 준 돈으로 호화 해외여행을 하고 값비싼 선물을 받아온 사실이 밝혀지면서 지지자들 이탈이 뚜렷해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뉴저지 경기 침체로 주 신용등급은 강등되고 주내에서의 그의 인기는 30%대로 밀려났다. 최근 실시된 CBS 여론 조사에 따르면 11명의 유력 공화당 대선 주자 가운데 그는 9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크리스티의 추락과 반비례해 주가가 오르고 있는 인물은 누구일까. 부시 가문의 차남 젭 부시다. 같은 CBS 조사 결과 젭 부시는 공화당원 49%의 지지를 획득, 1위를 차지했다. ‘부시 가문에서 제일 똑똑하다’는 평을 받고 있는 젭은 여러모로 특이하다. 우선 그의 본명은 존 엘리스 부시(John Ellis Bush)다. 이 세 이름의 앞 글자를 따 젭을 이름으로 쓰고 있다.
그리고 주요 정치인 중 거의 유일하게 토종 멕시코 인을 아내로 두고 있다. 그가 17살 때 멕시코 과나화토로 자원봉사를 가 영어를 가르치다 지금 부인인 콜룸바를 만나 3년 뒤 결혼했다. 역시 크게 될 인물은 어려서부터 장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있나 보다.
그 후 40년이 지난 지금 그의 멕시코 태생 부인은 그의 대선 가도에 큰 힘이 되고 있다. 그가 출마할 경우 현재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공화당의 최대 취약 유권자 그룹인 라티노가 이 사실을 주목하지 않을 리 없기 때문이다. 지금도 아니고 70년대 초 멕시코 인을 아내로 맞을 생각을 한 젭이나 이를 허락한 부시 가문 모두 보통은 아니다.
부시 집안이 다른 건 몰라도 하나 분명히 아는 것은 미국에서 정치를 하려 하는 이상 라티노를 무시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아들 부시도 텍사스 주지사 시절에는 절반, 대선 때도 30%에 달하는 라티노들의 지지를 받았다. 공화당에 대한 라티노들의 지지율이 10% 대인 것을 감안하면 이는 대단한 숫자다.
젭 부시가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된다면 스윙 스테이트인 플로리다, 콜로라도, 네바다, 뉴멕시코 등지에서 라티노 덕을 단단히 볼 것이다. 공화당 내 큰손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과거 크리스티를 지지했던 부호들이 젭 부시 쪽으로 줄줄이 말을 갈아타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물론 내년 대선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아이오와 코커스와 뉴햄프셔 예선까지는 아직 1년 가까이 남았다. 정치에서 1년은 영원이나 마찬가지다. 그 사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누가 어떤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해 퇴장할지 아무도 모른다. 또 예상 밖으로 아이오와에서 지고 뉴햄프셔에서 이겨 역전극을 벌이며 당내 지명을 따낸 후보도 아버지 부시부터 클린턴까지 수없이 많다.
그러나 지금 모멘텀은 젭 부시에게 있는 것처럼 보인다. 민주당 대선 주자로 힐러리가 지명될 것이 확실시 되는 점도 부시 가문에 대한 피로감을 덜어주고 있다. 앞으로 1년 반 동안 펼쳐질 미 대선 레이스가 점차 뜨거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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