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소니의 완패로 끝날 것 같던 영화 ‘인터뷰’ 관련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북한의 ‘최고 존엄’ 김정은을 풍자한 이 영화 상영을 앞두고 회사 데이터가 해킹 당해 유출되고 이를 상영하는 극장에 “9/11에 준하는 테러를 가하겠다”는 정체불명의 단체의 협박에 굴복해 소니가 상연 중단을 선언하면서 ‘인터뷰’ 소동은 북한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외국이 미국민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여론이 들끓고 오바마 마저 소니의 결정을 비판하면서 소니는 입장을 번복, 군소극장에 한하기는 했지만 예정대로 크리스마스에 영화를 내보냈다. 이 영화는 첫날 표가 매진되며 1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지만 이는 개봉 후 4일 동안 온라인으로 구매한 1,500만 달러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이 기간 동안 200만 명이 합법적으로 이 영화를 봤고 불법 다운로드 숫자만 75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앞으로 나올 DVD 판매나 케이블 TV 중계권까지 감안하면 소니가 이 영화로 벌어들인 돈은 수천만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애초 4,400만 달러의 제작비를 다 날릴 것으로 각오했던 소니로서는 횡재나 다름없다.
영화 내용은 다 알려진 바대로 두 명의 미국 저널리스트가 김정은을 인터뷰 하러 북한에 들어가 CIA의 부탁을 받고 그를 암살하려 한다는 게 줄거리다. 부분 부분 웃기는 장면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지루하고 욕설로 가득 찬 3류 코미디 물에 불과하다. 여기 나오는 김정은은 악하기보다는 약한 모습이다. 암살 기도에 실패한 미국 기자는 질문 공세로 김정은이 신이 아니라 인간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며 자신이 속은 것을 안 북한 주민들이 들고 일어나 김씨 왕조는 몰락하고 김정은은 탱크 포에 맞아 사망하는 것으로 영화는 끝난다.
가만히 놔뒀으면 며칠 반짝하다 일반인의 뇌리에 사라졌을 이 영화가 북한의 위협과 상영 철회 및 번복을 통해 화제의 중심이 됐고 영화 상영과 관람이 ‘표현의 자유’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그뿐이 아니다. 미 정부는 소니 해킹의 배후로 북한을 지목하고 새해 벽두부터 북한에 대한 고강도 제재 조치에 들어갔다. 미 재무부는 오바마의 지침에 따라 북한 정찰총국, 광업 개발공사, 단군 무역회사 등 단체 3곳과 개인 10명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고 이들과의 금융 거래를 금지했다.
북한이 제일 무서워하는 것이 금융 제재다. 지난 아들 부시 행정부 시절 김정일의 자금줄이던 방코 델타 아시아에 금융 제재를 내리자 북한은 이를 풀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부시는 핵을 포기하겠다고 북한의 약속을 믿고 어리석게 이를 풀어줬지만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다시 제재를 가할 수 있다.
‘인터뷰’ 소동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느끼게 되는 것은 ‘진보’를 자칭하는 좌파들의 이중적 행태다. 박근혜 풍자 만화에 관해서는 입에 거품을 물고 ‘표현의 자유’를 외치던 자들이 김정은 풍자 영화 상영을 놓고 한 북한의 협박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박근혜의 인권 탄압과 민주주의 말살에 항의하는 데는 목청이 찢어져도 좋지만 세계인의 여론을 대표하는 유엔이 압도적인 표차로 북한의 인권 탄압을 규탄하는 데는 돌 같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도 인권도 민주주의도 아니라는 것을 이처럼 분명히 보여줄 수는 없다.
이번 ‘인터뷰’ 소동은 북한이 해킹 기술은 뛰어날지 모르지만 미국에 대해 얼마나 모르는 지를 다시 한 번 드러냈다. 미국에 대해 사이버 테러를 자행하고 미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협박으로 위협해도 미국 정부와 국민들이 이를 순순히 받아들일 것으로 믿었다는 것 자체가 근본적인 오판이다.
북한은 DVD나 USB의 형태로 ‘인터뷰’가 북한에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장성급을 총책임자로 하는 단속반까지 구성했다 한다. 3류 코미디 한 편에 벌벌 떠는 북한의 행태가 한없이 초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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