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기해서 4박5일의 멕시코 여행을 크루스로 다녀왔다. 한국에서 우리 막내의 장모가 다니러 와서 함께 간 여행이었다. 코스가 짧기 때문에 카타리나 섬과 멕시코의 엔시나다의 두곳을 여행했다. 이곳은 십여년전에 한번 와본 곳이다. 그동안 옛날에 한적한 어촌이던 엔시나다가 인구 약 오백만의 큰 도시로 변했고 관광지로, 배를 수선하는 곳으로 사람들의 역동적인 에너지가 느껴졌다.
옛날엔 인디안족과 멕시코인의 혼혈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부둣가에 나와 구걸하던 곳이었는데 이젠 그런 모습들이 많이 없어지고 대신 작은 장난감을 파는 여자들이 많았다. 지난번 이곳에 들렀을때 한 예쁘장한 멕시코 여자가 관광 안내를 했었는데, 이곳 사람들은 하루벌이가 약 오불쯤 된다고 했다. 자신은 손님들이 주는 팁을 받기 때문에 약 이십불 가량을 번다고 자랑스레 말하는 것이었다.
만 두살은 됨직한 아이를 옆에 끼고 어느 인디언 여자가 장난감을 파는데 시간이 없어서 사주질 못하던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었는데, 오는 길에 아들애가 그여자를 찾아서 약 이십불 어치를 팔아주었다고 한다. 나는 그 여자를 보면서 혹시 그 아이가 진짜 아이가 아니고 큰 인형을 끼고 다니는 것은 아닐까 하고 잠시 의심을 했었던 것이 갑자기 미안해졌다. 아들 덕에 내 미안한 마음의 빚을 던 셈이었다.
안사돈은 옛날엔 초등학교 교사를 지내다가 보험 회사에 들어가 억대의 연봉을 받을만큼 성공을 했다고 들었다. 딸만 셋인데 우리 며느리가 큰 딸이다.
나와 며느리와 안사돈이 방 하나를 쓰고 남편과 막내 아들이 같은 방을 썼다. 나는 언제나 일찍 일어나는 편이라 아침마다 그들의 잠을 깨지 않기 위해서 컴컴한 곳에서 주섬주섬 옷을 입자니 좀 신경이 쓰이고 불편한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런대로 같이 밥먹고 같이 배 안을 쏘다니고 쇼핑도 하고 재미가 쏠쏠한 점도 있었다.
사고는 제일 마지막날에 났다. 아침 여섯시 쯤에 나는 한적한 식당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막내가 와서 내 앞자리에 앉았다. 밤새 잠을 한잠도 못잤다고 했다. 밤새 배 안을 네시간 이상 걸어다녔다고 한다.
아들애 얼굴을 보니 낌새가 좀 이상했다. 결국 막내는 내게 실토를 했다. 전날 밤에 저희들 부부는 굉장히 다투었다고 한다. 그 이유가 굉장한 것도 아니었다.
우리들이 저녁을 먹기 위해 식당 앞에서 5시 반에 만나자고 했는데 남편과 아들애가 약 십분이 지나 나타났다. 그것 때문에 며늘애가 화가 나서 지 시아버지 앞에서 소리를 지르고 심하게 화를 냈다는 것이다.
우리 막내는 좀 프라이버시 한 일들이 남에게 알려지는 것을 상당히 싫어한다. 나는 깜짝 놀랐다. 그동안 그들 부부는 잉꼬 부부로 알려져 있었는데 이런 면이 있다는 것이 놀랍기만 했다. 며늘애는 상당히 상냥한 편이고 애교가 많아서 나는 그동안 내 딸만큼 사랑해 왔는데 가끔 발끈발끈 성질을 잘 낸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저녁을 십분 늦게 먹는다고 세상이 뒤집힐 것도 아닌데 왜 별 것도 아닌 것을 이해하지 못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쟌! 이 세상에 누구도 완벽한 사람은 없어. 너도 마찬가지지. 부부의 성격이 다르다고 서로를 고치려고 하면 안돼. 서로 맞춰가며 사는 것이 부부란다. 물론 어느 땐 그 과정이 힘들고 괴롭지만, 이해하고 용서해줘야지 어떡하겠어?
써니와 너는 정말 서로 사랑하잖니? 둘이서 기분 좋은 날 마음을 털어놓고 속에 쌓인 이야기를 해보렴. 아마 방법이 있을께다"이어서 또 나는 아들에게 이런 말도 덧붙였다.
"나는 너를 사랑하는 엄마일뿐이야. 너무 연약한 인간이지. 내가 너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단다. 그러나 전능하신 하나님은 다르단다. 그분은 어떤 일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시단다. 네가 괴로울때, 외로울때 한번 네 마음을 다 열어 놓고 큰 소리로 하나님께 부르짖어 보거라.
아마 하나님은 네 기도를 들으시고 좋은 지혜를 주실 것이다. 나는 올해의 신조를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용서하기로 했단다. 나도 어느 땐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힘들지만, 그런 사람들로 인해서 나는 더 성숙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말을 마치자 아들애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애는 나를 포옹하면서 "엄마! 기분이 많이 나아졌어요. 고마워요. 아까는 지옥 같았는데___”사람들은 사랑할수록 더 상대방에게 상처를 준다. 늘 가까이 있기때문에 서로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모른다.
우리는 손을 잡고 배 후미에 있는 갑판으로 나아갔다. 마침 태양이 수평선 위로 떠오르고 있었다. 주홍빛의 강렬한 해가 바다 위를 찬란한 빛으로 수놓고 있었다. 이제 어제는 가고 새로운 내일의 태양이 떠오르고 있었다.
우리의 삶도 내일의 태양이 있기에 아직 희망은 있는 것이다. 나는 그 태양을 바라보며 우리 아들 부부의 미래가 그 태양처럼 찬란하고 멋진 것이었으면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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