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가 겨울잠에서 깨어날 채비를 하고 있다. 스프링 트레이닝캠프가 다음 주부터 투수와 포수들의 입소로 막을 올리고 다음 달부터는 시범경기 일정이 시작된다.
이번 스프링캠프는 한인 팬들에게 그 어느 해보다도 많은 흥분과 기대를 안겨주고 있다. 월드시리즈 진출을 꿈꾸는 LA 다저스의 류현진이 자신의 3번째 빅리그 시즌을 시작하며 지난해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부상과 부진으로 점철된 고행의 시간을 보내야 했던 추신수도 완전히 회복돼 건강해진 몸으로 재기를 다짐하고 있다. 또 한국에서 온 거포 내야수 강정호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 새 둥지를 틀고 빅리그 도전을 시작한다. 한국프로야구에서 지난해 40홈런을 치며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첫 번째 선수가 된 강정호가 과연 메이저리그 무대에서도 파워히터로 통할 수 있을지는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한인들의 최대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이래저래 이번 스프링캠프는 한인팬들에게 근래 가장 큰 기대를 모으는 흥미진진한 무대가 될 전망이다.
이런 와중에 전혀 예상치 못했던 또 하나의 흥미로운 스토리가 뉴욕 양키스에서 펼쳐지고 있어 한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뉴욕지역 언론들은 지금 일제히 양키스의 올해 주전 2루수 후보로 로버트 레프스나이더(23)를 주목하고 있다. 그의 스토리가 한인들에게도 흥미로운 것은 그가 생후 5개월 때 미국인 가정에 입양된 ‘코리안’이기 때문이다. 그의 한국이름은 김정태로 서울 출생이며 지난 1991년 9월, 생후 5개월 때 오렌지카운티 라구나힐스의 클린트와 제인 레프스나이더 부부에게 입양되면서 로버트 레프스나이더가 됐다. 그의 누나인 엘리자베스 역시 한국에선 온 입양아다.
어려서부터 하는 스포츠마다 뛰어난 재능을 보인 레프스나이더는 고교시절 풋볼과 농구, 야구선수로 맹활약했고 야구선수로 애리조나대에 진학했다. 2012년 칼리지 월드시리즈에서 타율 .476의 맹타를 휘둘러 시리즈 MVP에 오르며 애리조나를 내셔널 챔피언으로 이끈 레프스나이더는 그해 6월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5라운드에서 양키스에 지명됐다. 그리고 지난 2년 반 동안 마이너에서 양키스의 탑 유망주로 떠올랐고 양키스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그가 팀의 주전 2루수 자리를 맡을 수 있을만큼 성장했다는 판단으로 그를 스프링캠프에 불렀다.
레프스나이더의 스토리는 한인 입양아 출신으로 첫 메이저리거의 출현이 임박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사실 그의 스토리는 한인들에겐 한편으론 대견스럽고 자랑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론 우리의 아이들을 우리가 책임지지 못했다는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는 요소가 있다. 한때 세계 최고의 ‘고아 수출국’이라는 달갑지 않은 타이틀을 갖고 있었던 한국이 최근에 와서 해외입양에 대한 강력한 억제정책을 펴기 시작한 것도 그 때문이다. 지난 1986년 6,000명을 넘었던 한국아이들의 해외 입양 수는 레프스나이더가 입양됐던 1991년 1,800여명 수준까지 줄어들었고 지난 2013년엔 단 138명만이 해외로 입양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처럼 세계 최고의 ‘고아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벗어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부모로부터 버림받는 아이들의 수가 갑자기 줄어든 것은 아닌 이상 해외입양의 길이 갑자기 막힌 상태에서 국가적으로 이들 아이들에 대한 적절한 양육 대책은 마련돼 있는 것인지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레프스나이더는 자신을 해외로 떠나보낸 친어머니에 대해 섭섭한 감정은 전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최근 뉴욕 타임스에 실린 기사에서 “친어머니가 나에게 가장 좋은 기회를 주기 위해 (입양을) 선택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면서 “난 매우 큰 축복을 받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끔 어머니가 ‘네 친어머니를 찾고 싶지 않냐’고 물어보는데 그때마다 그는 “미안해요. 엄마, 난 엄마 옆에 계속 붙어 있을래요”라고 답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도 친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완전히 지울 수는 없다. 언젠가는 가족들과 함께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는 소망을 가슴에 품고 있다.
그의 양어머니 제인 레프스나이더는 로버트가 고등학교 시절 어느 날 자신에게 조심스럽게 물어온 일을 잘 기억하고 있다. ‘만약 내가 친어머니를 찾아 나선다면 엄마의 가슴이 아프지 않겠냐’는 질문이었다. 그에 대해 제인은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오 로버트, 난 너와 함께 지구 끝까지 갈 거야. 그리고 그녀를 찾으면 내가 먼저 그녀를 끌어안고 우리에게 너무나 소중한 선물을 보내준 것을 감사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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