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부터 연방의회는 새 회기 첫 휴회에 들어간다. ‘대통령의 날’ 연휴를 낀 한 주간의 즐거운 휴가다. 그러나 상하양원의 다수당으로 등극한 공화당 지도부의 발길은 전혀 가볍지 못할 것이다. 이달 말이 시한인 국토안보부 예산안을 아직 통과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지막 주, 휴가에서 돌아오면 시한인 27일까지 남은 시간은 단 4일, 그동안 통과시키지 못하면 ‘정부폐쇄의 악몽’이 재연된다. 상원의 공화당과 민주당, 공화당의 상원과 하원이 제각각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원내의 교착상태가 국가안보를 흔드는 위기로 비화되는 위험에 처할 것이다.
논쟁의 핵심은 공화당의 뜨거운 감자, ‘이민’이다.
하원은 지난달 400억달러 규모의 국토안보부 예산안을 통과시킨 후 상원으로 송부했다. 예산안을 오바마 대통령의 이민행정명령 저지에 이용하겠다는 노골적 야심이 담긴 법안이다. 국토안보부 예산과 수수료를 행정명령 시행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이른바 ‘독약’ 수정조항들을 주렁주렁 첨부했다.
전과자의 우선추방을 지시한 2011년 명령, 어렸을 때 부모 따라 미국에 와 불법체류가 된 드리머들의 추방을 유예시킨 2012년 행정명령, 그리고 400만명 서류미비자에 대해 추방유예와 노동허가 발급을 허용한 지난해 11월의 행정명령까지…하나도 남김없이 무효화시키겠다는 집념이 넘쳐흘러 공화당의 ‘반이민 강박증’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공화당 의석이 과반수를 훨씬 넘어선 하원에선 쉽게 통과했다. 그러나 상원에선 달랐다. 지난주 사흘 연달아 3번 시도했다 3번 다 실패했다. 예산안을 상원 본회의에서 심의·표결하기 위해 토론종결을 위한 절차투표에 3번이나 부쳤는데 민주당의 필리버스터를 막는데 필요한 60표를 확보하지 못해 예산안은 본회의 표결에 회부조차 못한 것이다.
단합한 민주당은 행정명령 무효화를 노린 첨부조항들을 뺀 순수한 예산안, ‘클린 빌’이 아니면 지지할 수 없다고 강경하게 버티고 있으며, 오바마도 (자기 책상에까지 오지도 않을) 예산안에 대한 거부권 위협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민주당과의 대립도 힘에 겨운데 공화당 상원지도부는 같은 공화당 하원지도부와의 줄다리기로도 진을 빼고 있다. 10일 미치 맥코넬 상원 공화당 대표가 마침내 손을 들었다 : “상원에선 막혔다. 이제 하원에 달렸다” 11일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곧바로 받아쳤다 : “하원은 제 할일 다했다. 이젠 상원이 행동할 차례다”국토안보부 폐쇄는 반드시 막아야 하는데 시한은 다가오고, 당내 강경파는 ‘이민행정명령 절대 불가’를 굽히지 않고, 필리버스터의 철벽을 친 민주당은 공화당 내분을 즐기듯 관전하고…이런 와중에서 의회 다수당으로 수권 능력을 증명해야 할 공화당 지도부는 진땀이 흐른다.
교착상태를 벗어날 옵션들은 물론 있다. 그러나 공화당 입맛에 맞는 좋은 것이 없다는 게 문제라고 내셔널 저널은 지적한다.
첫째, 하원 예산안 상원통과를 3번이 아니라 4번, 5번, 계속 시도할 수 있다. 그러나 단합한 민주당은 물러날 기미를 안보이고 공화당 내 중도파들까지 소모성 전략을 버리라고 반발할 것이다.
둘째, 공화당 중도파 수전 콜린스 상원의원이 중재안을 제시했다. 2012년 드리머 추방유예 행정명령 무효화는 제외시키고 2014년 400만명 추방유예 명령 무효화만 살려두자는 것. 그러나 민주당은 “마치 인질범이 몸값만 약간 깎아 준 듯하다”며 일축했다.
셋째, 민주당이 원하는 대로 이민 수정조항을 다 털어내고 순수한 예산안을 표결에 부칠 수 있다. 그러나 당내 강경파들의 반란에 공화당 지도부의 입장이 난처해질 것이다.
넷째, 속수무책으로 우왕좌왕하다 국토안보부 폐쇄를 초래한다. 가뜩이나 국제테러가 기승을 부리는 이 시기에 양당 모두 원치 않는 모험이며 더구나 지도부는 폐쇄사태를 절대 허용치 않겠다고 다짐해 왔다. 민주당도 현재의 하원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할 경우, 오바마가 거부권을 행사해 국토안보부 폐쇄의 장본인이 되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해 아예 상원통과를 막고 있는 것이다.
다섯째, 현행 예산운영을 한 달 가량 연장하는 단기성 임시예산안 통과다. 폐쇄는 막고 공화당은 이민에 대해 논의할 시간을 벌 수 있다. 민주당이 ‘대단히 나쁜 정책’이라고 비난했고 공화당 강경파도 또 미루느냐고 펄펄 뛰겠지만 현재로선 가장 가능성 높은 옵션이다.
“공화당은 변할 수 있을까?” - 이번주 초 월스트릿저널의 사설제목이다. 대표적인 보수언론이 공화당의 극단적 이민정책을 비판하면서 현실을 직시하고 합리적 새 전략을 찾지 않으면 의회 다수당으로서 ‘공화당의 운명’이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공화당이 이처럼 무리하게 죽이려고 애쓰는 이민 행정명령은, 포괄적 이민개혁안을 무산시킨 공화당 하원의 무책임한 행동에 대한 최선의 대안이었다. 그러므로 현재의 난감한 상황에서 빠져나갈 출구전략도 거기서부터 찾아야 한다.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비현실적 예산책략은 정답이 아니다. 조건 없는 예산안을 통과시킨 후 새로운 이민개혁안에 착수해야 한다. 그것이 다수당다운 자세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