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대 래리 플린트’라는 영화가 있다. 우디 해럴슨이 포르노 제작업자 래리 플린트로 나오는 이 영화는 큰돈을 벌지는 못했지만 비평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았고 주요 상 후보로 지명되기도 했다.
켄터키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바텐더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플린트는 당시로서는 충격적인 포르노 잡지 ‘허슬러’를 창간, 떼돈을 벌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사진이 너무 야하다며 판매를 거부하던 소매 업소들도 이것이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것을 보고는 생각을 바꾼다. ‘허슬러’는 1975년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가 휴가 중 나체로 일광욕 하는 사진을 실으면서 불과 며칠 새 100만부가 넘게 팔리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잘 나가던 플린트에게 비극이 닥친다. 1978년 조지아 귀넷 카운티에서 음란물 관련 소송을 하러 법원에 나온 플린트가 백인 우월주의자 조셉 프랭클린이 쏜 총에 맞아 반신불수가 된 것이다. 프랭클린은 플린트가 흑백 남녀가 나체로 함께 있는 사진을 실은데 분개해 이런 일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프랭클린은 이와는 관계없이 8건의 살인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고 2013년 사형에 처해졌다. 플린트는 사형제에 반대한다며 자기를 쏜 프랭클린의 형 면제를 청원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낱 포르노 업자로 남았을 플린트의 이름을 역사에 남게 한 것은 1988년 있었던 폴웰 대 플린트에 관한 연방 대법원 판결이다. 플린트는 1983년 자기 잡지에 보수파인 “제리 폴웰 목사가 첫 번째 성관계를 맺은 것은 자기 어머니였다”는 기사를 실었는데 이에 분노한 폴웰이 명예 훼손을 이유로 손해 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하급 법원은 이를 인정해 플린트에게 15만 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다. 누가 봐도 이는 사실 보도가 아니라 풍자라는 점이 명백하고 언론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 헌법 1조는 공인이 명예 훼손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손해 배상을 청구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이 판결은 지금까지 언론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한 기념비적인 사건으로 남아 있다.
지금 미국만 아니라 대다수 민주 국가가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지만 이것이 어느 정도까지 허용되어야 하느냐를 놓고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아무리 언론의 자유가 있다고 사람이 가득 찬 극장 안에서 “불이야”를 외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인명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고의적으로 허위 또는 사실을 적시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도 불법이다.
회교도의 지존인 모하메드를 만화로 모욕했다 극렬 회교도로부터 총격을 받아 10여 명이 사망한 파리의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가 다시 표지에 모하메드 만화를 실었다. 이번 만화는 풍자라기보다는 모하메드가 “나도 샤를리다”라고 말하는 정도의 온건한 것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회교도의 분노를 사기에는 충분하다. 일부에서는 이것을 민주 사회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행사한 것이라며 옹호하고 있지만 다른 쪽에서는 남이 신성하게 생각하는 인물을 굳이 조롱해 이들을 자극할 필요가 있느냐는 신중론도 있다.
유럽에 모하메드를 둘러싼 충돌이 있다면 한국에서는 김정은을 놓고 남남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쪽에서는 김정은을 조롱한 영화 ‘인터뷰’를 대북 전단과 함께 북쪽으로 살포하겠다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북한의 보복 사격을 우려해 이를 저지하려 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대북 전단 살포는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에 속한다며 이를 막을 수 없다고 말하지만 내심 이로 인한 북한의 도발로 민간인 사상자가 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북한 인권 단체들은 일단 정부 측 권고를 받아들여 ‘인터뷰’ 살포는 보류하기로 했다 한다.
‘표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지만 이로 인해 제3자가 피해를 입는 일도 막아야 한다. 인간 세상에 무제한적 자유란 없으며 모든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자유를 누리는 사람들의 현명한 판단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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