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틸리케호‘2진’실망스런 최악 졸전
▶ 남태희 결승골로 쿠웨이트에 1-0 신승, 오만에 4-0 압승 호주와 조 1위 다툼
남태희(가운데)가 차두리의‘택배’ 크로스를 헤딩으로 연결, 결승골을 뽑아내고 있다.
일단 8강 티켓은 확보했다. 하지만 수준 이하의 경기력은 실망만을 잔뜩 안겼다. 이런 실력이라면 우승은 꿈도 꾸기 힘들어 보였다.
한국 축구대표팀 슈틸리케호가 최악의 졸전 끝에 약체 쿠웨이트에 1-0 신승을 거두고 2015 호주 아시안컵에서 조별리그 2연승을 거뒀다. 이어 벌어진 같은 A조 경기에서 개최국 호주가 오만을 4-0으로 대파하면서 한국(승점 6, 골득실+2)은 호주(승점 6, 골득실 +7)와 함께 나란히 8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하지만 이날 보여준 최악의 경기 내용으로 인해 희망보다는 근심이 더 커진 날이었다. 오만과 쿠웨이트는 나란히 2연패로 일찌감치 탈락이 확정됐다. 한국은 오는 17일 0시(LA시간) 호주 브리즈번에서 개최국 호주와 조 1위 자리를 놓고 조별리그 최종전으로 격돌한다.
13일 호주 캔버라의 캔버라 스테디엄에서 벌어진 쿠웨이트와의 대회 조별리그 A조 2차전에서 한국은 전반 36분 터진 남태희의 헤딩 결승골을 끝까지 지켜내 1-0으로 이겼다.
오른쪽 풀백으로 나선 백전노장 차두리가 오버래핑으로 시원하게 측면을 돌파한 후 올려준 완벽한 크로스를 골문 정면에서 남태희가 쇄도하며 강력한 헤딩으로 꽂아 넣었다.
이 결승골 장면 하나만큼은 시원했다. 하지만 나머지 경기에서 한국 축구는 시종 답답했고 갈팡질팡했다. 볼을 점유하고도 갈 곳을 찾지 못해 빙빙 돌기만 했고 후반에는 쿠웨이트의 공세에 쩔쩔 맸다.
도저히 아시아 정상권으로 봐줄 수 없는 수준의 ‘공차기’였다. 특히 장현수와 김영곤이 처음으로 조합을 이룬 센터백 듀오는 전혀 호흡이 맞지 않았고 어이없는 실수까지 연발했다. 어떻게 골을 먹지 않았는지가 신기할 정도였다.
이날 한국은 오만과의 1차전과는 완전히 다른 팀이 나섰다고 해도 될 정도였다. 다리 골절상을 입은 이청용이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가운데 손흥민과 골키퍼 김진현이 감기·몸살 증세를 보이면서 슈틸리케 감독은 오만과의 1차전 선발라인업과 무려 7명이 바뀐 사실상 2진 라인업을 내보냈다.
이근호가 원톱, 이명주가 섀도 스트라이커, 김민우-남태희가 좌우 날개로 나섰고 중원은 기성용과 박주호, 포백은 왼쪽부터 김진수-김영권-장현수-차두리, 골키퍼는 김승규가 출전했다. 이중 기성용과 박주호, 김진수, 장현수 4명 만이 오만전에도 선발로 나선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정말 답답하다는 말밖에 나올 수 없는 수준이었다. 손흥민과 이청용, 구자철 등 공격 2선을 책임져온 선수들이 한꺼번에 빠지자 볼이 갈 길을 찾지 못해 첫 30분간 공격다운 공격이라곤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볼을 점유하고도 우왕좌왕하다 실수로 볼을 뺏기면서 아찔한 상황을 넘겨야 했다. 특히 전반 24분에는 최종수비수 장현수가 볼을 뒤로 빠뜨리는 어이없는 실수로 가슴 철렁한 순간을 넘겨야 했다.
한국은 전반 30분에 처음으로 첫 슈팅을 기록했다. 김민우가 중앙에서 수비수 뒤쪽 공간으로 날카로운 스루패스를 찔러 넣었고 이를 잡은 이근호가 단독찬스를 잡았으나 로빙슈팅이 골키퍼 팔에 맞고 크로스바를 넘어가 첫 슈팅에 첫 골이 무산됐다. 하지만 여기서 답답했던 분위기를 깨운 것이 결승골로 이어졌다.
36분 김민우와 2대1 패스를 받은 차두리를 질풍같은 폭풍질주로 오른쪽 측면을 완전히 돌파한 뒤 자로 잰 듯한 크로스를 올렸고 이를 달려들던 남태희가 헤딩으로 강하게 연결, 쿠웨이트 골네트를 흔들었다. 차두리의 완벽한 오버래핑 돌파에 이은 뺄래줄 크로스가 결정적이었다.
이 골로 답답했던 분위기를 일산하고 후반엔 나아진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으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이명주를 빼고 조영철(카타르SC)을 투입한 뒤 조영철에게 오른쪽 날개를 맡기고 남태희를 섀도 스트라이커로 이동하는 전술 변화를 줬으나 오히려 이명주의 중앙압박이 사라지면서 쿠웨이트의 맹공세가 시작됐다.
이날 패하면 탈락이 확정되는 쿠웨이트는 후반 총 공세로 나섰고 후반 4분만에 알리 알마시크의 기습적인 중거리포가 한국 오른쪽 골대를 때리고 튀어나와 동점골을 놓쳤다.
이후에도 쿠웨이트의 공세는 계속됐고 한국은 압박수비가 전혀 안된데다 센터백 장현수와 김영권 등이 페널티박스 안에서 상대 공격수의 페인팅 모션에 한 번에 넘어가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여 불안 불안하게 경기를 이어갔다. 쿠웨이트는 후반 15분 알마시크가 페널티박스 안에서 한 번에 장현수를 따돌리고 결정적인 슈팅을 날렸으나 골문 왼쪽 상단 코너를 벗어나가 땅을 쳤다.
쿠웨이트의 공세 속에 한국이 간간히 역습을 시도하는 형태로 진행된 경기에서 한국은 공세로 나선 상대의 허점을 이용, 역습찬스를 계속 잡았으나 마지막 연결이 부실하거나 마무리가 좋지않아 승부를 끝낼 찬스를 놓쳤다.
그나마 후반 23분 김민우의 왼발슈팅이 골키퍼에 막힌 것과 29분 이근호의 날카로운 헤딩슈팅이 오른쪽 골대 밖으로 살짝 비겨간 것, 그리고 37분 박주호의 강력한 왼발슛이 골키퍼에 막힌 것들이 아쉬운 장면들이었다.
이후 한국은 끝까지 불안했던 와중에서도 쿠웨이트의 공세를 실점 없이 막아 목표였던 승점 3을 얻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너무나 안 좋은 경기내용에 이기고도 웃을 수 없었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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