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한 달 사이 100명 가까운 사람이 처형됐다. 이라크와 시리아의 일부지역, 그러니까 이슬람국가(IS)로 선포된 지역에서. 신성모독에, 매춘, 동성애, 스파이 등의 혐의로.
그 희생자에는 기독교 성직자, 서방기자, 여성 변호사, 기껏해야 열너덧 살 나이의 어린 소녀들도 포함된다. 공개 총살을 당한다. 목이 잘린다. 돌에 맞아 죽는다. 높은 건물에서 산 채로 아래로 던져 죽인다. 십자가에 매달려진다. 산 채로 매장된다. 그것도 어린애가.
이슬람 수니파 극렬세력인 IS와 대척점을 이루는 곳, 시아파지역에서도 참상은 계속 보고되고 있다. 바그다드 북쪽의 마을에서 68명이 수니파 주민이 학살됐다. 가해자는 이라크의 시아파 정규군이다. 이 이라크에서 지난해 11월 현재 150여명이 처형됐다.
비극은 이로 국한된 것이 아니다. 올 1월 한 달 동안에만 전 세계 28개국에서 ‘지하드’란 이름하에 266차례의 공격행위가 이루어졌다. 4000명에 가까운 사람이 희생되고 2200여명이 중상을 입었다.
뒤이은 것이 IS의 두 명의 일본인 참수사태, 그리고 포로로 잡힌 요르단 공군 조종사를 철창에 가두고 산채로 불태워 죽인 비디오 공개다.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공격을 시발점으로 2015년이 시작되기 무섭게 세계는 이슬람이스트 극렬세력의 파상적인 공격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목을 벤다는 것만 해도 그렇다. 그렇지만 살아있는 인간을 마치 번제(燔祭)희생을 드리는 식으로 죽인다. 그리고 그 광경을 유튜브에 올린다. 문명세계의 인간으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끔찍한 만행이다. 도대체 무엇이 이를 가능케 하고 있는 것인가.
관련해 새삼 질문이 던져진다. 이슬람국가(IS)라는 괴물을 낳은 종교, 이슬람은 도대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산 인간을 공개리에 번제물로 바치는 상황에 전 세계는 경악했다. 이슬람 세계는 그러나 코란 뒤지기에 바빴다. 참수(斬首)는 무하마드도 허용했다. 그런데 산 인간을 제물로 드린 전례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무하마드의 후계자들이다. 이슬람을 떠났다. 배교자들이다. 그런 사람들을 산 채로 불태워 죽였다.” ‘아메리칸 싱커’의 보도다.
그 전례에 따르면 서방을 도와 현대의 칼리프제국인 IS에 도전해온 것은 배교행위에 다름없다. 요르단 조종사를 산 채로 불태워 죽인 것은 그러므로 이슬람 전통에 따른 행위다. 이를 통해 요르단은 물론 친 서방 아랍 국가들에게 준엄한 경고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IS의 이런 논리를 보통의 아랍 이슬람권 주민들도 받아드리고 있을까.
대다수의 아랍 이슬람권 주민들은 테러리즘을 지지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대적 삶의 가치, 스타일에 극히 부정적인 것이 이슬람권 주민의 일반적 정서다.
이집트 국민의 74%는 회교 율령 샤리아에 의한 통치를 지지하고 있다. 간통한 사람을 돌로 쳐 죽이는 데 81%가 찬동한다. 배교자를 사형시키는 데에는 무려 86%의 지지율을 보인다.
목을 베고, 산 채로 불태워 죽인다. 그런 잔인한 행위에 대다수가 찬성하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 그렇지만 그런 행위를 유발한 테러동기에는 상당히 동정적이다. 또 코란 구절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극단적 행동에 나선다. 그런 사람을 말리려들지도 않는 게 이슬람 정서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심정적 동정으로 그치는 게 아니고 적극 돕는다. 아랍 이슬람권 50개국에서 IS전사 지원자들이 몰려온다. 사우디왕가는 수니파 원리주의 와하비즘 전파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지원한다. 또 테러스폰서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런 양면성의 아랍 세계 정서는 이슬람이스트 원리주의 극렬 테러집단 배양의 적절한 토양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새삼 일고 있는 것이다.
“개혁을 부르짖는 목소리가 없다. 아니, 있을 수 없다. 왜. 오류라고는 있을 수 없으니까. 때문에 재해석은 결코 용납되지 않는다. 복종만 요구된다.” 이슬람에 쏟아지는 또 다른 비판이다. 개혁의 목소리를 낸다. 그러면 뒤따르는 게 죽음이다. 7세기의 회교율령이 절대시 된다. 말하자면 중세적 가치관으로 화석화 된 종교가 이슬람으로 그 전근대적 종교의 사생아가 이슬람국가(IS), 알 카에다, 하마스, 헤즈볼라, 보코 하람 등의 원리주의 집단이라는 이야기다.
이 이슬람이스트 원리주의의 전쟁을 그러면 어떻게 보아야 하나. “문명과 문명 간의 충돌이 아니다. 현대 문명과 7세기 야만과의 전쟁이다. 그런 면에서 선과 악이 분명한 전쟁이다.” 한쪽에서의 주장이다.
“스스로의 개혁을 거부하고 있는 이슬람문명은 죽어가고 있다. 한 문명이 죽음을 앞두고 일으키는 경련, 그것을 서방은 한 때 ‘아랍의 봄’으로 잘 못 알았다.” 아시아타임스의 데이빗 골드먼의 진단이다.
다른 말이 아니다. 이슬람이스트 원리주의자와의 전쟁은 ‘죽음의 컬트’와의 전쟁이란 이야기다. 더 우울한 소식은 그 전쟁은 최소한 두 세대, 최소한 30년은 걸릴 것이라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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