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르사이유의 유령들’ 시작으로 ‘세비야의 이발사’‘피가로의 결혼’… 역사·배경 공부해두면 이해 도움
▶ 역사적 멜로이면서 판타지... 오페라 속 오페라 형식 취해
디자이너 알렉산더 도지가 꾸민 ‘베르사이유의 유령들’의 무대 풍경.
[LA 오페라, 2~4월 무대 올려]
LA 오페라는 2월7일부터 4월12일까지 ‘피가로 3부작’(Figaro Triology)을 무대에 올린다. ‘피가로 3부작’은 극작가 보마르셰가 쓴 3개 희곡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오페라 3편을 공연하는 프로젝트로, 존 코릴리아노의 ‘베르사이유의 유령들’(The Ghosts of Versailles),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The Barber of Seville),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The Marriage of Figaro)이 연달아 공연된다. 그런데 이 3개 오페라의 관계는 다소 복잡한 면이 있어서 이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사와 배경을 알아두는 것이 좋겠다. 간단하게나마 차근차근 공부해 보자.
프랑스 극작가 피에르 오귀스탱 카롱 드 보마르셰(1732~1799)는 스페인 도시 세비야를 배경으로 이발사 피가로와 알마비바 백작을 둘러싼 3부작 코미디를 썼다. 1부 ‘세비야의 이발사’, 2부 ‘피가로의 결혼’, 3부 ‘죄 많은 어머니’가 그것으로, 모두 당시 연극무대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 중 제1부 ‘세비야의 이발사’를 이탈리아 작곡가 파이지엘로가 1782년 오페라로 만들었다. 당시 유명 작곡가였던 파이지엘로의 ‘세비야’는 오랫동안 유럽에서 인기 레퍼터리로 공연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30여년이 지난 후 까마득한 후배 로시니가 같은 내용으로 오페라를 썼다. 이것은 일종의 ‘하극상’이어서 음악계의 반응도 좋지 않았고, 로시니는 제목을 ‘알마비바, 또는 부질없는 조심’이라고 다르게 붙여서 1816년 로마에서 초연했다. 초연 때는 파이지엘로의 추종자들이 떼로 몰려와 공연을 방해했고, 고양이가 무대를 휘젓고 다니면서 가수들을 놀래키는 등 최악의 상황이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바로 그 해 파이지엘로가 죽으면서 로시니는 자기 작품에 당당하게 ‘세비야의 이발사’라는 제목을 붙였고, 관객들도 차츰 그의 오페라의 진가를 알아보고 환호하기 시작, 이탈리아 오페라 부파(희가극) 사상 최고의 레퍼터리가 되었다. 얼마나 큰 성공을 거두었는지, 로시니는 이후 작곡에서 은퇴하고 여생을 사교계 명사로 즐기면서 요리와 파티에 둘러싸여 호화로운 생활 속에 살았다고 한다.
제2부 ‘피가로의 결혼’은 모차르트가 파이지엘로의 ‘세비야’가 나온 지 4년 후인 1786년에 썼다. 그러나 1부 ‘세비야’를 1816년에 나온 로시니의 오페라를 치기 때문에 2부가 1부보다 먼저 작곡됐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이다.
두 작품의 속편인 3부 ‘죄 많은 어머니’는 희곡 발표 당시는 성공했으나 앞의 두 작품보다 생기가 빈약하고 재미도 덜해서인지, 혹은 1편과 2편의 오페라가 너무 훌륭해서인지 그에 필적하는 오페라가 나오지 않았다. 20세기 들어서야 쥘 마스네의 ‘셰뤼뱅’(Ch?rubin·1903), 다리우스 미요의 ‘죄 많은 어머니’(Guilty Mother·1964), 존 코릴리아노의 ‘베르사이유의 유령’(1991), 티에리 뻬쿠의 ‘사랑의 죄’(L’amour coupable·2010) 등의 오페라가 발표돼 초연됐으나 후속 공연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보아 크게 환영받지 못하는 것 같다.
따라서 이번 ‘피가로 3부작’ 공연에서 스토리의 순서로 봐서는 ‘세비야의 이발사’가 가장 먼저 공연돼야 할 것이지만 LA 오페라는 마지막 작품인 ‘베르사이유의 유령들’을 첫 무대에 올린다. 사실 다른 두 작품은 너무 자주 공연되기 때문에 오페라 팬들에게 익숙하지만 ‘베르샤이유의 유령들’은 이번이 초연인 점을 감안하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베르사이유의 유령들’은 2월7일~3월1일, ‘세비야의 이발사’는 2월28일~3월22일, ‘피가로의 결혼’은 3월21일~4월12일 공연된다.
■ ‘베르사이유의 유령들’ (2월7일~3월1일)
"사반세기 만에 미 서부 초연 주목"
‘피가로 3부작’ 가운데 가장 먼저 공연되는 이 오페라는 보마르셰의 3개 작품 중 가장 덜 알려진 마지막 작품 ‘죄 많은 어머니’에서 내용과 구성을 차용한 2막짜리 현대 오페라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가 100주년 기념으로 작곡가 존 코릴리아노와 대본가 윌리엄 M. 호프만에게 위촉, 원작보다 코믹한 오페라 부파로 태어났다. 프랑스 혁명의 소용돌이가 포함된 역사적 멜로드라마이면서 판타지이고 동시에 희가극 오페라인 이 작품은 1991년 제임스 리바인 지휘로 메트에서 초연됐으며, 사반세기 만에 미 서부지역 초연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피가로의 결혼’ 이후 20년이 흐른 시점, 루이 16세와 마리 앙뚜아네트가 참수당한 프랑스 혁명 이후의 베르사이유 궁을 무대로 유령들의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오페라 속에 오페라가 나오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스토리는 작가 보마르셰가 자신이 사랑하는 마리 앙뚜아네트를 다시 살려내고 역사를 바꾸려는 마음에 새 오페라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시작된다. 비참하게 참수당한 자신의 최후를 마뜩찮게 여기는 여왕을 위해 보마르셰는 자신의 두 작품 속 인물들을 불러내 새로운 드라마를 꾸미는데, 여기서 알마비바 백작은 프랑스 주재 스페인 대사이다. 그의 아내 로지나는 미소년이었던 케루비노와의 사이에서 아들 레온을 낳았다. 알마비바는 누군지 알려지지 않은 여인과의 사이에서 사생아 딸 플로레스틴을 두고 있다. 그런데 레온과 플로레스틴은 서로 사랑에 빠져 있고, 알마비바는 딸을 자신의 친구 베기어스에게 시집 보내려고 한다.
알마비바의 충실한 하인 피가로는 마리 앙뚜아네트를 프랑스 혁명으로부터 구해내려고 애쓰지만 일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보마르셰는 자신이 오페라 속으로 들어가 해결해 보려고 하지만 결국 실패한다. 그러나 마리 앙뚜아네트는 그에게 말한다. “당신의 예술을 통해 나는 당신을 사랑하게 되었어요”라고. 사형이 집행되지만 그녀와 보마르셰는 천국에서 결합한다.
마리 앙뚜아네트 역에 소프라노 패트리샤 라세트(Patricia Racette), 사미라 역에 브로드웨이 스타 패티 뤼폰(Patti LuPone), 보마르셰 역에 바리톤 크리스토퍼 몰트맨(Christopher Maltman), 피가로 역에 바리톤 루카스 미아켐(Lucas Meachem)이 출연한다.
소프라노 박소영과 바리톤 김무섭도 출연하고, 또한 무대의상을 2014 토니상 수상 디자이너인 한인 린다 조가 맡는다. 연출은 2014 토니상에 빛나는 다르코 트레스냑(Darko Tresnjak), 지휘 제임스 콘론(Jame Conlon).
공연 일시는 2월7, 18, 21, 26일 오후 7시30분, 15일과 3월1일 오후 2시.
티켓 17달러 이상. (213)972-8001
www.laopera.org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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