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평화 시에 연방 소득세를 처음 징수하려 한 것은 1894년이다. 1860년대에도 직접세를 부과한 적은 있었지만 그 때는 남북 전쟁이란 특수 상황이었고 전쟁이 끝나자 세금도 사라졌다.
연방 정부는 그 해 세수 확보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 세금은 상위 2%를 대상으로 한 ‘부자 증세’고 세율도 2%로 매우 낮다는 점을 내세웠지만 연방 대법원은 “연방 정부가 직접세를 부과할 때는 인구 비율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헌법 조항을 근거로 이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렸다.
그러자 이번에는 헌법을 고쳐 연방 소득세를 걷자는 움직임이 일었다. 그 결과 1913년 인구 비율에 관계없이 연방 정부가 직접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허용한 수정 헌법 16조가 통과되고 지금의 IRS가 생겨났다. 첫 세율은 개인의 경우 연 3,000달러(2010년 현재 달러로 7만 달러)가 넘는 부분에 대해 1%, 50만 달러가 넘는 부분에 대해 7%로 지금에 비하면 턱없이 낮았다. 실제로 IRS가 생긴 지 여러 해 동안 세금을 낸 사람은 미 국민의 1%에 불과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정부의 지출은 계속 늘어났고 세율과 과세 대상도 점점 늘어났다. 제2차 대전 때는 최고 세율이 94%까지 치솟았고 전쟁이 끝났는데도 70% 이하로 떨어지지 않았다. 미국 소득세율이 본격적으로 낮아진 것은 80년대 레이건이 집권하면서부터다. 레이건은 두 차례의 세제 개혁을 통해 70%의 세율을 50%로, 50%에서 다시 28%로 낮췄다.
세율은 낮아졌지만 80년대 연방 정부의 세수는 오히려 늘어났다. 높은 세금으로 투자와 비즈니스 매매를 꺼리던 자본가들이 돈을 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미 국민의 실질 소득은 늘었고 실업률은 줄어들었다. 미국 경제는 90년대 말과 2000년대 중반에도 고속 성장을 했지만 이 때 성장은 하이텍 버블과 부동산 버블 덕이 컸다. 지난 30년간 그나마 견실한 성장을 이룬 것은 80년대가 마지막인 것 같다.
미국인보다 ‘부자 증세’를 더 좋아하는 프랑스는 작년 말로 연 소득 100만 유로 이상 소득자에 대해 부과하던 75%의 부유세를 조용히 폐지했다. 프랑스 국민 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유의 러시아 망명 등 고소득자의 탈 프랑스 러시도 이유지만 이로 인한 2년간 세수가 4억 유로에 불과해 850억 달러에 달하는 재정 적자를 메우기에 턱없이 부족한데다 전 세계 투자가들로부터 기피 대상국이 되는 불명예까지 안았기 때문이다. 프랑스가 외국인 투자 기피와 국내 자본의 해외 탈출로 입은 손실은 부유세 수입의 수십 배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주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학자금 마련을 위한 529 면세 구좌에 세금을 부과하려던 계획을 백지화했다. 공화당의 반대도 반대지만 민주당 내 반발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이 구좌의 최대 수혜자가 부유층이라 보고 이를 없애 커뮤니티 등록금 지원 자금으로 쓰려 했다. 이 구좌 수혜자에 부유층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현행 누진세 아래 세금 감면 혜택을 주면 세금을 많이 내는 부유층에 혜택이 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구좌는 1,200만 명의 미국인이 자녀 학자금 마련을 위해 이용하고 있다. 이들의 거센 반발을 무마할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는 연말 정산 규정 변경을 통해 1조원에 달하는 재원을 마련하려던 정부 계획이 백지화됐다. 부유층이 더 많은 세금을 내도록 했음에도 다수 봉급생활자에게 추가 부담이 지워지자 여야를 막론하고 들고 일어나 결사반대했기 때문이다.
‘부자 증세’에는 누구나 찬성하지만 중산층인 내가 내는 세금을 올리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그러나 누가 부자고 누가 중산층이냐를 결정하는 것은 하늘이 아니라 사람이다. 증세의 첫 타겟은 부자지만 결국에 가서는 중산층 증세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부자는 적고 중산층은 많기 때문이다. 지난 100년간의 역사와 최근 세금 인상을 둘러싼 논란은 ‘부자 증세’가 말처럼 간단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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