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역사상 첫 노동조합이 탄생한 것은 19세기 초 영국 맨체스터다. 칼 마르크스와 함께 근대 공산주의 운동의 창시자로 꼽히는 프리드리히 엥겔스는 1842년 22살의 젊은 나이에 이곳에 왔다. 그는 아버지가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에서 일하며 맨체스터 노동자들의 참상을 눈으로 직접 목격했다. 이 때 그가 쓴 책이 ‘영국 노동자 계급의 실상’이란 책은 지금까지도 초기 자본주의에 관한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그를 분노케 한 것은 일반 노동자도 노동자지만 어린 아동에 대한 혹사였다. 올망졸망한 어린이들이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하루 10시간 이상 노동에 시달리다 툭하면 사고로 손발이 잘려나가는 모습을 본 그에게 자본주의는 망해야 할 제도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봉제공장 자본주로 일하며 번 돈으로 친구 마르크스의 생계를 도왔다. 그가 없었더라면 마르크스는 일찍이 굶어죽었을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됐더라면 ‘자본론’도 국제 공산주의 운동도 없었을 것이다.
노동자들의 비참한 현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노동조합의 필요성에 공감하게 됐고 노조는 정부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세력을 점차 키워 합법적 지위를 인정받고 제2차 대전 후에는 이들의 지지를 받는 노동당이 집권하기에 이른다.
미국도 이와 비슷한 과정을 밟았다. 영국보다 한 세기 늦게 산업화를 경험한 미국 노동자들은 20세기 들어 본격적으로 노조를 조직했고 1954년에는 미국 노동자의 35%가 노조에 가입할 정도로 위세를 떨쳤다. 이는 당시 유럽과 일본이 2차 대전의 참화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소련과 중국은 공산화된 상태로 미국이 세계의 유일한 공장 역할을 하고 있어 미국 기업이 이들의 요구를 들어주고도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럽과 일본 경제가 회복되고 90년대 공산주의가 무너지면서 세계의 노동자들이 모두 미국 노동자들의 경쟁 상대가 되자 사정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미국 기업들은 인건비가 싼 외국으로 공장을 이전하고 자동화를 서두르면서 노조의 입김은 약해졌다. 현재 미국 노동자들의 노조 가입률은 11%, 사기업 근로자의 가입률은 7%다.
사기업 노조가 약해지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공기업 노조는 강해지고 있다. 2009년 미 공기업 노조 가입자 수는 790만으로 740만의 사기업 노조를 처음 앞질렀다. 공기업 노조가 이처럼 강한 것은 사기업과는 달리 정부 조직은 해외 이전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사기업 노조가 다 약한 것은 아니다. 사기업 중에서도 해외 이전이 안 되는 직종은 노조가 강하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청소 등 서비스 노조와 항구에서 물건을 나르는 하역 노조다.
요즘 롱비치 앞바다에 가보면 고래 등만한 화물 선 수십 척이 줄줄이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롱비치 하역 노조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사실상 태업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지켜보는 수출입 업자들은 애간장이 타고 있다. 해외로 수출해야 할 농산물이 부두에서 썩고 있고 배가 들어오지 못해 납품 날짜를 맞출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하역 노조원의 평균 연봉은 9만8,000달러며 은퇴 연금, 건강 보험 등 베네핏까지 합치면 1인당 인건비는 연 15만 달러에 달한다. 그런데도 부족하다며 임금 인상 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19세기 맨체스터에서 참 오기는 많이 왔다.
롱비치 하역원이라고 모두 노조원은 아니다. 이중 상당수는 일용직과 우선 일용직 노동자다. 일용직 노동자는 임금도 낮고 베네핏도 없으며 일감도 노조가 차지한 후 남은 것이 있어야 할 수 있다. 우선 일용직은 일용직으로 오래 일하면 한 단계 올라가는 자리고 여기서 또 오래 있어야 정식 노조원이 될 수 있다. 현직 노조원의 친인척이 아니고서는 사실상 노조 가입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LA와 롱비치 항은 미국으로 들어오는 수입 물량의 40%를 담당한다. 이곳 태업이 장기화되고 최악의 경우 항구 폐쇄로까지 이어진다면 겨우 회복기를 맞은 남가주 경기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항만노조는 적당히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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