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신세계·현대 매출 연속 감소
▶ 이베이 코리아 3년새 4배 급성장
한국의 한 백화점 매장을 찾은 아동이 다양한 동물 캐릭터 모양의 유아용 가방을 살펴보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뉴시스>
[온라인으로 몰리는 한국 소비자들]
한국의 소매 백화점들이 ‘아마존 닷컴’과 같은 해외 온라인 소매점과의 가격경쟁을 벌이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월스트릿 저널이 지난 24일 보도했다. 신문은 고객들이 온라인을 통해 해외 사이트에서 물건을 직접 구입하는 ‘직구’를 하면서 소매점들은 가격경쟁에 내몰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1929년 일본 미츠코시가 한국에 처음으로 백화점 문을 열었을 때만 해도 진열된 상품 거의 대부분이 수입품이었다. 가격은 비쌌지만 소비자들은 외국 상품이라는데 매료돼 줄을 설 정도로 잘 팔려나갔다.
지금 이 백화점은 삼성그룹이 인수해 신세계로 이름을 바꾸었다. 그런데 요즘은 이곳뿐 아니라 다른 백화점들도 해외 온라인 소매 판매점인 ‘아마존 닷컴’과 가격경쟁을 벌이고 있다. 가격은 비싸도 외국 상품을 구하려고 백화점으로 몰리던 소비패턴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해외 상품을 해외 온라인 사이트서 ‘직구’하면서 더 저렴한 가격으로 물건을 구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한국에서 가장 매출이 높은 롯데백화점을 비롯해, 신세계, 현대 등 한국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3대 백화점의 총 판매량은 지난해 11월 전년 대비 5.6% 하락했다. 이는 3개월 연속 하락한 수치다. 반대로 해외 온라인 사이트를 통한 수입물품 주문은 지난해 11월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고 한국 관세청은 밝혔다.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해외 온라인 사이트는 아마존과 이베이, 갭 등 미국 회사들이다.
한국에 ‘G마켓’ ‘옥션’ 등 2개의 온라인 샤핑 사이트를 운영하는 이베이 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한국인들의 이베이 웹사이트를 통한 물품 구입비는 지난 3년간 4배가 증가해 총 2,100억원(1억9,000만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 백화점 가격 너무 비싸
한국 관세청에 따르면 개인이 해외 온라인 소매점에 주문한 물품 양은 2013년 1조1,000억원으로 2009년에 비해 거의 6배가 뛰어 올랐으며 지난해 11개월 동안에만도 이미 이 수치를 뛰어 넘은 13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같은 해외 온라인 ‘직구’가 급격히 늘어난 이유는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 인터넷과 모바일 시스템 발달과 함께 한국 내 수입품 가격이 지나치게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우증권의 류영호 분석원은 “한국 내 온라인 샤핑 인기 증가로 고객을 빼앗기고 있는 백화점에는 큰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소비자들은 오랜 기간 백화점의 수입품 가격이 해외 온라인에서 직접 물건을 구입하는 것보다 훨씬 높다고 불만을 표시해 왔다. 심지어는 온라인 가격이 우송료를 포함하고도 백화점 가격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 정부는 수입 물품의 백화점 판매가격이 비싼 이유가 해외 고급 브랜드의 독점 판매권으로 인한 가격 인상 때문이라고 지목해 왔다.
한국 관세청은 지난해 12월 핸드백, 시계, 디지털 카메라를 포함한 15개 인기 수입품목이 한국 백화점에서 수입 가격보다 2.1~8.4배의 높은 가격에 판매됐다. 반면 한국에서 생산된 유사 상품의 한국 내 판매가격은 제작비의 1.7~2.2배에 그친다.
삼성 증권 남옥진 분석원은 “백화점은 오랫동안 한국 소비자들에게 폭리를 취해 왔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구입해 온 것이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지금은 소비자들이 훨씬 더 현명해졌고 클릭 한 번으로 해외 유명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소비 패턴이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화점들의 자구책]
"프리미엄 고객 유치, 온·오프라인 ‘옴니채널’ 도입도"
한국 온라인 샤핑협회는 해외 사이트를 포함해 내년 인터넷 샤핑 마켓의 규모가 2010년의 거의 두 배가 많은 62조4,000억원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해외 소매점들 역시 온라인 판매 업체와의 경쟁모드에 돌입해 있다. 호주의 경우 전통 소매점들은 호주 달러의 약세로 인해 아마존과 같은 해외 웹사이트의 낮은 가격과의 경쟁력을 그나마 유지할 수 있었다. 미국의 일부 소매업체들은 애플과 같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동시에 인벤토리를 확인하고 주문하는 방식의 ‘옴니 채널’ 유통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현대 백화점의 강준모 대변인은 예전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물건을 공급하고 있지만 판매량은 예상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 백화점을 운영하는 롯데 샤핑은 분기별 실적 발표에서 전년 대비 16%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롯데 정선화 대변인은 느린 한국 경기로 인해 판매가 줄어들고 있다 면서도 “소비자들이 해외 온라인 사이트를 이용해 물건을 구입하는 경향이 판매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는 3분기 실적이 3.6% 감소했다고 밝혔고 현대 역시 8.1% 수익 감소를 발표했다.
롯데 백화점의 윤나미 판매실장은 “젊은층 가운데 직구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오프라인(매장)에서 물건을 직접 보고 만져본 후에 상품을 구입하는 고객들이 아직도 많다”고 말했다.
신세계 백화점의 김종민 대변인은 온라인에 널려 있는 일반 상품보다 한 단계 높은 프리미엄 브랜드를 원하는 고객들을 겨냥한 판매전략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우증권의 류 분석원은 수입이 크게 늘지 않는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는 상황에서 백화점들의 전망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고 본다면서 “백화점에서 해외 온라인 사이트와의 경쟁을 위해 가격을 수주 간 크게 낮추는 것을 제외하고는 백화점 상품은 대부분 연중 온라인보다 더 비싸다”고 말했다.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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