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아이비리그 명문 프린스턴대를 졸업한 30대 아들이 렌트와 용돈 지원을 줄이려 한다는 이유로 부친을 총격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사건이 발생해 미국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월스트릿의 헤지펀드 설립자인 토머스 길버트(70)가 지난 4일 뉴욕 맨해턴의 아파트에서 총상을 입고 사망했으며, 용의자로 아들인 토머스 길버트 주니어(30)가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는 데 현지 언론들은 아버지가 용돈을 줄인 데 이어 아파트 렌트 지원마저 중단하려 하자 격분한 아들이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고 전했다.
아버지처럼 명문 프린스턴대를 졸업하고 남부러울 것 없는 유복한 환경에서 성장한 아들이 저지른 이 비극적인 사건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표면상으로는 정말 이해하기 힘들다. 아마도 자녀의 인성교육을 부모가 등한시 하지 않았을 까 추측할 뿐이다.
모든 부모들의 소원은 자녀가 명문대학을 졸업해 유망직종에 취업한 후 좋은 배우자를 만나 평생 행복하게 잘 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 많은 학부모들이 좋은 대학에서 교육을 받으면 훌륭한 직장에서 근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녀가 명문대에 입학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이다.
그러나 세상이 달라졌다. 예전처럼 명문대 졸업이 취업을 보장해 주던 시대는 지났다.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능력은 물론 품성이 올바른 인재를 기업에서 찾고 있기 때문이다. 능력 있는 CEO일수록 신입사원의 지식이나 스펙보다는 인성을 더 중요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대학 역시 마찬가지이다. 학업성적이 우수하거나 에세이를 잘 쓰고 과외활동에서 뛰어나다고만 해서 학생을 선발하지 않는다. 이번에 조기전형으로 하버드대에 입학한 한 한인학생의 경우 학업성적뿐만 아니라 커뮤니티 서비스 등을 통해 나타난 투철한 봉사정신이 많이 반영되었고, 훌륭한 품성을 지닌 학생으로 인정되어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고 한다. 입학사정관들은 아무리 학생의 스펙이 탁월해도 품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추천서 등의 경로를 통해 반드시 불합격시키는 경우가 흔히 발생하고 있다.
이제는 자녀들의 대학입시 지도에도 자녀들의 학업및 표준고사 성적, 에세이, 과외활동뿐만 아니라 자녀의 품성교육에도 신경을 써야할 때이다. 자녀의 인성은 단기간에 머리로 습득되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형성된 고유의 가치관과 세계관으로 결정된다.
부모들은 가정교육을 통해 자녀들의 품성 계발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한다. 요즘 세태는 자녀의 인성교육을 학교나 사회에 맡기기 힘든 형편이다. 부모는 자녀에게 항상 도덕적인 책임의식을 시간이 날 때마다 어릴 때부터 생활화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자녀들은 부모를 보면서 많은 점을 닮아간다. 대부분의 한인 부모들은 자녀들이 명문 대학을 나와서 좋은 직장을 잡고 안정된 생활을 하면 성공한 것이라고 여기기 쉽다. 자녀에게 좋은 대학을 갈 수 있도록 진학 지도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인생의 가치관을 심어주고 남들과 협조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사회성을 길러주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부모와 자식의 진정한 관계는 부양의 의무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서 인생을 살아가는 의미와 삶의 진정한 가치관이 무엇인지를 깨달을 수 있도록 평소에 꾸준한 대화를 통해 지도하는 것이다. 부모의 모습을 보면서 자녀는 성격과 여러 능력에 많은 변화를 일으킨다. 자녀가 명문대 진학에 성공했다는 점에만 만족해서는 안 된다. 사회에 진출해 책임감과 리더십을 보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마틴 루터 킹 목사는 “지성에 인성이 더 해지는 것이 진정한 교육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사회는 치열한 생존경쟁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대학 입학과 취직을 위한 치열한 선의의 경쟁은 필요불가결하지만 사회는 강자나 약자나 모두 함께 살아가는 장소라는 사실을 가르칠 필요가 있다. 혼자서만 행복하게 잘 살겠다는 것은 이기적인 발상이다. 혼자만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가? 사회 공동체로서 의무를 다하고 남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행복의 정의를 자녀에게 가르친다면 자녀들은 역경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바로 부모의 인성 교육이 진가를 발휘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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