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평화를 갈망하지만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 해도 좋을 만큼 전쟁의 연속이었다. 인간은 도대체 왜 죽고 죽여야 하는 전쟁을 이토록 좋아하는 것일까.
이 문제를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깊게 연구한 사람의 하나는 아테네의 사가 투키디데스다. 아테네의 장군이기도 했던 그는 아테네가 그리스의 패권을 놓고 스파르타와 30년 동안 싸운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직접 겪었으며 누명을 쓰고 현직에서 물러난 뒤에는 자기가 본 것과 증인들의 진술을 토대로 전쟁의 발단과 진행 과정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묘사했다.
전설과 소문에 의존한 헤로도투스의 ‘역사’와 달리 사료에 근거해 작성된 그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는 “단지 이 시대가 아니라, 영원히” 가치 있는 역사를 쓰겠다는 그의 야심대로 그 후 2,4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서구 최초의 정통 역사서로 대접받고 있다.
단순 역사가 아니라 현실 정치의 치밀한 묘사로 ‘현실주의 정치학’의 원조로도 평가받고 있는 이 책에서 투키디데스는 전쟁의 원인을 “두려움과 명예, 그리고 이익”으로 봤다. 페르샤와의 전쟁에서 이긴 후 아테네가 그리스의 맹주로 떠오르자 그 세력 팽창에 두려움을 느낀 스파르타가 전쟁을 걸어왔고 누가 그리스의 진정한 강자인가 하는 명예와 패권이 걸린 싸움에서 아테네도 양보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장장 30년 동안 두 도시 국가의 사활을 건 싸움이 계속됐다는 것이다.
투키디데스 이후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전쟁의 근본 원인은 바뀌지 않고 있다. 인류 역사상 최대 재앙인 2차 대전은 전쟁을 일으킨 독일 입장에서 보면 1차 대전 패배로 실추된 독일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전쟁이었다. 거기다 소련 공산주의에 대한 공포와 독일 민족이 살 광대한 영토에 대한 욕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미국이 진 최초의 전쟁인 월남전은 어떤가. 공산주의에 대한 공포가 일으킨 전쟁이라 봐야 할 것이다. 월남이 공산 세력에 떨어지면 동남아시아 전체가 위험하고 동남아가 공산화 되면 전 세계가 공산화될 위험이 있다는 두려움이 온갖 비판을 무릅쓰고 미국이 월남에 개입하게 된 원인이었을 것이다.
아들 부시가 시작한 이라크 전도 마찬가지다. 9/11 테러로 세계 유일의 수퍼파워란 자존심에 심대한 타격을 입은 미국은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대량 살상 무기를 개발해 미국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잘못된 정보와 전후 처리 미숙으로 4,000여명의 미군이 사망하고 2조 달러의 돈을 쏟아 붓고도 IS라는 극렬 테러 조직이 발호하는 계기를 만들어줬지만 이것을 부시가 없는 증거를 조작해 이라크를 집어삼키려고 저지른 침략전쟁으로 모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요즘 미국에서는 이라크 전 참전 저격수 크리스 카일의 일생을 그린 ‘아메리칸 스나이퍼’를 두고 찬반 논쟁이 뜨겁다. 한 쪽에서는 미 역사상 최고 기록인 160명을 저격한 카일야말로 미군을 구한 ‘우리 시대의 진정한 영웅’으로 추켜세우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카우보이가 인디언을 사냥하듯 뒤에 숨어 이라크 인을 살해한 ‘비겁한 전범’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나온 전쟁물 중 최고 흥행 수입을 올린 이 영화를 단순히 이라크 전을 미화한 선전물로 보는 것은 무리다. 여기에는 이라크 전에 참전했다 팔다리를 잃은 베테랑과 사지는 멀쩡해도 정신적 후유증으로 민간인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참전군인 얘기가 여럿 나온다. 주인공 카일 자신도 알콜 중독으로 고생하며 전쟁 스트레스로 정신이 이상해진 참전 용사를 돕다 그가 쏜 총에 맞아 사망한다.
전쟁의 원인이 ‘공포와 명예, 그리고 이익’이라면 인간이 존재하는 한 전쟁이 사라지기는 매우 어려워 보인다. 이 세 가지는 인간이 지닌 기본적인 욕망들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이를 이성적으로 통제하는데 실패할 때 어떤 사태가 벌어지며 그 결과는 비극이라는 것을 ‘아메리칸 스나이퍼’는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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