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년간 약 25%나 집값 올라 구입자 층 줄어
▶ 3% 다운 프로그램, FHA 융자 인하 등 여건 마련
[주택시장 변수]
새해가 시작된 지 어느덧 한 달이 되어간다. 주택시장에서는 아직까지 별다른 특이사항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이르면 2월부터 본격적인 주택매매 시즌이 시작되고 봄과 여름을 거치며 절정에 달하는 것이 주택시장의 전형적인 주기다. 올해 주택구입을 계획 중인 바이어들은 주택시장 추이를 살펴가며 이미 구매 타이밍 잡기에 돌입했을지도 모르겠다. 올해 주택시장 전망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해의 회복세를 어렵게 이어갈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반면에 일부는 올해부터 주택시장이 다시 정체기에 진입할 것이라는 비관론을 내놓고 있다. 올해 주택시장 회복 여부를 좌지우지할 몇 가지 요소들이 있다. 올해 주택시장 회복에 변수가 될 5대 관전 포인트를 살펴본다.
■ 주택 구매력 살아날까?
올해 주택시장 회복세 유지의 관건은 주택구매력에 달려 있다. 최근 2~3년간 주택가격이 급등하면서 바이어들의 주택 구매력이 상당히 악화됐는데 구매력이 살아나야 주택시장도 살아난다. 지난해부터 주택가격 상승세가 크게 둔화되면서 주택 구매력 악화 속도는 조금 더뎌졌다. 그래도 고임대료 부담에 당장 집이 필요한 서민층은 주택 구입 결정을 쉽게 내리기 힘들다. 주택을 구입할 만큼의 주택 구매력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S&P 케이스 쉴러 주택가격 지수에 따르면 지난해(10월 말 기준) 주택가격은 전년보다 약 4.6% 오르는데 그쳤다. 주택가격이 거의 오르지 않은 것과 다름없어 보이지만 사실 주택가격은 지난 3년간 약 25%나 급등했다.
3년간 오른 집값 때문에 주택 구입이 불가능해진 구입자 층이 부쩍 늘어났다. 지난해 고정모기지 이자율이 4% 미만으로 떨어지는 등 주택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했지만 낮아진 주택 구매력 때문에 주택 거래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올해 주택 거래 증가 여부는 무엇보다도 주택 구매력 개선 여부에 달렸다. 바이어들의 주택 구매력이 개선되려면 주택가격 안정과 함께 매물 공급도 원활히 이뤄져야 한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주택 매물 부족으로 주택 구입에 어려움을 겪었던 바이어가 상당수였다. 주택가격 추이에 따라서도 주택 구입 수요가 영향을 받는다. 집값이 상승 탄력을 잃은 지역이 이미 많고 일부 지역에서는 가격 하락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 모기지 시장 풀릴까?
올해 모기지 대출 장벽이 낮아질 것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모기지 대출시장이 풀려야 주택 구입도 원활해진다. 지난해 기대에 미치지못한 주택 거래를 살리기 위해 연방 정부가 먼저 나서서 모기지 대출 빗장을 풀었다.
지난해 말 패니매와 프레디맥이 주관하는 3% 다운 프로그램이 시행됐다. 뒤이어 올해부터는 FHA 융자에 적용되는 모기지 보험료가 대폭 인하될 예정이다.
관련 대출 조건들도 줄줄이 완화될 예정으로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와 저소득층의 주택구입을 위한 발판은 마련된 셈이다.
결정권은 주택 구입자들에게 넘어갔다. 한층 완화된 모기지 대출 프로그램에 부응해 주택구입에 나서주기만 하면 된다. 지난 5년래 주택구입에 나서 본 사람이라면 모기지 대출이 얼마나 깐깐해졌는지 잘 알 수 있다.
대출자 소득, 다운페이먼트 자금 증명, 크레딧 점수 기준 등의 장벽에 막혀 내 집 마련을 꿈을 이루지 못한 경우도 수두룩하다. 주택 구입 제 1관문이었던 모기지 대출 장벽이 낮아졌으니 주택 구입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모기지 대출기준이 완화됐다고 당장 주택 거래가 증가하는 것은 아니라고 못 박는다. 대출기준 완화로 주택 구입 능력이 갖춰져도 소득이 따라주지 않으면 주택 구입 결정을 내리기 힘들다는 것이다. 주택시장 침체 이후 3.5%만 다운해도 되는 FHA 융자가 줄곧 있었고 5% 다운페이먼트 프로그램도 그간 시행되어 왔지만 2006년도와 같은 대규모 주택 거래는 나타나지 않았다.
올해 주택 거래가 본격적으로 살아나려면 무엇보다도 고용시장 개선과 구입자들의 소득증가가 먼저 이뤄져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 모기지 이자율 과연 오를까?
지난해 주택시장은 모기지 이자율 덕분에 버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를 것이라는 연초 예측과 달리 1년 내내 초저금리가 유지되면서 주택 구입이 그런대로 간간이 이어져 왔다.
지난해 모기지 금리는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연초 약 4.7%대에서 연말 약 4%로 오히려 떨어졌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FRB)가 이미 올해 금리인상 계획을 시사했고 이에따라 모기지 이자율도 직·간접적으로 상승 영향을 받게 된다. 일반적으로 모기지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 단기적으로 주택 수요가 자극을 받지만 장기적으로는 주택 수요가 위축되는 경향이 있다.
변수도 있다. 현재 글로벌 경제가 상당히 불안정한 상태로 자칫 경제위기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감이 높다. 이미 러시아 경제위기로 해외 투자 자금들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미국 투자시장으로 속속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 경제불안이 지속돼 투자 자금들이 미국채권 시장으로 몰릴 경우 모기지 이자율을 끌어내리는 작용을 해 모기지 이자율 상승 시기가 늦춰질 수도 있다. 국내적으로는 경기가 아직 덜풀린 상태로 저 인플레이션 상태가 지속될 경우 FRB가 기준금리 인상시기를 늦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 주택 재고 늘어날까?
주택 가격과 주택 거래량과의 상관관계가 높다고 알려져 있다.
집을 많이 사야주택 가격이 오르고 수요가 줄면 가격은 떨어진다.
주택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한 가지 더 있다.
주택 재고량이다.
주택 재고 수준이 낮으면 주택 수요와 상관없이 주택가격이 지탱된다. 지난해가 그런 해였다.
지난해 주택 거래량은 그저 그런 수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주택 가격은 떨어지지 않고 소폭이나마 상승세를 유지했다.
매년 본격적인 주택 구입시즌은 대개 2월부터 시작된다. 그러다가 4월 세금보고 시기가 끝난 뒤부터 주택 구입자들이 주택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주택 매물량도 2월을 전후로 서서히 증가세를 타기 시작한다. 만약 2월이 지나서도 매물량이 눈에 띄게 늘지 않으면 주택가격이 하락보다는 상대적으로 지탱될 확률이 높다. 반면 매물이 급격히 늘어난다면 주택 거래가 증가하는 한편 주택가격은 상승세를 타기 힘들다. 따라서 올해 주택 구입 계획이 있다면 지역별 주택 매물 동향부터 파악해야 한다.
■ 주택 신축 늘어날까?
지난해 주택 건설업체들은 저가대 주택보다는 대형 고급주택 신축에 치중했다. 대형 주택판매 때 수익이 높기 때문인데 결과적으로 판매량은 기대 이하의 저조한 실적이었다. 주택매물이 절대 부족했던 2013년까지는 이 전략이 먹혀들어 갔지만 지난해부터 신규주택 판매가 급감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신규주택 판매는 전년 대비 고작 0.2% 증가에 그쳤고 신규주택 건축허가 건수역시 1% 늘었다. 올해부터는 건축업체들이 전략을 수정해 거품을 확 뺀 이른바 ‘실비’ 주택건설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다. 첫 주택 구입자들을 겨냥해 불필요한 업그레이드를 빼고 분양가를 낮출 것이라는 전망이다. 젊은 층 첫 주택구입자들의 주택 구입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면서 수요에 맞는 소형 주택건설이 붐을 이룰것으로 보인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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