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도가 급락하고 있다. 연초까지만 해도 40%선을 유지하던 지지도가 30%로 떨어졌다. 20%대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꽤나 불길한 전망이다.
그 뿐이 아니다. ‘집토끼’로 불리는 콘크리트 지지층마저 균열기미를 보이고 있다. 그 와중에 여권의 파워 중심은 청와대에서 새누리당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어쩌면 그럴 수가….” 탄식이 절로 나오는 게 집권 3년차를 맞은 박근혜 대통령의 처지다.
지난해 4월, 그러니까 세월호 참사, 아니 그전부터 경고 시그널은 계속 켜졌다. 그러나 번번이 무시했다. 청와대문건파동도 그렇다. 그토록 난리를 쳤으니 뭔가 달라졌겠지. 그러나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 대통령으로부터 민심이 결국 등을 돌렸다. 설상가상이라고 할까. 그 와중에 불거진 게 연말정산파동이다. 정직과 신뢰를 트레이드마크로 내걸었다. 그 박근혜 정부가 속임수를 썼다는 배신감에 분노는 확산됐다. 그 분노는 그리고 혐오로 바뀌면서 조세거부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우왕좌왕 세정’ ‘얼빠진 정부’ ‘철면피 정치권’- 신문 사설의 제목들이다. 좌파 언론이 아니다. 보수우파로 불리는 신문들의 사설이다. 대통령을 빗댄 말들은 더 신랄하다.
연산군에 비유된 것이 그 하나다. 이는 좌파 언론의 비판이니 그렇다고 쳐도 보수 언론에 등장한 비유도 마찬가지다. ‘말이 안통하네트’가 그것이다. 한 보수신문은 마리 앙투아네트를 변형시킨 이 말을 박 대통령에게 새로 붙여진 별명으로 소개하고 있다.
‘박근혜의 지도력은 16세기 영국의 여왕 엘리자베스 1세를 모델 삼은 데서 알 수 있듯이 군주적 지도력이다’- 한 보수 논객의 비아냥거림이다. “… 언행을 보면 ‘확증편향’에 빠진 것”같다. 역시 보수 언론의 비판이다.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만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결국 비판은 이런 식으로 모아진다. 지난 2년간 한 것이 무엇이냐는 거다. 첫 1년은 해괴한 인사로 다 가고 둘째 해는 세월호 참사로 우왕좌왕하면서 한 일이 없다는 거다. 그 박근혜 대통령이 여전히 ‘만기친람’(萬機親覽)형 국정을 고집할 경우 최악의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그것도 보수언론을 통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총리 경질 등 뒤늦게 인사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여전히 마뜩치 않다는 게 여론의 흐름이다. 문제의 핵심은 대통령이 무엇이 문제인지 모른다는 데 있다는 진단과 함께. ‘불통’, ‘독선’, ‘나 홀로’ 등으로 정의되는 박근혜 리더십의 문제는 그러면 국내 정치에만 국한된 것인가.
“아무리 정상외교가 강화되는 세계적 흐름을 감안해도 우리의 대통령 중심외교는 유별나다. 외교가 마치 대통령만을 위해 존재하는 듯한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이 정부 들어서 이런 현상이 특히 심해졌다.” 역시 국내 보수언론의 지적이다.
“외교부 장관과 대통령국가안보실장은 대통령은 선생님이고 우리는 학생으로 선생님의 지시를 철저히 잘 이행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마치 대통령의 지시는 허점이 없는 무오류(無誤謬)로 받아들이면서 외교와 안보의 톱 보좌관들이 대안적 판단은 하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그러니까 박 대통령이 ‘원칙’이라고 못 박으면 ‘철칙’이 된다. 그리고 대통령은 배우역할에만 만족하지 않고 있다. 외교무대의 감독이자, 작가, 배우 1인 3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니 외교부장관이나 안보수석은 그저 대통령 지시만 따르면 되는 게 한국외교의 현주소란 이야기다.
그 박근혜 대통령이 던진 외교안보의 화두가 ‘통일 대박론’이다. 그리고 제시된 게 남북대화다. 조건 없이 김정은을 만날 수 있다는 제의를 한 것이다. 그리고 뒤이어 발표된 것이 통일부와 외교부, 국방부 등 외교와 안보담당 부처의 합동업무보고다.
외교부는 ‘북한 비핵화와 남북 관계 발전이 선순환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무슨 소리인지 선문답 같이 들린다. 하여튼 대북정책의 기조를 대화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거기에 발맞추어 국방부는 ‘창조국방’이란 역시 말 듯 모를 듯한 개념을 제시했다.
그 타이밍이 그런데 그렇다. 청와대문건파동으로 코너에 몰렸다. 그리고 혹독한 인권탄압에, 핵과 미사일 불장난에, 또 무모한 사이버공격에 나섰다. 그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규탄의 목소리가 날로 높아가고 있다. 그 시점에 남북 대화를 제시하고 나선 것이다이를 어떻게 보아야 하나. “국면전환용으로 북한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 같다.” 또 다른 보수논객의 진단이다. 대통령을 둘러싼 판단력 없는 사람들이 모종의 엉뚱한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보이고 있는 것.
“한반도 정세와 남북현실에 맞게 통일 대박론을 발전시키려는 게 아니라 대통령의 주장에 모든 것을 맞춰 놓으려다 빚어진 사태다.” 또 다른 지적이다. ‘오직 대통령을 위한, 또 대통령에 의한 1인 외교’가 가져온 폐단이란 이야기다.
어느 지적이 맞을까. 그건 각자 판단의 몫.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남북대화를 놓고 한국과 미국이 엇박자를 내면서 전통적인 동맹관계에까지 미묘한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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