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스럽다’-. 중국관련 주요 뉴스에 논평이 매일같이 쏟아지고 있다. 그 뉴스를 대할 때마다 드는 느낌이다.
우선 부정부패관련 스토리가 그렇다. 탐관오리로 적발된 고위공직자가 수십만에 이른다. ‘파리’급에 해당하는 부패관리가 뇌물로 받은 돈도 수천만 달러가 보통이다. ‘호랑이’급이 부정축재로 끌어 모은 돈은 수십억, 수백억 달러에 이른다. 그 스케일이라니. ‘중국스럽다’는 말 밖에 다른 표현을 찾기 어렵다.
‘중국스럽다-. 중국의 안보외교 전략에 관한 보고서들도 그렇다. 스케일이 크다. 게다가 원려심모(遠慮深謀)가 담겨있다 못해 그 속이 컴컴하기 까지 하다. 동북공정이니 어쩌니 하는 역사 바꾸기가 그렇다.
‘과연 중국스럽다-. 그런 평을 받을만한 신간이 나왔다. 미 국방부의 중국전문가 마이클 필스베리가 펴낸 ‘100년 마라톤‘이 그것이다.
중국 것이라면 다 좋다. 스스로가 한 때 그런 팬더-허거(panda-hugger)였음을 밝힌다. 그게 그런데 엄청난 착각이었음을 스스로 시인한 일종의 고백이 ‘100년의 마라톤’이다.
미국을 제치고 중국이 수퍼 파워로 군림해야 한다. 1949년 모택동이 세운 전략목표라고 한다. 그 꿈을 오는2049년, 그러니까 공산정권 수립 100년이 되는 해까지 실현한다는 목표 아래 중국은 비밀전략을 수행해왔다.
그 100년의 비밀전략의 철학은 모택동의 평생 애독서 ‘자치통감’에서 찾아진다는 것이 필스베리의 지적이다. 자치통감은 전국시대에서 5대까지 1362년의 정치적 변천사가 담겨 있는 일종의 제왕학 교본이다. 이 역사서의 키워드를 그는 ‘기만’으로 파악한다.
“약자는 힘을 기르기까지 패자(覇者)앞에서 이빨을 숨겨라, 결정적인 순간이 왔을 때 이빨을 드러내야한다.” 이 책의 교훈이다. 모택동 이후 역대 중국공산당 지도부는 철저히 기만에 바탕을 둔 비밀전략을 통해 ‘패권국으로서 중국의 꿈’을 추구해왔다는 거다.
핑퐁외교는 닉슨-키신저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상은 기만을 바탕으로 한 모택동의 전략이었다는 것이다. 전국시대의 전략을 모방한 것으로 미국, 인도, 일본, 그리고 중국이 축을 이루어 소련견제에 나서자는 모택동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 핑퐁외교라는 것.
이후 중국은 철저히 이빨을 감추는 전략을 구사해왔고 미국은 계속 속아 왔다는 주장이다. 등소평은 온건한 개혁주의자로 서방세계에 비쳐져 있다. 그러나 커튼 뒤의 등소평은 초강경주의자로 유혈진압으로 끝난 천안문사태도 그의 작품이라는 것.
중국이 경제 발전을 하면 민주국가가 되고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당사자 역할을 할 것이다. 닉슨 이후 역대 미 대통령이 품어 온 생각이다. 그게 착각이라는 것이 필스베리의 주장이다.
“중국공산당내 초강경파와 군부의 영향력을 미국은 그동안 지나칠 정도로 과소평가해왔다. 실제에 있어 중국을 지배해온 것은 바로 그들이다.” 계속되는 필스베리의 지적이다.
철저히 이빨을 감추어왔다. 그러면서 힘을 길렀다. 그러다가 이빨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 타이밍을 리먼 브러더스 도산사태 이후 2009년께로 그는 보고 있다. 국제회의에서 중국 외교관들의 태도가 달라졌다. 거침없이 중국주도의 국제질서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 공산당 지도자들은 미국을 세계 패권을 놓고 다투는 적으로 간주한다. 내부 비밀문건에 따르면 중국의 최우선 해외정책목표는 미국의 쇠망을 유도, 관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북한 같은 깡패국가지원도 마다하지 않는다….” 필스베리가 ‘100년 마라톤’에서 밝힌 내용들이다.
‘중국스럽다’-. 중국의 한반도 관련 수사에서도 매번 느껴지는 대목이다.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원한다.” 미사일을 쏘던 무슨 짓을 하던 결국은 북한을 지지한다. 그리고는 중국정부가 판박이 같이 하는 말이다. 그리고 ‘오프 더 레코드’ 인 양 하는 말이 중국은 대규모 탈북사태를 두려워 한다는 것이다. 진짜일까.
“북한이란 미친개를 방치하는 것은 미국과 대치상태에 있는 중국의 이해에 결코 해롭지 않다. 더 중요한 사실은 북한을 부정할 경우 항미원조(抗美援朝)로 위장한 6.25의 진실을 까밝히는 셈이 된다. 더 나아가 이는 중국공산당 통치의 합법성에 문제가 생긴다.” 이게 진짜 이유라는 것이 한 중국계 중국 전문가의 지적이다.
중국이 한국에 ‘중국스러운’ 요구를 들이대고 있다. 사드(TH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한국배치를 문제 삼고 나선 것이다. 시진핑은 대한민국은 주권국가라고 치켜세우며 정상회담에서 직접 부정적 입장을 전달했다. 그리고 국방부장까지 나서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보이고 있다.
마치 최후통첩이라도 하는 것 같다. 어떻게 이런 사태까지 왔나. 중국을 북한문제의 균형자로, 또 동반자로 착각했다. 그런 일방외교가 불러온 결과가 아닐까.
그래서인지 그 ‘중국스러움’이 더 뻔뻔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불안하다. 대통령의 얼굴만 바라보며 안절부절 하는 정부당국자들의 모습이 어른거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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