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이정협-김영권 연속골로 이라크에 2-0, 호주-UAE 승자와 31일 아시안컵 패권 다툼
▶ 무실점 전승 우승 신화 도전
후반 5분 김영권(19번)이 두 번째 골을 터뜨린 뒤 이정협이 그의 등에 올라타며 환호하고 있다.
한국축구 대표팀 슈틸리케호가 2015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이라크를 영봉시키고 무실점 5연승 행진으로 결승에 진출, 숙원인 55년만의 정상등극에 마지막 한 걸음 앞으로 다가섰다.
26일 호주 시드니의 스테디엄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비가 내리는 가운데 벌어진 이라크와의 대회 4강전에서 한국은 전반 20분 이정협의 선제 결승골과 후반 5분 김영권이 추가골로 2-0 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2007년 대회 4강전에서 이라크에 당한 승부차기 패배의 빚을 깨끗하게 갚으며 1988년 카타르대회이후 27년 만에 결승 진출에 성공, 1960년 제2회 대회 우승 이후 55년 만의 정상 탈환을 향한 전진을 이어갔다.
한국은 27일 벌어지는 개최국 호주와 UAE(아랍에미리트)의 4강전 승자와 오는 31일 오전 1시(LA시간) 시드니에서 대망의 결승전으로 격돌한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이날 이라크를 상대로 원톱에 이정협, 좌우날개에 손흥민과 한교원, 처진 스트라이커에 남태희, 중원에 기성용과 박주호, 포백에 김진수, 김영권, 곽태휘, 차두리, 골키퍼 김진현을 스타팅11으로 내세웠다.
한국보다 하루를 덜 쉰데다 8강전에서 이란과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전을 치르느라 피로가 제대로 풀리지 못한 이라크를 상대로 한국은 초반 월등한 볼 점유율을 보이며 경기를 주도했다. 반면 이라크는 아예 볼 점유 노력은 하지 않은 채 전방부터 타이트한 압박으로 볼을 가로채면 그대로 빠른 역습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은 경기 시작 3분만에 중원 왼쪽에서 기성용의 예리한 크로스를 한교원이 몸을 달리며 헤딩을 시도했는데 볼이 머리에 맞지 않아 골로는 연결되지 않았으나 상대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엔 충분했다.
하지만 이라크도 계속 타이트하게 한국을 압박, 볼을 뺏어내면 빠른 역습을 노렸고 전반 7분 바로 그런 역습찬스를 잡았으나 한국 캡틴 기성용이 옐로카드를 받는 것을 감수한 깊은 태클로 맥을 끊어 첫 고비를 넘겼다.
이후 전반 12분 남태희, 17분 김진수, 19분 손흥민이 잇달아 중거리슛을 때리며 공세의 수위를 높여간 한국은 20분 세트피스를 통해 선취골을 뽑아냈다. 상대 오른쪽 측면에서 얻은 프리킥을 김진수가 예리하게 문전으로 올렸고 이를 이정협이 날카로운 헤딩으로 연결, 이라크 골네트를 출렁였다. 이정협의 대회 2호골이자 A매치 3호골이었다.
이후에도 이라크는 계속해서 압박을 통한 역습기회를 노렸으나 갈수록 좋아지고 있는 한국의 수비 조직력에 막혀 이렇다 할 찬스를 만들어내진 못했다.
특히 한국은 전반 40분 이라크의 역습이 전개되려는 순간 박주호가 옐로카드를 받으면서도 반칙으로 흐름을 끊는 등 파울작전을 적절히 섞어 상황이 더 위험해지는 것을 사전에 예방해냈다. 이라크는 후반 43분 아마드 칼라프의 날카로운 땅볼 슈팅이 김진현에게 막혔고 1분 뒤 한국 수비수의 헤딩미스로 좋은 찬스를 잡았으나 소득없이 전반을 마쳤다.
한국은 후반 시작과 함께 한교원을 빼고 이근호를 투입했는데 2분만에 골키퍼 김진현의 판단미스로 가슴 철렁하는 순간을 넘겼다. 후방에서 길게 볼이 넘어오자 김진현이 처리하기 위해 페널티박스 밖까지 나왔다가 볼은 물론 상대선수까지 놓쳤으나 뒤를 받친 차두리가 몸을 날리며 볼을 사이드라인 아웃시켜 위기를 모면했다.
잠시 어수선하던 분위기는 3분 뒤인 후반 5분 센터백 김영권의 추가골이 터지며 승부의 저울추가 완전히 한국 쪽으로 기울었다.
오른쪽 코너킥에서 이어진 상황에서 이라크가 클리어한 볼을 박주호가 다시 문전으로 높이 올리자 이를 페널티아크 부근에서 이정협이 뛰어오르며 가슴으로 떨궈줬다.이를 김영권은 바로 논스탑 왼발슛으로 연결했고 볼은 앞에 있던 수비수 발에 맞아 살짝 굴절되며 이라크의 골문 오른쪽 코너로 빨려 들어갔다. 선제골의 주인공 이정협은 추가골까지 도와 1골-1도움을 기록하며 승리의 수훈갑이 됐다.
한국은 이후 후반 10분 기성용과 11분 손흥민이 잇달아 위력적인 중거리 슈팅을 때렸으나 골키퍼에 막힌 뒤 이라크의 맹공세에 진땀을 흘려야 했다. 특히 후반 13분엔 절대적인 위기상황에서 두르감 이스마엘의 강력한 슈팅을 차두리가 몸을 날리며 막아내 아찔한 실점위기를 넘겼다.
이후 한국은 계속 이어진 이라크의 공세 속에서 간간히 날카로운 역습으로 추가골을 노렸으나 더 이상 상대 골문을 열지 못했다.
하지만 한국 수비도 후반 35분 남태희 대신 장현수를 투입해 이라크의 투박한 공세를 찰 막아내며 끝까지 골을 내주지 않아 이번 대회 5게임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며 결승 진출을 알리는 종료휘슬을 들었다. 이제 오는 31일 역사적인 무실점 전승우승을 이루는 것만이 남았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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